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허자와 보허사는 위진남북조 시대에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도교 재초(齋醮)의례의 음악과 악장으로 출발한 것인데, 그것들이 일반에 널리 퍼지면서 문인과 예술인들의 사랑을 받았고, 급기야 궁정음악으로 수용되었습니다. 우리나라 문헌에서 보허자가 처음으로 발견되는 사례는 <<고려사 악지>>의 당악정재 5건 가운데 '오양선'의 '악곡 보허자령과 그 연주에 맞추어 부르던 <벽연롱효사(碧烟籠曉詞)>'를 들 수 있습니다. 즉 오양선의 악장 <벽연롱효사>를 악곡 보허자령의 연주에 맞추어 노래 부른다는 뜻입니다. 그 악곡과 가사가 고려 말까지 궁중에서 왕성하게 공연되던 당악정재의 핵심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것이 조선조로 이어지면서 '고려 당악'이 지속되는 한편, 새롭게 악장을 창작하여 고려 당악의 곡들에 올려 부르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왕조들이 보허자 및 보허사를 수용한 양상과 조선조 성종 때 보허자령에 올려 공연된 학무를 복원하여 공연한 것'이 본 행사의 핵심입니다. 유투브[https://youtu.be/FPvrJjcHi-o]로 들어가시면 실황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발표논문들은 <<한국문학과 예술>> 36집[2020. 12. 30. 발간예정]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질정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20. 11. 22.
한국문학과예술연구소 소장 조규익 드림
=학술발표 및 복원 공연 주 내용=
步 虛 子
허공을 즈려밟고 훨훨 나는 신선이여!
태평성세 유토피아 이루시는 제왕이여!
"가무악(歌舞樂) 융합적 시각으로 본 조선전기의 보허자"
제1부 학술발표
조규익(숭실대): <보허사(步虛詞)> 수용태(受容態)로서의 <벽연롱효사(碧烟籠曉詞)>에 대하여
2020년 2월 개최 예정이던 학술발표 및 보허자 학무 복원공연을 연기하여 11월 21일(토) 14시에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학술대회는 학술발표와 보허자 학무 복원공연 등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학술발표와 공연을 중심으로 현장[국가지정무형문화재 전수회관]에서 행사를 진행하고, 그 실황을 참석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https://youtu.be/FPvrJjcHi-o로 실시간 중계합니다. 유튜브를 통해 발표와 공연을 함께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2020. 11. 13.
한국문학과예술연구소 배상.
=행사 팸플릿=
신선의 음악과 춤, 노래 속에 멋진 ‘시간여행’을...
조규익(숭실대학교 교수)
언제부턴가 우리에게는 특별한 꿈이 있었습니다. 예술인들과 학인들이 가슴 가득 품고 있었으되 펼쳐 보이지 못한, 작지만 울림이 큰 꿈입니다. 악사들의 반주로 가공(歌工)과 무용수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무대. 그 무대 주변에 둘러앉은 학인들이 예인(藝人)들의 몸놀림과 또 다른 하나가 되는 경험을 통해 비로소 이지(理智)의 샘을 열고 도란도란 그들의 미학을 담론하는 자리 말입니다. 세상 어디에 이보다 더 아름답고 성대한 공간이 있을까요. 지금까지 우리는 두 번의 멋진 무대를 만들었고, 이것들을 두 권의 책으로 엮어 낸 바 있습니다.
<지난 무대들> “봉래의(鳳來儀): 세종의 꿈, 봉황의 춤사위 타고 하늘로 오르다!”[2013. 11. 21./국립국악원 우면당] “동동(動動):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사랑의 염원이여!”[2018. 12. 1/국가지정문화재 전수회관 풍류극장]
<펴낸 책들> 조규익∙문숙희∙손선숙, <<세종대왕의 봉래의, 그 복원과 해석>>, 민속원, 2015. 조규익∙문숙희∙손선숙∙성영애, <<동동動動: 궁중 융합무대예술, 그 본질과 아름다움>>, 민속원, 2015.
<새로 나올 책> 조규익∙문숙희∙손선숙∙서인화∙성영애∙임미선, <<보허자步虛子: 궁중 융합무대예술로 편입된 신선 예술의 아름다움>>, 2021. 1.
우리는 그동안 가꾸어 온 ‘꿈의 무대’를 이렇게 펼쳐 보여 왔고, 새로운 무대를 통하여 이번에도 그렇게 하고자 합니다. 여러분이 앉으실 폭신한 좌석은 여러분을 모시고 그 옛날 고려∙조선시대의 궁중으로 날아갈 타임머신입니다. 좌석에 앉아 음악에 따라 춤추고 노래 부르며 임금의 장수를 축원한 보허(步虛)의 예술에 잠시 마음의 주파수를 맞추시면, 여러분은 그 옛날 진사왕(陳思王) 조식(曹植)이 어산(魚山)의 동아(東阿)에서 만난 ‘신선 예술’의 경지를 체험하시게 됩니다. 맑고 심원하며 굳세고 밝은 그 소리와 춤사위를 통해 허공을 날아다니는 신선들을 만나시게 될 것입니다. 그들과의 그런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되돌아올 현실의 공간에서 우리는 다시 씩씩하고 치밀한 논조로 새롭고 아름다운 경험들을 담론하고자 합니다.
원래 보허성(步虛聲)이나 보허자(步虛子)는 중국에서 발생한 도교음악이었고, 그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며 보허사(步虛詞)를 불렀습니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은 그것을 유교적 패러다임으로 변용했고, 중세적 보편성의 한 요소로 끌어들이는 지혜를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임금이 앉아있는 궁중을 현실 속에 자리 잡은 ‘선계(仙界)’라 여겼습니다. ‘상선(上仙)’인 임금의 불로장생은 소망(所望)에 속하는 일이었지만, ‘보허 예술’에 담아낸 만백성의 염원을 통해 그것은 분명한 현실로 구현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이 자리에 모시게 될 여러분이 바로 임금님들이십니다. 우리 궁중예술의 헌상 대상이 바로 임금이신 여러분들입니다. 여러 가지로 바쁘시겠지만, 잠시 이곳에 오셔서 저희와 함께 멋진 ‘시간여행자’가 되어보실 생각은 없으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