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책’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책’으로!!!
작년도 제 연구실에서는 네 사람의 연구자들[조규익・문숙희・손선숙・성영애]이 음악으로서의 보허자(步虛子) 악곡과 시가로서의 보허사(步虛詞)를 분석・정리하는 모임들을 가졌습니다. 이미 우리 팀은 세종대 궁중정재 ‘봉래의’와 고려시대 궁중 속악정재 ‘동동’을 복원하고 분석하여 책으로 엮어낸 경험들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 작업 또한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작년 11월 21일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복원 공연 및 학술발표회를 가졌습니다.
보허자步虛子: 허공을 즈려밟고 훨훨 나는 신선이여!
태평성세 유토피아 이루시는 제왕이여!
국가지정문화재 전수회관 풍류극장
2020. 11. 21.
그 자리에서 이루어진 학술발표들과 공연을 함께 묶은 책이 오늘 드디어 세상에 나왔습니다. 책 제목과 출판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보허자步虛子
궁중 융합무대예술,
그 본질과 아름다움
조규익・문숙희・손선숙・성영애
민속원, 2021. 3. 2.
이 책의 내용과 의미는 책의 서문과 목차에 잘 밝혀져 있으므로, 그것들을 여기에 붙이겠습니다.
◆ 머리말 ◆
신선의 음악과 춤,
노래 속에 즐거운 ‘시간여행’을...
보허자步虛子에 관한 멋진 설화 한 토막.
일설에 이르기를, “진사왕[조식]이 유산할 때 문득 허공에서 경을 외는 소리가 들리는데, 맑고 심원하며 굳세고 밝으므로 음을 아는 자가 본뜨고 그려내어 신선의 소리로 삼았으니, 도사가 이를 모방하여 보허성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원異苑>> 권5
남북조 시대 최고의 산수시인山水詩人 사령운謝靈運이 “천하의 재능이 한 섬이라면, 그 중 8말을 조식이 차지하고, 내가 한 말을 가졌으며, 나머지 한 말을 세상 사람들이 나눠가졌다.”고 말할 정도로 조식曹植은 천재 시인이었다. 지금 보허성 혹은 보허자의 근원을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당시에 보허자가 얼마나 환상적이고 신비스러웠으면, 그들은 조식을 내세워 이런 스토리까지 만들었을까
우리는 몇 해 전부터 중세왕조들의 궁중예술을 연구해오는 중인데, 고려․조선의 궁중예술들은 악곡․노래[시가/악장]․춤이 융합된 무대예술[정재呈才]이었다. 음악만으로, 춤만으로, 시가만으로는 그 미학의 진수를 전혀 알 수 없는 것이 융합예술체들이다. 그래서 각 부분을 연구한 뒤 하나로 합치는 과정을 거쳐 무대에 올려야 완성되는, 복잡하지만 즐거운 작업들을 해온 것이다. 그간의 연구 결과들은 아래와 같다.
무대들
고려 및 조선노래 복원 연주회: 노래박물관 특별전[600년의 소리향]
-국립국악원 우면당, 2011. 11. 10.
세종, 음악으로 다스리다
-한중연 소강당[학술발표], 대강당[축하공연], 2012. 11. 27.
봉래의鳳來儀:세종의 꿈, 봉황의 춤사위 타고 하늘로 오르다!
–국립국악원 우면당, 2013. 11. 21.
동동動動: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사랑의 염원이여!
–국가지정문화재 전수회관 풍류극장, 2018. 12. 1.
펴낸 책들
조규익・문숙희・손선숙, <<세종대왕의 봉래의, 그 복원과 해석>>, 민속원, 2015.
조규익・문숙희・손선숙・성영애, <<동동動動:궁중 융합무대예술, 그 본질과 아름다움>>, 민속원, 2019.
동동에 빠져 지낸 뒤 보허자와 보허사를 만났고, 상당 기간의 연구를 거쳐 세 번째 복원공연 및 학술발표회를 가졌다.
보허자步虛子:허공을 즈려밟고 훨훨 나는 신선이여!/태평성세 유토피아 이루시는 제왕이여! –국가지정문화재 전수회관 풍류극장, 2020. 11. 21.
이제 그 결과를 책으로 엮어 세상에 내놓는다.
초창기 도교의 재초의례齋醮儀禮에 쓰이다가 문인들에게 수용되었고, 궁중으로까지 들어갔다는 것 외에 보허자의 본질과 확산 과정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나마 문헌에 약간씩의 단서들이 남아 있어 추적은 가능했다. 보허자에 올려 불린 악장으로서의 <벽연롱효사碧烟籠曉詞> 덕에 보허사의 본질을 유추할 수 있었고, 보허사 범주 안의 시작품들을 많이 남겨준 중국 시인들과 조선의 시인들 덕에 시문학으로서의 보허사 수용양상을 살필 수 있었다. 15세기 여민락과 16세기 여민락의 관계 및 15세기 낙양춘의 선율을 바탕으로 16세기 보허자에서 15세기 보허자의 선율을 찾아낼 수 있었다. 또한 보허자 곡의 연주로 추었다는 <<악학궤범>>의 기록 덕에 학무鶴舞도 복원할 수 있었다.
우리는 1,500여 년 전의 보허자가 우리 곁에 오기까지의 과정을 이렇게 추적해왔다. 이 책으로 1차 보고의 의무를 마치고, 우리는 앞으로 나아간다. 다시 ‘시간여행자’가 되어 또 다른 작품들과 씨름하다가 퍼뜩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다시 돌아올 것이다. 신선의 음악과 노래, 춤 속에서 즐긴 ‘시간여행’은 매우 환상적이었고, 그래서 행복했다.
큰 도움 주신 한국연구재단과 힘들인 원고를 멋진 책으로 꾸며주신 민속원의 홍종화 사장님과 편집부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강호 제현의 애정 어린 비판을 고대한다.
2021. 3. 1.
지은이들을 대표하여
조규익
◆ 목차 ◆
제1부
총서 / 19
조규익
제2부
악장으로서의 <보허사步虛詞>, 그 전변轉變에 따른 시대적 의미 / 27
조규익
1. 머리말 28
2. 고려왕조의 보허자․보허사 수용과 1차적 의미 전변 32
3. 조선왕조의 보허자 계승과 콘텍스트의 복합성 44
4. 조선조 보허자 악장 텍스트의 실험과 2차적 의미 전변 51
5. 맺음말 68
제3부
조선조 문인文人들의 보허사步虛詞 수용양상 / 71
성영애
1. 머리말 72
2. 송대宋代 <<악부시집樂府詩集>>에 나타난 보허사步虛詞 개관 75
3. 문인文人들의 보허사步虛詞 수용양상 80
4. 맺음말 97
제4부
15세기 보허자 음악 복원 연구 / 99
문숙희
1. 머리말 100
2. 보허자 리듬 변천 과정과 15세기 보허자의 리듬 104
3. 15세기 보허자 음악 찾기 113
4. 맺음말 124
제5부
보허자 음악에 맞춘 성종대成宗代 학무 복원 연구 / 127
손선숙
1. 머리말 128
2. <<악학궤범>>의 <학무> 검토 132
3. <학무> 복원의 주요 키워드 11가지 135
4. <학무> 복원의 수용 범위와 근거 139
5. <학무>의 가무악歌舞樂 융합적 복원 안무보 198
6. 맺음말 200
제6부
총결 / 207
조규익
제7부
텍스트 / 223
1. 고려사 악지 오양선 기록 224
2. 악학궤범 학무 기록 225
3. 여민락 악보 226
4. 금합자보 악보 000
5. 대악후보 악보 000
Abstract 215
참고문헌 227
찾아보기 233
강호제현의 많은 조언과 편달,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21. 3. 19.
조규익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