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학술문2019. 7. 20. 08:33

 

 *이 글은 <<동동動動: 궁중 융합무대예술, 그 본질과 아름다움>>(민속원/<<한국문학과 예술>> 30집 게재)에 대한 서평으로, 필자의 허락을 받고 퍼왔습니다.

 

 

궁중 융합무대예술 ‘동동(動動)’의 본질에 대한 모색과 결실-<<동동動動: 궁중 융합무대예술, 그 본질과 아름다움>>(민속원)을 읽고-

 

 

                                                                                                     하경숙(선문대 교양학부 계약제 교수)

 

 

이 책은 고려조와 조선조의 궁중 연향에서 공연되던 가무악 융합 무대예술 ‘동동’에 관한 공동저술(저자: 조규익·문숙희·손선숙·성영애)이다. ‘동동’은 고려 속악정재들 가운데 하나로서 아박(牙拍)이란 이름으로 조선조에서도 연행되던 가무악(歌舞樂) 융합의 궁중무대예술이다. 최근까지 <동동>은 ‘문자 텍스트로서의 동동’일 뿐이었고, 그것은 ‘고려속요·고려가요·여요·려가’등의 명칭으로 부르던 시문학 텍스트일 뿐이었다. 초창기 연구자들이 명칭에 대하여 갖고 있던 편견과 그로부터 확립된 문제들을 타개(打開)하고자 문학·음악·무용을 연구하는 저자들이 ‘동동’ 정재(呈才)의 융합예술적 성격을 분석적으로 고찰하기 시작했다. 중세왕조의 임금이나 고귀한 존재를 대상으로 토로한 불멸의 사랑과 불변의 서정이 융합 무대예술로 응집되었다는 것이 ‘동동’ 논의의 출발점이다. 특히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듯이 “시간이 흘러도 계절이 바뀌어도 바치는 자의 사랑은 변함없음을 가·무·악으로 표현”한다는 점에 주목하여 가무악 융합의 미학적 본질을 점검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았다. 그리고 결국 ‘동동’은 전통무대예술의 진수로 꽃피어났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저자(조규익·문숙희·손선숙·성영애)들은 <<대악후보>> ‘동동’의 리듬을 해석하여 선율을 찾고, 그 선율에 <<악학궤범(樂學軌範)>> 소재 <동동>의 노랫말을 구체적으로 붙여, 그 노래와 무용의 관계를 밝힘으로써 속악정재 ‘동동’이 지닌 가무악 융합의 본질을 상세히 밝히고 있다. 각 장을 세부적으로 나누어 저자들의 의도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 책은 전체 7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총서」, 2부는 「<동동>- 텍스트의 정체」, 3부는 「<동동>의 장르적 속성과 원형 모색」, 4부는 「조선전기 ‘동동’의 가무악 융합 양상」, 5부는 「조선전기 아박무 복원연구」, 6부는 「총결」, 7부는 텍스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노랫말 원문과 현대어 역, 복원음악 악보가 수록되어 있다. 이를 통해 문헌과 재현 아박무(牙拍舞)를 비교·검토하여 상이점을 찾고, 조선전기 ‘동동’ 중기의 무용구조와 복원에 필요한 내용을 상세히 살피고 있다.

 

1부에서는 속악정재 ‘동동’의 성격을 살펴 그 본질적인 의미에 대해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또한 장르적 속성이나 명칭 등과 함께 학계에서 미해결된 속가의 문화·예술적 측면을 면밀히 설명하고 있다. 무엇보다 ‘동동’이 그동안 하나의 공연물로 연구되지 못한 원인은 악보와 무보 해석의 불완전성에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동동’의 음악을 찾아야 하고, 그 음악에 노랫말을 융합해야 하며, 최종적으로 노래와 무용을 융합함으로써 가무악 융합의 속악정재 ‘동동’을 온전히 복원”(21쪽)하는 과정을 통해 기존의 담론을 뛰어넘어, 정재의 악곡과 노랫말 모두가 ‘동동’이라는 구체적인 융합예술작품으로 구현되는 핵심임을 밝히고 있다.

 

2부 「<동동>-텍스트의 정체」(조규익)에서는 ‘동동 텍스트가 지닌 문화·예술적 본질과 지향성’을 찾고 ‘송도지사(頌禱之詞)와 선어(仙語)’의 관계, ‘놀이와 선어의 상관성’등을 규명했다. 저자(조규익)가 “‘동동’은 생산 시점 이후 현재까지 노랫말과 음악·무용의 인접분야들이 하나로 융합된 텍스트로 존재해왔고, 그 예술·문화적 콘텍스트 양상 또한 적어도 근대 이전까지는 유지”(62쪽)되었다고 밝혀, 텍스트 하나만을 적출하여 해석하는 작업의 위험성을 강조한다. 이는 원천적 오류를 초래하는 일로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콘텍스트(context) 의 현실을 살피는 작업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동동’에 송도의 말이 많고, 그것들은 ‘신선의 말’을 본뜬 것이라 한 <<고려사 악지>>의 언급이야말로 속악정재 ‘동동’이 당시의 당악정재들과 상호텍스트적 연관성이 있음을 암시한다는 것이 저자(조규익)의 주장이다. 즉 당대 궁중악 중 당악과 속악은 ‘임금의 수와 복’을 송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연행되던 예술장르였고, 그 범주에서 공연되던 정재들은 송도적 모티프의 구현을 지향하던 공연예술의 형태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또한 ‘동동놀이[動動之戱]’라 지칭한 <<고려사 악지>> 속악조에 따르면 동동이 지닌 놀이적 성격이 상세히 나타나고 있으며, 동시에 융합예술체로서의 놀이적 면모를 보여준다. 놀이에 상정된 대상은 임금이며 원시 제천행사들에서 공연되던 놀이들이 후대의 정재들에 이르러 그것들의 의례화·질서화를 통하여 완성된 예술의 모습으로 구현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당악정재의 창작원리나 동기·구조 등과, ‘동동’을 비롯한 속악정재들이 상호텍스트적 연관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 등을 상세히 보여준다. 이는 속악정재 ‘동동’이 당악정재의 악장들을 본뜬 송도를 ‘임금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으로 패러프레이즈함으로써 속악정재 나름의 독자성을 구현하고 있다는 사실을 문화론적 측면으로까지 확장되었음을 보여주는 사실이다.

 

제 3부 「동동의 장르적 속성과 원형 모색」(성영애)에서는 <동동>의 장르적 속성 및 그간 문제가 되어온 <동동>과 <장생포>와의 관련성 등을 살폈고, <동동>의 원형 모색과 함께 그동안 미해결된 문제들의 방향을 찾고자 했다. 저자(성영애)는 “<동동>은 궁중에서 공연된 국가음악으로 정재의 악곡과 노랫말 모두 <동동>이란 명칭 아래 역사서나 악서(樂書)에 존재해왔고 존재하고 있다”(77쪽)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를 통해 장르 명칭을 ‘고려속악가사’로 부르고, 그 줄임말로 ‘고려속가’를 사용하는 것이 <동동>의 장르적 속성을 나타내는 정확한 용어임을 밝히고 있다. 저자(성영애)는 그간 논란이 많았던 <동동>과 장생포와의 관계를 다양한 문헌의 비교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고려사>> 악지와 열전의 기록을 중심으로 곡명과 창작자, 왜구 출몰지역으로 살펴본 내용을 통해 <동동>은 관찬서와 일반 문집에 기록된 <장생포>와 전혀 관련이 없었으며, <<동국문헌비고>>를 수보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을 상세히 밝혔다. 또한 <동동>은 궁중연례악으로서 회례연(會禮宴)·사신연使臣宴)·나례연(儺禮宴)에서 송축이나 송도의 의도로 연행되었으며, 특히 나례연 중 ‘처용지희(處容之戱)’ 안에서 ‘동동지희’가 연행되었다는 사실을 통해 ‘동동’은 악·가·무를 통해서 임금에게 송도의 뜻을 바치는 종합예술작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문해(文解) 위주로만 연구해온 상황이 그간 <동동>의 원형을 밝히는데 어려움을 주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제 4부 「조선전기 ‘동동’의 가무악 융합 양상」(문숙희)은 ‘동동’의 선율을 찾고, 그 선율에 노랫말을 융합하여 ‘동동’ 노래를 규명하고자 하였다. 여기에 노래와 무용을 융합하여 가·무·악으로 합쳐진 융합적 존재로서의 ‘동동’을 확인하고자 한 것이다. 저자(문숙희)는 “‘동동’은 장구점 단위가 소절에 해당되고 악보에 가사도 없고 음 또한 퍼져 있어서, 악보에서 기본박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113쪽)고 밝히면서 연구가 쉽지 않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기본박 찾기를 통한 방법’으로 해석된 리듬을 찾고, 그 중 ‘동동’과 같은 장단의 악곡을 통해 ‘동동’의 리듬과 정간시가를 찾는 노력을 기울여 결과를 도출하고 이에 ‘동동’의 특질을 찾아 보여주었다.

 

                                               

동동 복원공연 실황

 

“‘동동’은 정읍을 편곡하여 만든 노래로 보고 있다. 정읍과 같은 이름을 공유하기도 하고 또 많은 선율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두 악곡에는 가사가 다르듯이 다른 부분도 있다.”(138쪽)고 설명하면서 두 악보를 비교한 결과를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동동’ 선율은 ‘정읍’의 선율로 만들어졌다는 사실과 <<대악후보>> ‘동동’ 악보는 현악기 악보로 볼 수 있다는 것을 상세히 밝히고 있다. ‘동동’ 악보에 ‘강’이란 용어가 직접 사용되지 않았지만, 음악적인 내용으로 볼 때 ‘동동’은 진작류 형식에 해당한다고 밝히며 ‘동동’에서 강이란 가사의 구를 싣고 있는 선율, 하나의 악구에 해당되는 것으로 설명한다. ‘동동’의 정간시가는 일정한 길이로 되어있지 않고, 5정간과 3정간이 각각 같은 길이의 3분박 한 박으로 해석되며 노랫말 텍스트 <동동>은 선율이 가사에 비해 매우 길 뿐만 아니라, 가사를 천천히 진행하면서 음을 길게 늘여 부르는 노래라고 설명했다.

 

제 5부 「조선전기 아박무 복원연구」(손선숙)는 문헌 고증을 통해 전기 아박무를 복원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아박무는 고려시대에 ‘동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다가 조선전기에 명칭이 아박으로 바뀐 뒤 조선후기를 거쳐 현재까지 이른다. 이에 <<악학궤범>>에 기록된 조선전기 아박무를 검토, 기존의 재현 아박무를 점검하고 문헌과 재현 아박무를 비교 검토하여 복원 관점으로 기록구조와 진행구조를 살펴 복원에 필요한 실제 수용범위와 근거에 대해 살피고 있다.

 

저자(손선숙)는 “기존에 재현된 아박무는 기존의 선행연구자들이 해석한 내용을 그대로 수용하여 매월 가사에 따라 춤에 변화를 주는 등 다양한 춤사위를 구성하여 추었는데, 2월사부터 8월사까지만 새로운 춤을 추고, 10월사부터 12월사까지는 <<악학궤범>>에 기록된 ‘북향-대무-배무’를 추었다.”(155쪽)고 밝혔다. 이는 재현 때 수용한 변무의 원칙에 위배되고, 문헌 기록대로 재현하였다는 원칙에도 위배되어, 결국 재현 아박무는 그 어느 원칙에도 들어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저자가 <<악학궤범>>의 변무가 새로운 춤이 아니라 ‘북향-대무-배무’임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북향·대무·배무’할 때 박을 치는 횟수와 무용 진행구조 관점으로 분석했기 때문임을 밝혔다. 또한 ‘기존 재현 아박무’는 가사 및 춤 진행에 따른 무구 사용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유절형식에 따른 ‘변무’의 원칙성에 위배되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아박무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구성인 대형 이동 위치와 방향, 춤사위가 필요한데, <<악학궤범>>에는 춤사위와 무용수들이 선 위치를 제외한 나머지 내용들이 모두 기록되어 있다.(166쪽)고 밝혔다. 특히 이 책에서는 아박무 복원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내용들과 보충되어야 함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악학궤범>>에 기록된 ‘동동’ 중기의 아박무는 ‘무진-북향무-대무-북향-배무-환북향-무퇴’로 추어야 하고, 이와 같은 춤을 무려 11회 반복하며 추는 춤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악학궤범>>과 같은 고무보를 바탕으로 아박무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문헌 고증이 선행되어야 하고, 궁중정재의 재현 및 복원을 위해 춤의 기록이 문헌으로 전해지는 <<악학궤범>>의 내용을 단순히 이론상으로 이해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관점으로 접근하여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궁중왕실문예시스템’ 마련과 궁중 정재복원전문가의 배출을 위해서도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 6부 「총결」에서는 가무악 융합 예술체 ‘동동’의 본질을 분석하고 원래의 모습을 복원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적용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고려조 궁중에서 시작된 속악정재 ‘동동’이 조선조에 들어와 ‘아박’으로 개명되면서 변화를 모색했고, 새롭게 추구된 변화가 그 뒷시대로 이어지면서 다양한 미학적 측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설명도 그래서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미학적 측면은 지속과 변이를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지하는 동시에 이를 바탕으로 음악과 무용의 텍스트를 온전하게 복원하고자 하는 목표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노랫말 텍스트 ‘동동’을 정확히 구현하기 위해서는 인접분야인 음악 텍스트와 무용 텍스트를 이해해야 하고, 이들이 하나로 융합된 텍스트 전체를 이해·분석하기 위해서는 콘텍스트로서 당대의 예술적 상황을 이해해야 하는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융합 텍스트로서의 ‘동동’을 이해하기 위해 근대 이전까지 조선 왕조에서 공연된 재현 정재들을 통해 가무악 융합의 예술적·문화적 분위기를 이해·분석·수용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들은 ‘동동’이 단순히 문자 텍스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무악 융합 무대예술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동동’은 여성의 예술이다. 단순히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중세왕조의 임금이나 고귀한 존재를 대상으로 토로한 불멸의 사랑과 정서가 결합된 총체적인 종합예술임을 규명해낸 것이다. 저자(조규익·문숙희·손선숙·성영애)들은 동동의 예술미학을 구현하기 위해 그동안 기울여온 노력과, 그에 따른 다양한 결과물들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노랫말 텍스트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라도 콘텍스트로서의 악곡과 춤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동안 연구자들은 간과해왔다. 고전시가가 어떤 양상으로 실연(實演)되어 왔는지에 대한 통합적 시각이나 시야를 충분히 갖출 필요가 있음을 저자들은 강조한다. 그것들 가운데 상당수 작품들의 생산이나 향유계층이 민중이라는 사실만을 강조함으로써, 그것들이 궁중에서 임금을 비롯한 지배계층의 연향에 쓰였다는 사실을 그동안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음악학계 및 무용학계와 협업의 필요성과 절실함을 느낀 저자들이 착수한 작업들의 결실이 바로 이 책이다.

 

그런 모색과 노력을 통하여 이루어진 이 책이야말로 ‘고려속요 동동’에서 ‘속악정재 동동’으로 인식을 전환함으로써 그 원형과 위상을 새롭게 찾아낸 구체적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저자들은 ‘텍스트 지평의 전환’이라 부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텍스트의 본질을 외면한 채 무조건 답습해 오던 기존의 오류들과 다양한 문제들에 주목하고, 텍스트의 ‘분리에서 융합’으로 전환한 다음 지속적인 모색과 반성을 통해 만들어낸 연구 결과들 덕에 우리는 ‘동동’의 융합예술적 본질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동동’은 단순한 그리움과 사랑의 노래가 아니라 융합적인 궁중무대예술작품이다. 그 본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차원 높은 예술적 경지를 경험하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동동 저서

 

동동 해석(조규익)

                                          

 

 

Posted by kicho
알림2019. 4. 30. 13:32

 

                                                                                                                     조규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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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動動: 궁중 융합무대예술, 그 본질과 아름다움>>을 내며

 

숭실대학교 한국문학과예술연구소에서 올해의 첫 책인 <<동동動動: 궁중 융합무대예술, 그 본질과 아름다움>>(민속원)이 ‘한국문학과예술연구소 학술총서 58’로 나왔다. 고려조와 조선조의 궁중 연향에서 공연되던 가∙무∙악 융합 무대예술 ‘동동’에 관한 공동저술(저자: 조규익∙문숙희∙손선숙∙성영애)이다. 이미 2015년에도 우리(조규익∙문숙희∙손선숙)는 궁중 예술 역사상 최고봉으로 인정받고 있는 ‘봉래의鳳來儀’를 유사한 관점과 방법론으로 연구한 저서(<<세종대왕의 봉래의, 그 복원과 해석>>, 민속원/한국문예연구소 학술총서 47)를 낸 바 있다. 양자 모두 각 분야의 연구자들이 들러붙어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무대공연을 갖고, 그 결과를 엮어 낸 것들이다. 전자와 마찬가지로 이 책도 규모는 비록 작으나, 학계에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는 ‘턱 없이’ 크다. 사실 기존의 학문적 관습이나 섹트의식에 매몰되어있는 동학들이 개권(開卷)할 가능성은 희박하고, 설사 슬그머니 열어본다 해도 가납(嘉納)될 확률은 더더욱 희박함에도 할 말이 많은 우리였다.

 

최근까지 <동동>은 국어국문학과 은사님들로부터 배운 ‘문자 텍스트로서의 동동’일 뿐이었고, 그것은 고려속요∙고려가요∙여요∙려가’ 등의 명칭으로 부르던 시문학 텍스트일 뿐이었다. 초창기 연구자들이 명칭에 대하여 갖고 있는 편견과 그로부터 확립된 논리구조가 별 수정 없이 대물림되어 내려오고 있는 형편이다. 본 연구소에서는 그런 문제를 타개하고자 문학∙음악∙무용을 연구하는 4인이 머리를 맞대고 ‘동동’ 정재의 융합적 성격을 분석적으로 고찰하기 시작했고, 작년 12월 초에 그 중간 결과를 무대로 올렸으며, 그 결과를 보충하고 다듬어 지금의 책으로 묶어내게 된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이나 방향을 점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머리말을 첨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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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지난 해 12월, 우리는 그동안 공부해온 ‘동동’을 무대(“동동,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사랑의 염원이여!”/국가지정무형문화재전수회관 풍류극장/2018년12월 1일)에 올렸다. 고려와 조선조 궁중연향에서 속악으로 연행되던 ‘동동’을 가․무․악의 융합예술 그대로 재현해 본 것이다. ‘동동’이 고려사 악지(「악 2/속악」 ‘동동’)와 악학궤범(권 3 「고려사 악지 속악정재」 ‘동동’/권 5 「성종조 향악정재도의」 ‘아박’)에 그 존재를 드러낸 것은 수백 년 전의 일. 그러나 그 맥박과 온기는 아직도 살아 있었다.

 

"마음속의 뜻을 말로 나타내면 시가 되나, 말만으로 부족하니 탄식하고, 탄식만으로 부족하니 길게 노래하고, 길게 노래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니 알지 못하는 사이에 손을 흔들어 춤추고 발을 움직여 뛰게 된다."

 

그 옛날 <<모시毛詩>> 「대서大序」의 이 단언斷言이야말로 훗날 ‘동동’의 예술성 해명을 위해 예비한 것이나 아니었을까? ‘말(시), 노래, 춤’ 등 메시지 전달의 수단들은 대체재代替財나 독립재獨立財 아닌 상호 보완재補完財들이다. 개별적으로보다 함께 쓰면 전달의 효율성과 예술성이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다. ‘동동’의 융합예술미 대신 “고려속요 <동동> 운운”하며 조각난 텍스트만을 공부해오던 지난날들. 고전시가의 콘텍스트에 대한 무지가 불러 온 무명無明의 시간대였다.

 

‘동동’은 여성의 예술이다. 임에게 바치고픈 자신의 존재와 마음을 설명하기엔 ‘사랑’이란 개념어가 지극히 제한적이고 추상적이었으리라. 그래서 노래로 음악으로 춤으로 들려주고 보여주려 한 것이나 아닐까? 중세왕조의 임금이나 고귀한 존재를 대상으로 토로한 불멸의 사랑과 불변의 서정이 융합 무대예술 ‘동동’의 핵심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시간이 흘러도 계절이 바뀌어도 바치는 자의 사랑은 변함없음을 가․무․악으로 표현하려 애쓴 점이 참으로 놀랍지 아니한가.

 

문학, 음악, 무용 세 분야의 행복한 융합을 꿈꾸며 한국문학과예술연구소를 출범시켰고, 우리 역사상 최고․최대의 궁중악무 ‘봉래의’를 무대(“세종의 꿈, 봉황의 춤사위를 타고 하늘로 오르다!”/국립국악원/2013년 11월 21일)에 올리기도 했다. 그 감동과 추억을 떠올리며 감행해본 지난 해 겨울의 그 무대는 실연實演과 연구발표를 통해 ‘동동’의 예술미학을 구현하기 위한 실험적 자리였다. 그리고 오늘, 그 결과를 이렇게 엮어낸다. ‘고려속요 동동’에서 ‘속악정재 동동’으로, ‘분리에서 융합’으로! 단언컨대, ‘텍스트 지평의 전환’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귀한 고악보 및 사진자료들의 사용을 허락해주신 국립국악원․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국립중앙박물관, 꿈과 땀의 결실을 아름다운 책으로 엮어주신 민속원 홍종화 사장님과 신나래 선생님 등께 감사드리며, 강호제현의 가르침을 고대한다.

 

2019. 4. 1.

 

지은이들을 대표하여

 

조규익

 

민속원, 2019. 4. 20. 25,000원

 

 

 

 

 

 

 

<부기(附記)>

 

고전시가를 연구해오면서 깨닫는 바가 없지 않았던 나는 2005년에 한국전통문예연구소를 개설했다. 그 뒤 한국문예연구소로 개명했고, 몇 년 뒤 다시 한국문학과예술연구소로 개명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고전시가들 가운데 고려속가들과 조선조 궁중악장이 원래는 정재(呈才)라는 무대예술의 한 부분인 노랫말들이었음을, 문학도라고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고, 결국 이 연구소의 개설로 이끌었던 것이다. 정재의 한 부분인 노랫말 텍스트가 흡사 전부인양 착각한 채 그 텍스트만을 공부한다는 것이 잘못임을 학계의 누구도 지적하지 않았다. 노랫말 텍스트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라도 콘텍스트로서의 악곡과 춤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문학연구자 누구도 알고 있지 못했던 것이다. 고전시가가 어떤 양상으로 실연(實演)되어 왔는지에 대한 통합적 시각이나 시야를 충분히 갖추고 있는 선학들이 드물었다. 그것들 가운데 상당수 작품들의 생산이나 향유계층이 민중이라는 사실만을 강조함으로써, 그것들이 궁중에서 임금을 비롯한 지배계층의 연향에 쓰였다는 사실은 더더욱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음악학계 및 무용학계와의 협업이 절실함을 느낀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런 연유로 탁월한 한국음악 연구자 문숙희 박사, 앞서 가던 한국무용 연구 및 실연자(實演者) 손선숙 박사가 연구소 창립 초기부터 가세하여 활발한 활동을 통해 연구소의 발전을 견인하게 된 것이다.

Posted by kicho
글 - 칼럼/단상2018. 11. 26. 19:01

 

 

모시는 말씀

 

 

동동동동지희(動動之戱)’는 고려시대 궁중연향에서 속악으로 연행되었고, 조선조에 들어와 아박이라는 명칭으로 󰡔악학궤범󰡕 「시용향악정재에 등재된 가악 융합의 무대예술 작품입니다. 한국문학과예술연구소에서는 그 동동을 실연(實演)과 연구발표를 통해 설명하는 실험적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역사상 최고최대의 궁중악무 봉래의를 무대(“세종의 꿈, 봉황의 춤사위를 타고 하늘로 오르다!”/국립국악원/20131121)에 올린 감동과 추억을 잊지 못하며, 다시 한 번 가슴 뛰는 도전을 결행하고자 합니다.

 

마음속의 뜻을 말로 나타내면 시가 되나, 말만으로 부족하니 탄식하고, 탄식만으로 부족하니 길게 노래하고, 길게 노래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니 알지 못하는 사이에 손을 흔들어 춤추고 발을 움직여 뛰게 된다모시(毛詩) 대서(大序)의 절묘한 아포리즘이야말로 기실 후대 동동의 예술성 해명을 위해 예비한 것이나 아니었을까요? 어쩌면 모시 대서가 밝힌 노래등 메시지 전달의 수단들은 서로 대체재(代替財)나 독립재(獨立財)가 아닌 상호 보완재(補完財)의 관계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것들을 개별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보다 함께 쓰는 것이 메시지 전달의 효율성이나 예술성은 훨씬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동동은 여성의 예술입니다. 임에게 바치고픈 자신의 존재와 마음을 설명하기엔 사랑이란 개념어가 지극히 추상적이어서, 노래로 음악으로 춤으로 들려주고 보여주려 한 것이나 아닐까요? 임금이나 고귀한 존재를 대상으로 토로한 불멸의 사랑과 불변의 서정이 융합 무대예술 동동의 핵심인 것도 그 때문입니다. 시간이 흘러도 계절이 바뀌어도 바치는 자의 사랑은 변함없음을 가악으로 표현하려 힘쓴 것을 보면, 그 점은 더욱 분명해집니다.

 

최근 한국문학과예술연구소 전통예술분과의 유능한 트로이카 문숙희 박사(한국음악)손선숙 박사(궁중무용)성영애 박사(한국음악사) 등은 동동의 예술적 본질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한 해의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는 초겨울의 문턱, 꼭 참석하시어 전문가들이 짚어드리는 동동의 예술 세계를 공감해 보시기 바랍니다.

 

2018. 12. 1.

 

한국문학과예술연구소 소장 조규익

 

 

 

 

 

 

 

 

 

 

 

Posted by kicho
알림2018. 2. 5. 14:09

 

 

2018년도 한국문학과예술연구소 봄 학술대회에 여러분을 모십니다. 함께 모여 학술의 새로운 조류를 체험하시고, 저녁에는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자유로운 담론을 펼치도록 하십시다. 여러분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일시: 201826() 13:00~16:00

장소: 숭실대학교 벤처중소기업센터(벤처관) 311

 

12:30~13:00 등록

13:00~13:20 개회사: 조규익(한국문학과예술연구소장),  사회: 문숙희

 

기획 발표: 한국예술의 미학적 발현태,   사회: 문숙희(숭실대)

 

13:20-13:50

문학작품의 회화 표현을 통한 시대 문화 발현

발표 조인희(도쿄대학 동양문화연구소 연구원) / 토론 박효은(고려대)

 

13:50-14:20

순조 대 이후 춘앵전의 변모양상-1930년대 춘앵전 기록서를 중심으로

발표 김꽃지(한국전통문화연구원 연구원) / 토론 성영애(숭실대)

 

14:20-14:50

1931년 영상자료에 기초한 향령무의 재현가치

발표 손선숙(숭실대) / 토론 강기화(한예종)

 

14:50-15:00 휴식 및 정리

 

15:00-15:30

李匡師)書訣禮道의 생명미학-意象意境變奏를 중심으로

발표 김연재(공주대학) / 한윤숙(성균관대)

 

 

자유 발표,   사회: 하경숙(선문대)

 

15:30-16:00

이덕형의 <죽천행록> 재론

발표 김일환(동국대) / 김지현(광운대)

 

16:00-16:30

대립인유를 통해 본 신동엽 시와 오장환 시 연구

발표 이대성(서강대) / 박동억(숭실대)

 

 

16:30-16:50 휴식 및 정리

16:50-18:00 종합토론(좌장: 조규익)

18:00~ 만찬

 

Posted by kicho
출간소식2015. 1. 7. 15:22

 

 

 

 

 

 

 

 

세종대왕이 만든 조선조 최고의 악무  봉래의를 복원ㆍ해석  

봉래의에 대한 음악ㆍ문학ㆍ무용의 융합 연구결과를

<<세종대왕의 봉래의, 그 복원과 해석>>으로 출간

 

  

숭실대학교 한국문예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저는 을미년 벽두에 문숙희 박사(전 숭실대 한국문예연구소 연구원)손선숙 박사(숭실대 한국문예연구소 연구원) 등과 함께 <<세종대왕의 봉래의(鳳來儀), 그 복원과 해석>>(민속원)숭실대 한국문예연구소 학술총서 47’로 출간했습니다.

 

지난 3년간 3회에 걸쳐 봉래의 복원 공연을 국립국악원의 무대에 올렸고, 그 결과를 DVD로 담아 이 책에 붙여 놓기도 했습니다. 문학 분야인 악장의 연구를 제가 맡았고, 음악을 문숙희 박사가, 무용을 손선숙 박사가 각각 맡았습니다. 제 분야인 악장이야 그다지 보실 만한 건 없으나 음악이나 무용 분야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여 봉래의를 복원한 점은 무엇보다 내놓고 자랑할 만합니다. 이 책을 찬찬이 읽어 보시면 세종대왕이 그리던 새 왕조 조선의 미래가 어떤 것이었는지를 짐작하실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이번 연구 작업을 통해 왕조의 미래에 대한 꿈을 엄청난 규모의 예술로 승화시켜 놓은 세종대왕의 능력과 통찰에 새삼 감동하게 되었습니다. 대강의 내용을 추려 아래에 붙여 놓습니다.

 

***

 

‘2014년 한국연구재단 우수 연구 성과로 선정된 바 있는 이 책은 문학음악무용 분야를 전공한 세 저자들이 융합적 시각에서 세종대왕이 지은 조선조 최대 악무(樂舞) 봉래의를 복원하고 해석한 결과물이다. 1443년 세종대왕은 훈민정음을 창제했고, 그 훈민정음으로 <용비어천가>를 제작하게 했으며, <용비어천가>를 노랫말로 올린 가악의 종합예술체인 봉래의를 몸소 만들었다. 1445(세종 27) 왕명으로 지어올린 <용비어천가>의 일부 가사를 악곡에 올리고 무악(舞樂)으로 구성하여 조선조 후기까지 연행(演行), 조선조 최대의 창작 악무가 바로 봉래의인 것이다.

 

봉래의는 여민락치화평취풍형으로 이루어진 최대 규모의 악무다. <<서경>> <익직(益稷)>으로부터 나온 봉래의란 말은 잘 다스려진 상황을 비유한 표현인데, 태평성대를 찬양하는 노래를 지어 봉황래의(鳳凰來儀)’라는 명칭을 붙인 후대의 관습에서 유래되었다.

여민락(與民樂)’여민동락(與民同樂)’ 혹은 여민해락(與民偕樂)’과 같은 뜻으로 <<맹자>> <양혜왕 장구 하>에 등장하는 여민동락에서 나온 말이다. 임금이 덕을 지닌 경우 징발하지 않아도 백성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임금을 위해 정원을 만들고 그 정원에서 임금이 즐기는 모습을 기뻐한다는 말인데, 그것이 바로 여민동락의 모습이라는 설명이다. 봉래의 악무의 첫 정재를 여민락으로 잡은 세종의 뜻은 하늘의 뜻으로 세운 왕조에서 태평성대를 만들 수 있는 첫 조건이 백성과 함께 즐거움을 누리는 일이라는 점에 있다. <용비어천가>1~4장과 졸장 등 다섯 개의 장을 뽑아서 구성해 놓은 것이 바로 여민락이다.

 

치화평(致和平)’<<주역>> <하경> ‘택산함괘에 대한 정자(程子)의 설명에 등장하는 말로서 천지와 인심의 감통(感通)에 바탕을 둔 조화가 천하태평의 요체임을 보여주는 개념이다. 정자의 설명 가운데 핵심은 천지가 서로 감응하여 만물을 화생하는 이치와 성인이 인심을 감동시켜 화평을 이루는 도를 관찰하면 천지만물의 정을 가히 볼 수 있다는 부분이다. ‘인심을 감동시켜 화평을 이루는 도그것이 바로 치화평이다. 치화평에서는 <용비어천가> 1~16장과 125장의 국한문 가사들을 악장으로 끌어다 사용했다.

 

취풍형은 <<시경>> <주송> ‘집경13구인 기취기포(旣醉旣飽)’<<주역>> <하경> ‘뇌화풍(雷火豐)’괘에서 따온 개념이다. 취풍형이란 말 속에는 군신이 배불리 취해도 예에 어그러짐이 없음/풍형에도 절제가 있어야 함이란 두 가지의 뜻이 들어 있다. 즉 군신이 태평세월을 구가하고 즐기면서도 예에 어그러지지 않는 절도를 지켜야 하며, 아무리 풍요로워도 그에 지나치게 도취하여 절제를 잃어버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용비어천가> 1~9장 및 125장의 국한문 가사를 악장으로 끌어다 쓴 것이 취풍형의 악장이다.

 

이처럼 봉래의 악무에 들어 있는 세 정재[여민락, 취화평, 취풍형]들은 서로 독자적이면서도 <용비어천가>의 주제로 제시된 경천근민[敬天勤民: 하늘을 공경하고 백성들을 위해 부지런해야 함]’의 행동강령을 공유한다. 말하자면 백성들과 함께 하거나 신하들과 함께 하며, 백성신하와 함께 해도 공통적으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후왕들이 경천근민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처럼 여민락치화평취풍형을 종합한 봉래의 악무에는 신하들과 백성들을 상대로 조선왕조 건국의 의의와 육조(六祖)의 시련을 깨우쳐 주고, 후왕들이 나라를 잘 보수(保守)함으로써 왕조가 영속될 수 있도록 하라는 세종의 뜻이 주제의식으로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봉래의 다섯 곡은 전인자 3소박 8박자여민락 2소박 8박자치화평 3소박 4박자취풍형 323 혼소박 6박자후인자 3소박 8박자의 리듬으로 진행된다. 음악의 템포는 노래와 무용 모두를 좌우하기 때문에 가악의 관계 속에서 찾을 수 있었는데, 궁중 정재의 특성을 잘 나타내고 또 가사의 의미를 잘 전달할 수 있는 템포가 타당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봉래의를 구성하는 여민락치화평취풍형의 본체는 만()()()으로 구분되었고, 여민락과 치화평의 템포는 메트로놈 상으로 유사했고, 취풍형은 이 둘보다 훨씬 빠른 템포로 나타났다. 여민락은 2소박이고 치화평은 3소박이기 때문에 여민락이 치화평보다 조금 더 느리다고 할 수 있다. 여민락치화평취풍형은 각각 길고 복잡한 장단으로 되어 있으나, 이번 복원 공연에서는 긴 장단 속에 세분되어 있는 리듬 단위로 장단을 짧게 단순화하여 연주했다. 그 결과 장고가 음악과 무용을 이끌기에 용이했고 또 액센트가 짧은 주기로 분명히 드러나기 때문에 음악과 무용에 생동감을 주었다.

 

무용의 경우 확실한 기록이 부족하다는 난점이 있었다. 즉 문헌에는 무기(舞妓)들의 대형 형태, 이동과정, 춤사위 등만 간략하게 기록되어 있을 뿐, 어느 시점에 어떤 발로 어떤 속도로 어떤 방향으로 돌아 어느 위치로 이동해야 하는지 등 실연(實演)에 필요한 내용들이 생략되어 있기 때문이다. 봉래의의 무용을 복원함에 있어서 이런 부분들은 <<악학궤범>>에 수록된 여러 정재들과 정재의 무도(舞圖)들을 통합비교하여 음악과 노래, 무기들의 위치 및 이동 공간 등의 상호 관계를 통해 찾아냈다. 문헌에 기록되어 있지 않은 춤사위는 봉래의 춤 전체의 진행 구조를 통해 찾아냄으로써 봉래의 춤에 통일성을 부여했다. 음악이나 무용도 악장 내용의 전개와 함께 함을 확인했는데, 이렇게 가악으로 임금에게 교훈적인 말을 전달하고자 한 제작 의도는 가악의 융합정신이 봉래의라는 종합예술 속에서 충분히 구현되었음을 보여주는 실례였다.

 

이상과 같이 세 연구자는 음악이 기보되어 있는 <<세종실록악보>>, 춤 순서 및 노래 가사가 기록되어 있는 <<악학궤범>>을 통해 봉래의를 융합적으로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악에 관련된 여러 전제조건들을 바탕으로 텍스트를 분석하고 해석하여 봉래의의 종합예술체적 성격을 완벽에 가깝도록 복원한 점이 이 책의 최대 장점이고, 그것은 세 차례의 공연을 통해서도 입증된 바 있다.

 

 


공연 팸플릿

 

 


세종실록

 

 


세종대왕

 

 


공연에서 세종으로 분장한 배우 정훈씨

 

 


봉래의 공연

 

 


봉래의 공연

 

 


봉래의 공연

 

 


봉래의 공연

 

 


봉래의 공연

 

 


봉래의 공연

 

 


봉래의 공연

 

 


봉래의 공연

 

Posted by kicho
알림2013. 2. 3. 11:59

한국문예연구소, 새로운 학술총서 세 권 발간!!!

 

 

 

한국문예연구소에서는 최근 <<궁중정재의 복원과 재현-이론과 실제>>(손선숙/한국문예연구소 학술총서 36)⋅<<한국프로문학 연구>>(이경재/한국문예연구소 학술총서 37)⋅<<카자흐스탄 고려시인 강태수의 삶과 문학>>(조규익⋅장준희/한국문예연구소 학술촐서 38) 등 세 권의 의미 있는 학술서들을 발간했다.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궁중정재의 복원과 재현-이론과 실제>> : 이 책은 <<악학궤범>>과 <<정재무도홀기>> 등의 기록들을 바탕으로 궁중 정재들을 충실하게 복원⋅재현하기 위한 이론과 실제를 꼼꼼하게 살핀 역저다. 그간 <<궁중정재 용어사전>>, <<궁중정재 교육방법론>>, <<궁중정재 용어연구>>, <<궁중홀기 속의 우리 춤과 음악 찾기>> 등 주목할 만한 저작들과 다수의 논문들을 통해 궁중정재의 본질 모색과 재현에 주력해온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연구 성과를 야심적으로 펼쳐 보이고 있다. 제1부 ‘궁중정재의 복원 및 재현을 위한 이론’[궁중정재 무원 구성의 변화양상/조선 후기 정재 춤 동작의 분포현황/정재 춤 동작의 변화와 계승/<<악학궤범>>에 수록된 정재무도의 기록양상/<처용무> 춤 동작의 문헌 기록 양상, 제2부 ‘궁중정재의 복원 및 재현을 위한 실제’[정재 무보체계의 보완과 방안 연구/정재 사(詞) 동작의 이론적 토대 마련과 실기 방안/<<악학궤범>>을 토대로 한 <처용무> 재창작] 등 궁중 정재 전 분야에 대한 논의가 이 첵에 담겨 있다. 연구자나 실연자(實演者)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중구난방으로 펼치고 있음은 물론 심지어 국가기관인 국립국악원마저 정립된 이론체계를 갖지 못한 현실에서 손 박사의 이 책은 궁중정재의 연구나 실연에 최선의 길잡이 역할을 해주리라 본다.

 

<<한국 프로문학 연구>> : 이 책은 한국 현대문학 초창기의 이념적 산물로서 문학과 현실의 상관관계를 논할 때마다 빠짐없이 거론되는 ‘프로문학’, 그 중에서도 ‘생산력 주의’라는 새로운 개념을 집중적으로 조명한 연구물이다. 그간 <<단독성의 박물관>>, <<한설야와 이데올로기의 서사학>>, <<한국현대소설의 환상과 욕망>>, <<끝에서 바라본 문학의 미래>> 등 주목할 만한 평론집과 학술서들을 통해 문학 혹은 한국현대소설의 바탕을 살펴 온 저자는 이번의 저서를 통해서는 이념과 문학의 현실적 거리를 치밀하게 천착한 것으로 보인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한설야 소설에 나타난 생산력 주의」, 「한국 전쟁의 기억과 사회주의적 개발의 서사」, 「일제 말기 이기영 소설에 나타난 생산력 주의」, 「이기영의 ‘처녀지’ 연구」, 「이기영 소설에 나타난 만주 로컬리티」, 「일제 말기 생산소설의 정치적 성격 연구」, 「김영석 소설 연구-생산의 문제를 중심으로」 등 싱싱한 문제들과 해명을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카자흐스탄 고려시인 강태수의 삶과 문학>> : 이 책은 젊은 시절인 일제시대에 ‘살기 위해’ 고국을 떠났다가 구소련 스탈린 체제의 폭력에 의해 ‘강제이주-유형-타국 정착’의 복잡다단한 디아스포라를 겪은 고려인 강태수 시인의 삶과 문학, 사진 및 작품자료 등을 함께 묶어 공개한 학계 최초의 저작이다. 단순히 운명이나 역사의 장난으로 돌려 외면하고 말기에는 그의 삶이 지나치게 비참하고 극적이라는 점, 그리고 그런 그의 삶이 문학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한 그의 문학을 단순한 상상력의 소산으로만 볼 수 없다는 점, 개인이 당한 역사의 모순이나 부조리는 민족 공동체의 집단적 경험이므로 충실히 되살려 미래에 대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 등에 대한 인식이 이 책의 바탕이 되었음을 조규익 교수는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고려인들이 고난 속에서 꾸려온 삶과 상상력의 진정한 관계를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Posted by ki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