글 - 칼럼/단상2007. 7. 8. 14:08
대선 주자들, 담론(談論)의 격을 높여라
-조선일보 원문보기 클릭-



대선 주자들, 담론의 격을 높여라
- 조규익

대선의 계절이 다가오면서 ‘한솥밥’을 먹어온 사람들이 서로 적이 되어 말에 칼날을 세우고 있다. 〈당서〉 ‘이임보전(李林甫傳)’에 ‘구유밀복유검(口有蜜腹有劍)’이란 말이 나온다. 말은 꿀과 같이 달고 친절하나 뱃속에는 날 세운 칼이 들어 있다는 뜻이다. 원래 무서운 인물을 묘사한 표현이지만, 지금 상황에선 이 표현도 양반이다. 모두가 최소한의 수사(修辭)나 미소도 없이 그대로 ‘도끼처럼’ 상대를 내려찍기에 바쁘다. 비록 적이라도 장점을 칭찬해주는 금도(襟度)가 실종된 지는 이미 오래다. 국민들의 수준이야 자신들의 안중에도 없으니 오물 같은 증오의 언사들만 농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 후보들에게 시대를 이끄는 ‘담론(談論)’을 기대하기란 불가능하다.

자기의 신념이나 객관적 가치의 관점에서 시대적 의의를 인정할 만한 언어가 담론이다. 지금 난무하는 담론 아닌 언설들은 기껏 대운하나 위장 전입, 탈세 등이 거의 전부다. 물론 그것들이 중요치 않다는 건 아니고, 그런 잘못을 파헤치지 말라는 것도 아니다. 먹고사는 문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통령이 되려는 자가 국민들의 의식주를 걱정하고, 그 문제 해결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것을 말릴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게 전부일 수는 없다.

광복 이후 반세기가 흘렀지만 대통령 후보들의 생각은 ‘먹고사는 문제’로부터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간 국가 지도자 덕에 우리가 산업화 사회, 정보화 사회, 고도 정보화 사회로 술술 넘어온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업이나 국민들의 지혜로움이 그런 변혁의 기조를 만들어왔고, 정치권이나 지도자들은 따라오기에 바빴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달라져야 한다. 이 변화의 기조가 제대로 된 것인지, 우리 사회가 달리고 있는 궤도가 온전한지 점검할 때가 되었다.

우리 경제규모가 세계 11위에 랭크되어 있다지만, 아직도 우리는 선진국 문앞에 서성대고 있다. 국민 모두가 투철한 문화의식을 갖지 못한 때문이다. 사실 문화의식은 전통과 보편주의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를 뛰어넘어 국민적 자존심으로부터 발로되는 것이 문화의식이다.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문화나 의식을 어떻게 살려나갈 것이며, 그것을 바탕으로 세계인들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대선 후보들이 읽어야 할 시대정신의 초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거기서부터 하부 아젠다를 어떻게 설정하고 실행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국가 경영의 이념뿐 아니라 시대정신에 대해서도 무지하다 보니 기껏 한다는 것이 남들의 흠이나 잡아내어 헐뜯는 일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불안하고 짜증스럽다. 검증이란 미명 아래 자행되고 있는 네거티브 전략이 우리 사회의 신뢰기반을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있는 현실. 검증의 당위성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러나 검증의 주체가 되고자 하는 자는 그야말로 ‘하늘을 우러러 한 줌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남을 검증하려면 철저한 자기검증이 우선되어야 한다.

정치인들이 자기검증만 제대로 한다면 굳이 남을 검증할 필요 없고, 그에 따라 ‘네거티브 전략’이란 저급한 용어가 등장할 필요도 없다. 네거티브 전략에는 담론이 필요 없거나, 있어도 저급한 수준으로 족하다. 국가 경영을 위한 미래지향적 기치를 만들어 내놓아야 할 후보들이 남의 말꼬리나 잡고 티격태격할 여유가 없다. 이제 대선 후보들은 담론의 격을 높여야 할 때다.
Posted by kicho
글 - 칼럼/단상2007. 7. 8. 14:04
정치인들도 교육에 동참하라!

이른바 ‘잠룡(潛龍)’들이 뛰어나와 하나밖에 없는 승천(昇天)의 티켓을 물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지금. 온갖 술수가 난무하여 혼란스러운 ‘2007년 6월의 공간’을 뜻 있는 사람들은 난세라고 부른다. 그러면서 모두가 ‘정치’를 탓한다. 정치만 있고, 양식(良識)에 바탕을 둔 도덕이나 인간미가 상실되었다 한다. 제대로 된 정치나 정치인을 만나본 적이 없다는 게 정확할 것이다.

‘천하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정(人情)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고 한비자(韓非子)는 말했다. 인정이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보통의 마음, 또는 생각’이 인지상정이다. 물고 뜯으며 싸우는 것은 ‘나만 깨끗하고 너는 더럽다’는 고집스런 편견을 대전제로 한다. 그래서 제 허물은 덮어두고 남의 흠집만 캐내어 세상에 광고하기 바쁘다. 남의 흠은 작은 것이라도 크게 부풀리고 자신의 것은 감추면서 남을 깎아내리려 한다. 이 대열에 후보들은 물론 전·현직 대통령, 국회의원 등 이른바 정치인들이 뒤질세라 끼어들고 있다.

정치적 권위가 형성되는 핵심은 정책 결정자 또는 기관이 정통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정치집단이 정통성을 확보하려면 사회의 일반적 윤리를 바탕으로 정치집단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 옳다는 관념이 국민들 사이에 보편화 되어야 한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베버의 설명이다. 그래서 정치인들이 윤리를 외면하고 술수로 상대방을 무력화시키는 일에만 몰두하는 우리의 현실은 비극이요 재앙이다.

지더라도 멋지게 지는 모습, 비록 적이라도 장점을 칭찬해주는 금도(襟度)가 실종된 지는 이미 오래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이 내뱉는 오물 같은 증오의 언사들이야말로 그들의 적만 듣고 있을 거라는 착각에 빠져 있음이 분명하다.

이쯤 우리의 걱정을 털어놓아보자. 우리의 교육이 걱정이다. 어른들보다 훨씬 영악하게 세상을 배워가는 것이 이 땅의 2세들이다. 그들은 발달된 매스미디어와 인터넷의 힘으로 연예인이나 정치인들의 언행을 거의 실시간으로 접한다. 강단의 선생들이 내뱉는 고답적인 말보다 전투적이고 상스러운 정치인들의 말을 훨씬 빨리 받아들인다.

지금의 선생들은 정치인들이나 연예인들에 대해 일종의 열등감을 갖고 있다. 선생의 가르침보다 매스 미디어의 총아들이 보여주는 언행이 훨씬 강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있는 사실 없는 사실 까발리고 부풀려 상대방을 무력화시키려는 정치인들에게도 자식들은 있을 것이다.

한 점 흠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검증의 당위성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러나 그럴 경우라도 검증의 주체가 되고자 하는 자는 그야말로 ‘하늘을 우러러 한 줌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남을 검증하려면 철저한 자기검증이 우선되어야 한다. 정치인들이 자기검증만 제대로 한다면 굳이 남을 검증할 필요 없고, 그에 따라 ‘네거티브 전략’이란 저급한 용어가 등장할 필요도 없다. 네거티브 전략은 우리 사회의 신뢰기반을 송두리째 무너뜨린다. 그 결과는 교육의 황폐화로 이어진다.

아이들은 그저 폐쇄된 학교 울타리 안에서 교과서만 읽는 로봇들이 아니다. 어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복사하듯’ 배운다. 무슨 거창한 교육정책을 세워주길 기대할 만큼 정치인들의 자질을 믿는 우리도 아니다. 다만 평균적인 윤리의식이나 양식 위에서 자신의 생각을 펼치되, 자신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우리 자식들의 교과서로 수용된다는 사실만이라도 명심해달라는 것이다.

                                                         조규익(숭실대 국문과 교수)
Posted by kicho
카테고리 없음2007. 7. 6. 14:59
사용자 삽입 이미지


부부가 같은 일을 하기란 쉽지 않고, 같은 일을 해도 멋진 성과물을 내기란 더더욱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박수밀, 강민경 양 박사는 참으로 부러운 동반자들이라고 할 수 있지요. 뛰어난 감수성과 객관적 분석력을 갖추고 있어 무슨 글을 써도 맛깔스러운 '물건'을 만들어 내는 두 사람. 학계를 위해 조만간 크게 쓰일 날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이번에 박수밀 박사는 <<18세기 지식인의 생각과 글쓰기 전략>>을, 강민경 박사는 <<조선 중기 유선문학과 환상의 전통>>을 각각 펴냈습니다. 전자는 우리 역사상 '변화의 세기'이자 '문화의 시대'였던 18세기의 연암 박지원을 비롯한 '열린 지식인들'의 생각을 읽어낸 글입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당대 지신인들의 자세와 방법을 다음과 같이 단정하고 있습니다.

"18세기 '지적 사유'의 근원은 무엇이었을까? 지금까지의 공부를 토대로 보자면 그들은 세계를 객관화시켜 바라볼 줄 알았다. 그들은 세계의 틀에 갇힌 인간이 되지 않고 세계를 대상화시켜 세계와 마주 대했다. 세계 속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세계의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존재! 그리하여 그들은 사물 하나하나를 '다시금' 꼼꼼하게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상식과 통념을 의심하고 미루어 따져보는 '회의와 유추'의 정신이야말로 생각의 패러다임을 바꾼 원동력이라 본다"

고 했습니다. 이 말로 미루어 본다면 우리 지성사에서 이 시기만큼 큰 변화를 이루어낸 시기도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시기 변화의 핵심만 잡아낸다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미래도 환히 보이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후자는 저자가 '중세 지식인들의 미니 홈피'라고 단정한 유선문학을 분석적으로 바라 본 글입니다. 꿈과 현실의 거리 혹은 양태야말로 그 때나 지금이나 글 쓰는 사람들의 주된 관심사가 아닐까요? 저자는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술회하고 있습니다.

"나는 그 때의 지금을 살았던 인간들의 꿈꾸기가 궁금했다. 그리하여 지금의 환상을 그 때의 지식인들은 어떤 방법으로 실현했을까를 들여다보려 하였다. 이 책은 꿈꾸기 문학인 유선시가 당대 지식인들의 삶과 내면에 어떻게 작용하였는가를 밝혀본 것이다. 지식인들의 초월세계에 대한 꿈꾸기 방식을 엿보고, 새로운 세계를 갈망하는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았다."

고 했습니다.  어쩌면 저자는 문학을 통해 꿈꾸기를 시도한 당대 지식인들과 함께 하고자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꿈과 현실적 인간의 욕망을 정치하게 분석한 글입니다.

이 분들의 글을 자신있게 추천하오니, 많이들 읽으시고 공감해 주시기 바랍니다.

  *박수밀, <<18세기 지식인의 생각과 글쓰기 전략>>, 태학사, 2007, 13000원
       
  *강민경, <<조선 중기 유선문학과 환상의 전통>>, 한국학술정보(주), 2007, 15000원


          2007. 6. 6.

          백규
Posted by kicho
카테고리 없음2007. 7. 6. 14:57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인문학의 위기를 외치는 광야의 선지자들(?)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그러나 정작 인문학이나 인문정신이 뭐냐고 묻는다면, 벙어리가 되곤 합니다. 이 시대에 왜 인문학이 죽었다고 생각하며, 왜 인문학이 왕성하게 발전해야만 하는가 물으면 더욱더 답변은 궁색해집니다. 정말로 인문학이 위기냐? 아니면 인문학자들의 위기냐? 대학내 인문학과들의 위기냐? 여러분은 인문학의 위기는 어디서 초래되었으며 앞으로의 지향점은 무어라고 보시는지요? 이런 물음들에 대한 대답이 이 책(<<인문정신과 인문학>>)에 잘 나와 있습니다.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장회익-인간적 학문-'삶 중심' 학문의 복원을 위하여
2. 김영식-동양의 학문과 인문정신
3. 강상진-서양 고중세의 인문정신과 인문학
4. 이종흡-서양 근대 초의 인문학과 인문정신
5. 최성환-서양 분과학문 속의 인문학의 전개과정-서
              양 1800년대의 상황
6. 백종현-한국 인문학 진흥의 한 길
7. 한형조-도구로서의 인문학, 응답으로서의 한국학
8. 전성인-경제학-경제개발의 도구에서 시장수요의 충
              족자로
9. 김도연, 이정동-21세기 지식기반사회의 공학교육
10. 리처드 로티, 김우창-'아시아의 주체성'과 '문화의
                                혼성화'
11. 고병철-북한 대외정책의 이해
12. 안석교-케인스와 하이에크-정부와 시장의 관계에
               대한 사상
13. 정하웅-복잡계 네크워크 과학에 관하여
14. 지동표-오일러 탄생 300주년 현대 수학의 기원과
               토대
15. 최용호-소쉬르 탄생 150주년 천재 언어학자는 철학
               자이자 시인이었다
16. 김희준-멘델레예프 사망 100주기 멘델레예프의 꿈
17. 민문홍-콩트 사망 150주기 오귀스트 콩트와 사회학
               의 탄생
18. 강순전-'정신현상학' 출간 200주년 근세철학을 넘어
              서는 근세철학의 완성
19. 최경봉, <<큰 사전>> 발간 50주년 사전의 탄생과
              국어의 정립

바야흐로 기로에 선 인문학. 삶과 학문의 경계에서 우리의 미래를 고민하는 지식인 여러분께 일독을 권합니다.

   한국학술협의회, <<인문정신과 인문학>>, 2007. 12000원

        2007. 6. 6.

  백규
Posted by kicho
카테고리 없음2007. 7. 3. 09:56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번에 새 책 <<풀어읽는 우리 노래문학>>(논형, 2007. 7. 1.)을 펴냈습니다. 전공자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우리 고전시가의 아름다움을 알려드리기 위해 쉽게 쓰려고 노력해 보았습니다만, 독자 여러분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걱정스럽습니다. 다음은 이 책의 목차입니다.

머리말

1부 우리 노래 다시 읽기
이별의 비극, 승화된 넋두리의 미학  공무도하가·가시리·원부가
유리왕이 지은 ‘군–민 소통’의 태평가  두솔가
훔쳐보기와 일탈의 미학  서동요·쌍화점·간부가
‘무소유’와 버림의 힘, 그 예술적 발현  우적가
삶과 죽음의 이중주, 그 예술적 형상화  제망매가
위대한 모정의 승리  도천수관음가
비장한 사랑과 죽음, 그 제의적 등가성  불굴가
‘사랑노래’의 시 문법과 미학적 전형성  단심가
서울의 찬가, 인간 욕망의 정치적 수사학  신도가
역사와 현실, 그 경계의 시적 형상화  용비어천가
성과 속의 서사적 대결과 숭고한 결말  월인천강지곡
열어줌과 풀어줌  장진주사
성본능과 일탈의 꿈  만횡청류
완경의 서사로 위장된 정치적 메시지  관동별곡
시대정신과 지식인의 대외인식  일동장유가
패기의 젊음이 엿본 세계, 그 빼어난 표현미  병인연행가
부패한 지배층과 민중의 저항, 그 미학적 승화  물것노래·거창가

2부 삶과 노래, 그리고 노래문학
1. 우리 노래문학의 흐름
2. 우리 노래문학과 자연, 그리고 삶

찾아보기

관심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2007. 7. 3.

백규 드림
Posted by kicho
카테고리 없음2007. 7. 2. 11:20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연행록연구총서>>(전 10권)가 2007년 문화관광부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습니다. 출판계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큰 돈을 투자한 도서출판 학고방에 낯이 서게 된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함께 기뻐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도서출판 학고방, 2006. 8.

Posted by ki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