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칼럼/단상2015. 4. 6. 07:20

교수채용 비리유감

 

 

 

 

 미국의 대학에 잠시 체류하고 있으면서, 교수 채용의 과정을 그 대학의 교수로부터 직접 듣게 되었다. 채용 심사가 완료되기까지 대략 5개월 정도 걸리는데, 서류심사와 전화 인터뷰를 통과한 응모자들 가운데 채용 예정인원 몇 배수의 인원을 직접 불러다가 며칠 동안 벌이는 여러 차례의 대면 인터뷰, 발표회 등 그 심사절차가 자못 복잡하고 번거로운 점이 놀라웠다.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심지어 호텔 투숙 과정 및 식사시간에도 예리한 평가의 눈이 따라다닌다니, 교수 한 사람을 뽑기 위해 미국의 대학들이 투자하는 돈, 시간, 정력은 참으로 경이로웠다. 심상하게 던지는 말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모두 체크한다는 것이었다. 개별 면담을 통해 응모자의 전공수준이나 향후 연구계획 등 응모자의 수월성을 평가한 뒤 교수들은 회의를 갖고 각자의 판단에 대하여 치열한 토론을 벌인다고 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야 비로소 한 사람의 교수를 뽑는 과정이 끝나는 것이었다.

 

 교수 한 명을 채용하기 위해 학과의 교수들과 스탭들이 총동원되고, 학교 당국도 돈을 아끼지 않는 것이 미국의 대학들이었다. 우리나라 대학들은 신입생을 뽑기 위해 학교와 교수들이 홍역을 치르는데, 미국의 대학들은 교수를 뽑기 위해 홍역을 치르고 있었다. 좋은 교수들이 좋은 대학을 만들어 놓으면, 돈 들여 선전을 하지 않아도 학생들이야 제 발로 찾아오는 게 아닌가. 미국의 대학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니는 것도 이런 점에서 당연했다. 공정하고 엄정한 심사를 통해 채용된 교수들의 수월성이 미국 대학들의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 우리나라 대학들이 눈앞에 떠오르면서 부끄러움과 절망감이 밀려들었다.

 

  ***

 

 지난 정권 시절 저지른 이웃 J대학의 비리들이 최근 드러나기 시작했다. 자세한 건 관심도 없고 복잡한 사안이라 잘 모르지만, 그들이 받고 있는 교수 채용 상의 비리 의혹은 참으로 흥미롭고도 뻔했다. 보도에 의하면, 그 대학은 국악분야의 교수를 한 명 채용키로 하고 20142학기에 초빙 공고를 낸 모양이었다. 그런데, '가야금 전공자, 음악이론 전공자, 영어 수업 가능자' 등의 조건이 달려 있었다는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 세 가지 조건을 만족시킬 만한 사람이 국내엔 단 한 사람만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말할 것도 없이 이 사람을 뽑으려는 꼼수였던 것이다. 거추장스럽게 새삼 검찰 수사까지 필요한 일이랴? 가만히 생각해 보니 당시 앙앙불락(怏怏不樂)하던 몇몇 국악 전공자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입을 모아 그 대학과 함께 지금 혐의를 받고 있는 모 인사를 성토하면서도, 드러내놓고 반발하지 못한 점을 지금서야 깨닫게 되었다. 국악계 인사로서 나는 새도 떨어뜨릴 만한 권력을 잡아 본 게 아마 유사 이래 처음일 것이라는 그들의 자조 섞인 한탄을 당시에는 귓전으로 들어 넘긴 나였다. 그래, 불쌍한 교수 예비군들이 어찌 총장 출신의 청와대 수석에게 덤벼 들 수 있었으랴?

 

 그러나 그게 어찌 이 대학 이 분야만의 일일까? 모든 대학들이 학연/혈연/지연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내 사람 심기[뽑기]의 카르텔과 그저 고만고만한 사람들만 고르는 안이함에 매몰되어 있다고 한다면, 너무 지나친 자기비하일까? 자기 대학 출신으로 70~80%, 심지어 90% 이상의 교수를 뽑아놓고도 희희낙락하는 게 대한민국의 대학사회다. 모교 출신 비율을 법으로 제한하려 하자 학과가 다르면 된다고 강변하며 같은 대학 다른 학과 출신의 학자를 교수로 뽑는, 그런 꼼수를 부리기도 한다. 그렇게 해놓고도 학문적 수월성을 강요하는 게 우리나라의 수준이다.

 

 교수를 뽑으면서 아예 자기 대학 출신은 서류도 내지 못하게 규정해 놓은 미국의 대학들을 본다면, 목하(目下) 진행되고 있는 대학 붕괴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을 텐데. 이른바 나라를 경영한다는 자들이 거대한 카르텔의 중심이 되어 자행했다는 짓을 보며, 북한의 핵무기를 걱정을 하는 국민들이 우스울 뿐이다. 그야말로 이미 뿌리가 다 썩어 바람만 불어도 넘어질 고사목이 저 산 너머에서 날아올 악동(惡童)의 돌멩이를 걱정하는경우가 아닌가.

Posted by kicho
글 - 칼럼/단상2015. 3. 5. 17:19

 

 

정신 차립시다!-웬디 셔먼의 말을 듣고

 

 

#1 유럽 여행 중, 독일의 본(Bonn)에 들른 적이 있다. 여행 정보가 필요하여 시내의 관광안내소를 찾았다. 직원이 환하게 웃으며 우리를 맞더니 대뜸 일본에서 오셨지요?”라고 물었다. 내가 아니오. 한국인이오!” 하고 대답했더니, 순간 표정과 응대가 사뭇 사무적으로 바뀌는 것을 경험했다.

 

#2 정확한 장소는 잊었지만, 유럽 또 다른 도시에서의 일이다. 민박을 하게 되었는데, 주인이 우리에게 야뽕이냐고 물었다. 우리를 일본 사람으로 확신하고 물었을 것이다. 내가 대뜸 아니오!” 라고 대답하자, ‘그럼 시이나인가?’ 라며 또 물었다. ‘일본 사람 아니면 중국 사람이겠지!’라는 판단에서였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니오. 한국인이오!”라고 약간 목소리를 높여 대답하자 머쓱해하며 물러났다. 다음 날 아침 식당에서 주인이 서빙을 하다가 지도 한 장을 펴 보였다. 우리나라를 가리키며 여기서 당신네 나라를 찾았소. 그럼 남이냐 북이냐?’를 물었다. 그래서 나는 남쪽에 사는 한국인이오!” 라고 대답하자, 그 때서야 미소를 보였다. 그는 한국 사람을 처음 만난 듯 했다.

 

#3 재작년 미국 오클라호마 주. 지역 박물관들 몇 군데를 도는 동안 625 참전용사를 만났고, 다른 곳에서는 이미 작고한 참전용사의 아들을 만나기도 했다. 말하자면 그들은 1950~53년 어름의 한국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한 사람들이었다. 말을 나누다 보니, 그들 마음속의 한국은 아직 ‘1950년대 초반에 머물러 있었다. 그래서 그런가. 우리를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에는 연민과 경이의 상반된 정서가 착종되어 있었다. 폐허 속에서 코를 찔찔 흘리며 초콜릿을 구걸하던 그 모습과, 그나마 외국여행이랍시고 나선 우리에게서 일종의 심각한 언밸런스를 발견했을 것이다.

 

#4 최근 다녀 본 미국과 유럽, 중앙아시아나 러시아 등의 도로들엔 일본차들이 부지기수로 달리고 있었으며, 새 차는 물론 중고차도 일본차들은 인기 만점이었다. 미국에서 차를 사려고 하니 대부분 이왕 사려면 일본차를 사야 한다는 충고를 해주었다. 품질도 믿을만하고 중고로 팔 때 제값을 다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어떤 한국인은 삼성 폰을 만지작거리던 미국사람에게 그게 어디서 만든 것인지 아느냐’고 물었더니 대뜸 일본 제품이라고 답하더라며 탄식을 했다. 그 정도로 서양에서 일본 브랜드의 위력은 대단했다.

 

#5 우리나라에 체류하고 있는 원어민 영어 교수와 가끔 만난다. 서로 간에 흉허물이 없어졌다싶을 즈음 싱거운 질문 하나를 던졌다. “왜 당신을 포함한 서양인들은 일본이나 일본인을 좋아하는가? 2차 세계대전에서 맞붙어 싸운 적국 아닌가?” ‘이 친구도 일본을 좋아하겠지?’라는 내 추정을 확신으로 깔고 던진 물음이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일본인을 좋아하지 않음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는 분명히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가 일본을 좋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이 만들어 온 물건들과 그들이 지속해온 문화와 깔끔한 성품 땜에 일본이 좋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과거에 전쟁을 일으켰고, 함부로 역사를 수정하려 하며, 약삭빠른 그들을 꼭 좋아해야 하는가?”고 다시 물었더니, “지난 일은 내가 알 바 아니고, 지금 좋으면 된다.”고 답했다.

 

과거사는 한··3국 모두가 책임이 있으니까 빨리 정리하고, 북핵 같은 당면 현안에 치중해야’/‘민족 감정은 악용될 수 있고, 정치인들이 과거의 적을 비난해 값싼 박수를 받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등은 최근 웬디 셔먼(Wendy Sherman) 미 국무차관이 공식석상에서 했다는 말의 요지다. 일본 편을 들어 우리를 비난하고 있음은 불문가지다. 누구는 뭐 한갓 아녀자의 말이니 그냥 모른 척 하자고 하는 모양이지만, ‘세계의 조정자를 자처하는 미국의 외교 수뇌부가 공식석상에서 뱉은 말에 우리가 대범할 수는 없게 되었다.

미국인들을 몇 번 만나 보면 개인이든 공인이든 마음과 달리 외교적 언사가 매우 매끄럽고, 이른바 포커 페이스’(poker face)에 능하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구한말의 일본 놈 일어난다. 소련 놈에게 속지 말고, 미국 놈 믿지 말자는 항어(巷語)도 나왔으리라. 미국 고위관료의 말과 표정만 믿고 돌아와 걱정 말라고 큰소리치다가 된통 당하기만 하던 과거 우리나라 관료들의 순진함도 이런 외교적 언사와 포커 페이스에 당한 결과들이리라.

 

유럽이나 미국인들이 일본과 일본인들을 좋아하는 이유를 사실 우리는 잘 이해할 수 없다. ‘625 때 자국의 군대를 파견하여 우리를 위해 피를 흘려주었으니, 당연히 우리 편을 들어주겠지’, ‘세계대전에서 악랄한 일본군으로부터 몹쓸 시련을 받았으니 당연히 우리 편을 들어주겠지등등. 우리는 너무 순진해서 탈이다. 미국에 가보면 주류사회에 많은 일본인들이 진출해 있고, 일본 여자와 결혼한 미국의 고급관료들이나 오피니언 리더들을 꽤 보게 된다. 그 뿐인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린 시절엔 소니의 게임기에 빠져 살았고, 자라면서 워크맨이나 모바일, PC 등에 조종당하며, 토요타 등이 생산하는 일본차를 타고 일생을 보내던 사람들이 잘 나가는 미국인들이었다. 1998년 미국에서 만난 어떤 아이에게 나중에 자라면 어디를 젤로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일본이라고 서슴없이 대답했다. 왜 그러느냐 물었더니 이렇게 재밌는 게임기를 만들어낸 나라에 꼭 가보고 싶다는 대답이었다.

 

***

 

유럽과 마찬가지로 미국 역시 일본 편일 수밖에 없다. 간혹 오바마 대통령이 짐짓 일본을 꾸중하는 듯한 표정을 짓기는 하지만, 경험칙으로 보아 포커 페이스임이 분명하다. 이쯤 우리는 집단적 착각에 빠져 있는 우리의 모습을 깨달아야 한다. 세계 사람들은 우리를 그리 대단하게 여기지 않는다. 언론들은 우리 전화기, 자동차, K-POP이 세계를 제패한 듯 떠들고, 흡사 세계인들이 모두 우리를 주목하는 듯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망한다 해도 더이상 군대를 보내주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우리의 민족적 자존심이나 생존의 문제를 그들은 결코 자신들의 일로 생각해 주지 않는다는 점을 이 순간 아프게 깨달아야 한다. 국제사회의 냉혹함에 언제까지 둔감할 것인가.

Posted by kicho
글 - 칼럼/단상2014. 12. 22. 16:32

 

문학과 환경학회 국제학술 심포지엄[ ‘동요하는 경계들: 자연, 기술, 예술’]-오키나와 나고 시

메이오 대학교/2014년 11월 22-23일 

 

 


문학과 환경학회 국제 심포지엄 표지


 


다큐멘타리의 내레이터로 등장하여 끝없이 문제를 제기하는 이시무레 미치코 선생

 

 


다큐멘터리 <꽃의 정토로> 타이틀 화면

 

 


이시무레 미치코의 <<고해정토>>의 영문 번역판

 

 


한국의 전통 생태학 관련 논문을 발표하고 있는 필자

 

 


이시무레 미치코의 「꽃의 정토로(花の億土へ)」에 나타난 '문학이론의 척도'를 발표하고 있는
미네소타 대학교의 크리스틴(Marran, Christine L.) 교수

 

 


발표를 마치고 같은 세션의 발표자들과 함께

 

 


점심식사 후 대만 담강대학교(Tamkang University)의 황(Huang, Peter) 교수와 함께 

 

 

 

 

*교수신문 760호(2014. 12. 22)에 실린 글을 이곳에 퍼다 놓습니다.

 

 

 

'환경과 문학' 담론, 그 세련화를 지향하며

   학술대회 참관기-문학과 환경학회 국제심포지엄을 다녀와서
2014년 12월 22일 (월) 10:16:58 교수신문 editor@kyosu.net

   
 

 

▲ 해상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헤노코 해변에 설치한 텐트. 문학과 환경학회 국제심포지엄이 열린 오키나와는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조규익 교수는 바로 이곳에서 일본의 환경론이 보다 심도있게 융합 양상을 띄며 발전하고 있음을 목격했다고 말한다. 사진제공= 조규익

 

 

 
 
이 글은 조규익 숭실대 교수(국어국문학과)가 지난 11월 22일부터 이틀간 일본 오키나와 나고 시의 메이오대에서 열린 2014년 동아시아 문학과 환경학회 국제 심포지엄[2014 The International Symposium on Literature and Environment in East Asia[ISLE-EA]/Unsettling Boundaries: Nature, Technology, Art]을 다녀와서 학회 참관기로 보내온 글이다.

 

 


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오키나와 나고(名護) 시의 메이오(名櫻) 대학에서 열린 ‘2014년 동아시아 문학과 환경학회 국제 심포지엄’은 한국·일본·미국·타이완·중국·오스트레일리아·홍콩·캐나다 등 세계 각국에서 모여 든 100여명의 학자들과 수십 명의 대학원생들이 모여 벌인 학술의 난장이었다. ‘동요하는 경계들: 자연, 기술, 예술’이란 주제가 암시하듯 현격하게 다른 분야의 학문들이 환경이란 범주로 융합돼야 하는 당위를 모토로 내건 심포지엄이었다.

 

‘전날 밤의 다큐멘타리 상영/이틀에 걸친 논문 발표/환경 분쟁지역 헤노코(へのこ) 답사’등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 진행된 심포지엄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환경파괴가 단순히 물리적인 문제이거나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한시적인 문제가 아니며, 세대를 넘어 영원히 지속될 뿐 아니라 인문학을 비롯한 모든 분야의 지혜를 융합해 미연에 방지하거나 해결해야 할 ‘절박한 삶의 문제’임을 천명하는 것이 그 핵심이었다.

 

심포지엄 전날 밤 참여자들을 위해 상영한 다큐멘타리「꽃의 정토로(花の億土へ)」는 이 심포지엄이 지향하는 결론을 미리 암시한 일종의 가설이자 화두(話頭)였다. 자신의 고향 구마모토 현(熊本縣)의 미나마타(水俣)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환경문제를 문학으로 고발해 전 세계에 알림으로써 환경 공해의 고발과 해결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이시무레 미치코(石牟괋道子). 그녀가 주연으로 출연해 미나마타병의 현상과 의미를 심도 있게 설파하고, 시라누이(不知火) 바다의 아름다운 사계를 통해 그 공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시간대의 희망을 그려낸, ‘한 편의 시’와 같은 기록 영화였다.

그 바다가 갖고 있던 본래의 환상적인 아름다움과 공해로 일그러진 현실의 참상이 대비되면서 자연환경의 파괴가 인류의 삶에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는지 보여주고자 한 듯, 전편에 걸친 ‘환상과 리얼리즘’의 융합적 미학이 두드러진 작품이었다.

 

이시무레 미치코의 삼부작(<<고해정토(苦海淨土)>>, <<신들의 마을>>, <<하늘의 물고기>>)은 이미 환경 문제를 예술로 승화시킨 고전의 반열에 올라 있었으며, 일본 학자들은 물론 서양 학자들도 이시무레 미치코와 그녀의 문학을 ‘환경 혹은 환경문학’의 중심에 올려놓고 그들의 담론을 생산하거나 정제시키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을 보는 순간 아름다운 헤노코 해변을 누구로부터 지켜야 하는지,
난해한 의문이 떠올랐다. 누구의 말대로 ‘세계전략 차원의 폭거를 자행하고
있다’는 미국인가, 아니면 그 미국을 편드는 일본 정부인가, 아니면 일본의
가상적 적대국인 중국이나 북한인가. 그런 것들이 아니라면 개발이란 미명
아래 자연환경을 운명적으로 파괴할 수밖에 없는 우리 자신들인가.

 

 

서구 사회나 일본이 일찍부터 산업화의 길을 걸어온 만큼 환경 파괴의 문제나 삶의 피폐화 등 인간 소외의 문제를 인식하고 자각해온 역사가 길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만하다. 그런 비극적 현상들을 각종 예술의 소재로 그려내고자 한 것도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그러나 철학이나 종교학을 포함한 인문학적 사유를 통해 그런 것들을 해석하려는 움직임이 활성화되면서 환경론이 보다 심도 있는 융합의 양상을 보여주고 있음을 확인한 점은 충격이었고, 그것은 적어도 우리가 갖고 있는 환경인식의 낙후성이나 단편성과 대비되는 그들의 학문적 선진성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들의 경우 이미 담론화된 철학 혹은 인문과학을 환경과 억지로 융합시키려 한다는 혐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아무리 환경이 물적인 객체라 해도 그것이 담론화의 대상으로 이미 편입돼 인식의 한 자리를 점하고 있는 한 그들과 대비되는 우리의 후진성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마지막 날 답사한 헤노코(へのこ) 해변을 바라보며, 군사기지 건설의 현실적 필요성과 자연보호의 명분은 양자택일의 문항이 아니라 그 역시 지혜로운 타협과 융합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는 나름의 판단을 내리게 됐다. 미 해군기지의 증설을 극력 저지하며 투쟁하고 있는 사람들의 텐트 바깥엔 ‘투쟁 3871일째’라는 팻말이 작지만 완강한 모습으로 버티고 서 있었다. 그들을 보는 순간 아름다운 헤노코 해변을 누구로부터 지켜야 하는지, 난해한 의문이 떠올랐다. 누구의 말대로 ‘세계전략 차원의 폭거를 자행하고 있다’는 미국인가, 아니면 그 미국을 편드는 일본정부인가, 아니면 일본의 가상적 적대국인 중국이나 북한인가. 그런 것들이 아니라면 개발이란 미명 아래 자연환경을 운명적으로 파괴할 수밖에 없는 우리 자신들인가.

 

환경론의 인문학적·미학적 승화는 단발적 캠페인이나 저항운동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환경문제를 ‘대를 이어’ 지속적으로 전개함으로써 새로운 삶의 원리로 격상시키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우리가 환경 문제를 문학이나 예술로 고발하고 형상화 할 뿐 아니라 초기 단계부터 교육과 연계시킨다면 ‘미래의 개연적 환경파괴 문제’는 근원적으로 예방될 수 있을 것이며, 예기치 않은 환경문제들도 체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고의 틀을 수월히 마련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역사 발전 원리의 두 축인 당위와 현실은 환경에도 적용돼야 하고, 그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갖춰야 할때임을 깨달은 기회였다.

 

                                                                                     조규익(숭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오키나와 전도

 

 


오키나와 나하 시 시가지

 

 


나고 시 도착 후 저녁식사를 한 식당

 

 


마을 식당의 소박하고 정갈한 상차림

 

 


저녁 무렵 나고 만에서

 

 


호텔 창 밖으로 내다 보이는 저녁 무렵의 나고 만

 

 


학술 심포지엄이 열린 메이오 대학 정문

 

 


나고 시 시가지

 

 


호텔 근처에서 만난 교회[종교법인 궁리(宮里) 그리스도 교회]

 

 


교회의 내부

 

 


헤노코 해변으로 가는 길에 만난 미군기지[Camp Shwab]

 

 


투쟁단의 텐트에 부착된 구호[새 지사와 함께 열심히 합시다!!]

 

 


헤노코 해변 해상기지 건설 저지 투쟁 3871일째를 알리는 표지판

 

 


헤노코 해변에서 바라본 캠프 슈와브

 

 


헤노코 해변에서 만난 용궁신사

 

 


헤노코 해변의 아름다운 바위

 

 


헤노코 해변의 방파제

 

 


헤노코 해변 방파제 안쪽


 

 

 

Posted by kicho
글 - 칼럼/단상2014. 8. 26. 23:58

 


크로스 컨트리 경기장이 있는 캠퍼스 리크리에이션 노쓰 필드 표지판

 

 

 


누굴 응원하러 온 것일까. 행복한 가족의 모습

 

 

 


출전 팀이 단합을 도모하는 모습

 

 

 


출발의 포를 쏘기 위한 차량

 

 

 


막 출발선을 뛰어나가는 선수들

 

 

 


필드 위의 건강한 청춘들

 

 

 


눈 내린 산책길

 

 

 


산책길의 나무들

 

 

 

 

낙원 속의 산책로: OSU 크로스 컨트리 코스의 안식과 힐링

 

 

 

 

미국에 머문 지 한 달이나 되었을까. 어느 토요일 아침 늦잠으로 뒤척이고 있는데, 갑자기 문밖이 시끄러워졌다. 절간 같은 곳이라 좀처럼 없는 일이었다. 후다닥 일어나서 문을 열어보니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 뒤쪽으로 몰려가고 있었다. 호기심에 대충 아침을 챙겨먹은 우리도 덩달아 따라 나섰다. 날씨는 우중충하고 간간이 빗방울도 떨어졌지만,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도로를 따라 철조망이 쳐 있는 곳이라서 어느 개인 소유의 땅인가 보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보아 넘겼는데, 알고 보니 그곳이 바로 OSU의 크로스 컨트리(cross country) 경기장이었다. 더구나 이곳이 미국에서 가장 오래 된 크로스 컨트리 경기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였다. 무엇보다 경기하는 날만 제외하곤 언제나 공개되는 시민들의 산책로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전국의 고등학교와 대학교 선수단은 물론 그 가족들, 스틸워터 시민들까지 몰려와 북적거리고 있었다.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이 몸을 풀거나 이마를 맞대고 파이팅을 외치는 열기에 가을비의 찬 기운도 잊을 만 했다. 숲속 잔디와 나무들 사이를 꽉 채우고 있던 깨끗한 정밀(靜謐)이 참으로 오랜만에 젊은 열기로 인해 흩어지는 순간이었다. 숲을 뚫고 지나가는 이곳 경기 코스의 길이는 대략 5km 정도라 하는데, 느낌으로 7km는 족히 되어 보였다. 스타트 지점과 골인 지점이 같은 곳에 있는 점으로 미루어 마라톤과 비슷한 방식인 듯했다. 구경하기에는 크게 재미없는 게임이었지만, 특별히 뒤에 쳐지는 선수들을 응원하는 사람들의 열기가 대단했다. 게임 방식도 의미도 잘 모르는 우리로서는 이 코스가 바로 환상적인 산책로라는 점에만 관심을 갖기로 했다. 경기가 끝난 다음날 우리는 이 코스로 산책을 나갔다.

 

맑은 햇볕이 내려 쪼이는 잔디밭 길과 나무껍질을 두껍게 덮은 숲속 길은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몇 번이나 열린 공간과 숲속을 들락거리며 작은 언덕들을 오르내리다가 갑자기 뻥 뚫린 목초지와 목장을 만났고, 멀리에 묵묵히 서 있는 말들도 보았다. 햇볕에 반사된 저 멀리의 지역 발전소가 은빛으로 반짝이고 숲속과 넓은 들판 길로 미니어처 같은 자동차들이 달리고 있었다. 무리무리 온갖 새들은 신비스런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관목과 교목이 빽빽하게 들어찬 숲속에는 동물들의 발자국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시민들에게 개방된 산책로라 하나, 하루 산책 두 시간 남짓에 사람을 만나는 경우는 드물었다. 숲속의 적막을 깨는 것은 크고 작은 새소리 뿐. 간혹 마음이 평안한 날에는 나무들의 숨소리까지 들리는 듯 했다. 목초지를 빙 돌아 목책이 둘려 있고, 목책을 따라 나무껍질이나 부스러기들이 깔려 있는 길을 밟아 가노라면 염소오리사슴 등을 기르는 농가가 나무들 속에 숨듯이 앉아 있었다. 언젠가는 철망 너머로 어미 염소를 애타게 찾는 새끼염소를 만난 적이 있었다. 내가 염소 엄마의 소리를 내자, 그 녀석이 바로 내 앞으로 쫓아오는 것이었다. 배고픈 녀석이 보이지 않는 엄마를 찾아 헤매던 중이었을까. 젖떼기 전의 어린 자식이 엄마에게 매달려 사는 건 사람이나 짐승이나 일반임을 배우는 깨달음의 공간이기도 했다. 거기서 몇 발짝만 더 옮기면 캐나다 기러기들이 밤에 날아와 자고 가는 공간도 훔쳐 볼 수 있었다. 저녁 무렵 돌아 왔다가 해 뜨면 수백 마리가 함께 날아올라 부머 호수로 가는 모양이었다.

       ***

우리의 산책로는 그런 곳. 말없이 생명이 자라고 세대가 바뀌는 곳이었다. 각자 제 목소리와 모습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흡사 누군가 휘두르는 지휘봉에 맞추기라도 하듯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는 곳이었다. 숲속 길을 빠져 나오면 비스듬히 올라가는 풀밭 언덕에 언제나 변함없이 한 그루 활엽수가 묵상하듯 서 있었다. 그 나무를 보는 순간이면 늘 지친 가슴에서 밀려나오던 가쁜 숨이 멎고, 거짓말처럼 마음이 고요해졌다. 마치 산책로를 빠져 나온 모든 사람들이 그러리라고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나무는 늘 빙그레 미소 지으며 서 있었다. 나도 그렇게 서 있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그 나무는 의연하고 평화로웠다. 다시는 만나기 어려울 듯한 10릿길 남짓의 크로스 컨트리 코스가 그리워지는 오늘이다.

 

 

 


목초지에서 베어 말린 다음 말아놓은 건초더미들

 

 

 


세찬 바람에 비스듬히 누운 산책길의 풀밭

 

 

 


목초지에 둘러친 목책

 

 

 


뭔가를 맛있게 먹고 있는 산책길의 청설모

 

 

 


이곳에도 어김없이 캐나다 기러기들이 있었다!

 

 

 


누가 모아 놓았을까?

 

 

 


산책길의 풍경

 

 

 


고요, 평안, 그리고 힐링...

Posted by kicho
글 - 칼럼/단상2014. 7. 26. 22:05

 


오클라호마주 무어(Moore) 시 초입의 조형물과 자동차들

 

 

 

 

에프 엠(FM)대로 살면, 망할까?

 

 

 

미국에 도착한 지 일주일 만에 차를 구입하여 몰기 시작했다. 오클라호마의 스틸워터는 십 몇 년 전에 지내던 LA보다 도로가 훨씬 한산하고 넓었다. 미국에서는 교차로에 진입하기 직전에 반드시 정지한 다음 어느 방향이든 먼저 와 서 있는 차가 진입하도록 양보해야 한다. 비록 사방에 차 한 대 없어도 반드시 정지하여 두리번거리며 확인한 다음 출발하는 것이 정해진 법규였다. 저 멀리 차도로 사람이 걸어가면 무조건 서서 기다리는 것도 그들의 원칙이었다. 신호등을 지키는 건 물어볼 필요도 없는 일. 법규를 철저히 지키는 미국인들이 답답할 지경이었다.

초기에는 가끔 착각하여 한국에서의 운전 습관이 튀어나오기도 했다. 그런 미국의 운전 관습이 몸에 배기까지 한 달 이상이 걸렸다. 이처럼 내가 미국에 체류하면서 감동을 받았던 건 미국인들의 이른바 리걸리즘(legalism)’이었다. ‘고집스런 법칙 존중주의쯤으로 번역될 수 있을까. 간혹 답답하기도 했으나, 세계 초강대국 미국의 힘을 느낄 수 있었던 최고의 장점이었다.

 

***

 

부끄러운 일이지만, 우리는 일리걸리즘(illegalism)’이 관습화된 나라다. ‘고집스런 범칙주의(犯則主義)’  혹은일상적 범칙주의’  쯤으로 번역할 수 있을까.어기는 맛에 법을 만든다는 말이 상식처럼 되어 있고, ‘예외 없는 법 없다는 속담을 진리처럼 숭상하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차를 몰고 거리에 나가보라. 아무리 차량 대수에 비해 길이 좁아서 그렇다고는 하지만, 틈만 나면 교통신호를 무시하고, 횡단보도에 사람이 지나가면 전속력으로 가속페달을 밟아 그 앞을 !’하고 가로질러 내빼는 건 일상적인 모습이다. 직진차선에 차가 밀린다 싶으면 그 옆으로 빠져 나가는 우회차선을 쌩 달려 앞쪽으로 간 다음 뒤에서 묵묵히 기다리는 운전자들을 조롱하듯 끼어들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총기 소지가 미국처럼 자유로워진다면, 아마도 사망자의 90% 이상은 도로에서 생겨날 거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는 요즈음이다.

내비게이터 덕분이긴 하지만, 감시카메라의 위치를 귀신같이 알아낸 뒤 그 사이사이에선 엄청난 과속도 일삼는다. 당국에서는 구간 단속이라는 지혜까지 내놓았지만, 요즘은 머리 좋은 운전자들 때문에 그것도 무력화 된지 오래다.

이런 일리걸리즘이 교통에만 국한되는 문제일까. 많은 돈을 벌면서 세금 한 푼 안 내고, 건장한 체구로 태어났으면서 병역의 의무를 기피하고, 집 지을 수 없는 땅에 호화주택을 짓고, 선박의 구조를 변경하면서까지 화물을 과적하고...주워섬기자면 끝이 없다.

 

***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뒤 국가 대개조에 나서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도 날이 갈수록 무뎌지고 있다.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한다고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지하철 사고, 열차 사고, 비행기 사고... 운전자, 정비사 등이 간단하지만 중요한 수칙들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대충대충 해!’라거나 설마 무슨 일이야 있겄어?’라는 무심함과 대범함의 천국이 우리나라다. 집을 지을 때도 넣으라는 철근을 다 넣지 않고, 시멘트의 품질규격이나 분량을 지키지도 않는다. 업자들이 찔러주는 돈 봉투에 감독하는 놈들은 슬쩍 눈을 감아주곤 한다. 식당 하면서 식재료의 원산지 표시 원칙을 지키면 멍청이다. 앞 손님이 먹다 남긴 음식을 다른 손님에게 다시 제공하는 것은 애교. 식재료가 쉽게 상한다고 농약을 치는 인간들이 그들먹한 나라가 우리나라다. 남이야 먹고 죽든 말든, 차를 타고 가다가 바퀴가 빠져 죽든 말든, 곤히 잠자다가 집이 무너져 죽든 말든, 북괴군들이 쳐들어 올 때 포탄이 발사되지 않아 귀한 우리 장병들이 죽든 말든, 열차가 부딪쳐 수십 명의 귀한 사람들이 죽든 말든....내 주머니에 돈만 들어오면 장땡인 나라다.

 

***

 

Field Manual, 에프엠이란 야전 수칙이다. 야전에서 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아군들이 죽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절체절명의 원칙이 바로 에프엠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에프엠 대로 살면망한다. 미련하고 답답하다고 욕을 먹는다. ‘바쁜 세상 대충 살지. 뭔 일 났다고 원칙 지킨다나? 아니 지가 잘 났으면 얼마나 잘 났다고 저렇게 규정을 지키며 답답하게 군디야?’ 온갖 욕이 쏟아진다. 그러니 에프엠을 지키려던 사람들도 슬그머니 반칙의 대열로 끼어든다. '망할 놈'의 관습이요, 분위기다. 법을 지키는 사람이 욕먹는 사회를 생각해 봤는가툭하면 범칙자들에게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우리들. 스스로의 행동들을 한 번 돌아보자. 하루 중 에프엠대로 법규대로 살아가는 순간이 몇 %나 되는지 살펴보자. 사건이 터지면 정부나 대통령만 욕한다. 자신들은 에프엠대로 법규대로 살아 왔는데, 대통령이나 정부 당국자가 무능하고 사악하여 사고가 났다는 투다. 온통 범법자들로 이루어진 이 땅의 야당 인사들은 한 술 더 뜨면서 대중을 선동하려까지 든다. 한심하다 못해 슬프도록 재미있는나라가 '우리 대한민국'이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이미 만들어진 에프엠만 제대로 지켜도 국가 대 개조는 당장 이루어진다!!!

 

 

 


뒤집어진 채 점점 물 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세월호[네이버 사진] 

 

 

Posted by kicho
글 - 칼럼/단상2014. 3. 17. 20:07

 

 


OSU in Stillwater 캠퍼스 조감도

 

 

 


OSU의 분 피켄스 스테이디엄(Boone Pickens Stadium)

 

 

 

 


OSU의 전신인 Oklahoma A&M 건물.
현재는 OSU의 Honors College로 쓰이고 있음[아래 사진 참조].

 

 

 

 


OSU의 Honors College로 쓰이고 있는 Oklahoma A&M  건물.

 

 

 

 


OSU의 상징 마크

 

 

 

 


Oklahoma A&M의 문장(紋章)

 

 

 

 


OSU의 문장

 

 

 

 


OSU의 마스코트인 '피스톨 페테(Pistol Pete)

 

 

 

 


피스톨 페테의 모델인 프랭크 이튼(Frank Eaton)

 

 

 

 


1928~1950년까지 Oklahoma A&M의 총장을 지낸 베네트(Henry G.Bennett) 박사 동상.
베네트 총장은 이 대학 발전의 초석을 놓았음.

 

 

 

 


OSU의 중심에 서 있는 중앙도서관 '에드몬 로우 라이브러리(Edmon Low Library)'의 설경

 

 

 

 


OSU의 '선진 기술 연구 센터[Advanced Technology Research Center/ATRC]

 

 

 

 


OSU 캠퍼스의 한 건물

 

 

 

 


스튜던트 유니언(Student Union)에서 내려다 본 OSU의 가든

 

 

 

 


OSU의 중심에 서 있는 중앙도서관 '에드몬 로우 라이브러리(Edmon Low Library)'의 여름 경치

 

 

 

 


백규 연구실이 들어 있던 사우스 머레이홀(South Murray Hall)의 복도

 

 

 

 


OSU의 중심을 관통하는 몬로 거리[Monroe Street]

 

 

 

 


학부와 대학원생들에게 특강 중인 백규

 

 

 

 


 OSU의 예술과학대학[College of Arts and Science]
대닐로위츠( Bret Danilowicz)학장과 상면(학장실에서)

 

 

 

 


백규 연구실을 방문한, OSU의 탁월한 한인 교육학 교수 조윤정 박사

 

 

 

 


OSU 인근 다운타운의 레스토랑에서 역사학과의 에멀리[Graham, Emily] 교수와  함께

 

 

 

 


OSU 역사학과의 반짝이는 두 학생 마켄지(Mackenzie)와 루크(Luke Mccamon) 

 

 

 

 

 

 

평원 속 지성의 오아시스, 오클라호마 주립대학교

 

 

 

 

미국 내에서의 연구기관을 오클라호마 주립대학으로 정했다고 하자, 한국 풀브라이트의 심재옥 단장은 참 잘한 결정이라고 나를 추어주었다. 미국 내에서 그 학교만큼 친절하고 협조적인 기관도 드물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오클라호마 주와 오클라호마 주립대학에 대해서 눈곱만큼의 사전 정보나 지식도 없었던 나로서는 적이 안심이 되었다.

 

도착 후 뙤약볕 내려 쪼이는 캠퍼스를 걸어보니, 소떼 노니는 초원인 듯 한없이 넓었다. 방문한 사무실의 직원들도, 교정에서 만나는 학생들도 모두 친절해서 마음이 놓였다. 따가운 햇살만 아니라면 시차로 인해 무거워진 눈꺼풀을 닫은 채 마냥 걷고 싶은 공간이었다. 듬성듬성 세워놓은 갖가지 양식의 건축물들도 고풍스럽고 따스해 보였다. 사우스 머레이홀(South Murray Hall)과 스튜던트 유니온(Student Union) 사이에 있는 쎄타 폰드(Theta Pond). 그 안에서 살아가며 이방인이 나타나도 무서워하지 않고 꽉꽉거리며 다가오는 기러기와 오리들도 정겨웠다. 그렇게 깨끗하고 아름다운 환경, 친절한 인간, 고풍스런 건축물들이 잘 어울려 친근미를 자아내는 OSU에서 꿈같은 한동안을 지내게 된 것이었다.

 

OSU는 이른바 랜드 그랜트(land-grant), 선 그랜트(sun-grant)’ 대학이었다. ‘랜드 그랜트 대학이란 정부가 무상으로 제공한 토지에 세운 대학을 뜻하는 말이다. ‘랜드 그랜트 대학에 대한 지원은 1862년에 제정된 모릴법[Morrill Acts] 대학에 대한 연방 토지 허여법(許與法)’에 근거한다. 연방이 각 주에서 선출된 상하원 의원 1명당 3만 에이커의 나라 땅을 무상으로 주고, 그 토지 수익의 90%를 농학이나 공학 관련 강좌가 개설되어 있는 주립대학의 발전 기금이나 유지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모릴법이다. 1890년과 1907년에는 기존의 모릴법에 의해 지원을 받는 모든 대학들에 의회가 직접 보조금을 교부하는 내용이 추가되기도 했다. ‘선 그랜트 대학이란 지속 가능하고 환경 친화적인 생태 기반의 대안 에너지를 연구 개발하는 대학을 뜻한다. ‘선 그랜트 계획의 지역 중심 역할을 수행하는 다섯 개의 미국 대학들이 모여 선 그랜트 연합이 결성되었고, 그 연합은 교통부, 에너지부, 농업부 등을 파트너로 삼아 연구교육 활동을 펼친다. 오클라호마 주립대학을 비롯, 코넬 대학교(Cornell Univ), 오레곤 주립대학교(Oregon St. Univ.), 사우스 다코타 대학교(South Dakotat Univ.), 녹스빌 테네시 대학교(Univ. of Tennessee at Knoxville) 등 다섯 대학들은 각각 선 그랜트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기관들이다.

 

1890년에 세워졌고, 2012년 기준으로 23,459명의 학생들과 1,857명의 직원을 포함한 OSU는 스틸워터 캠퍼스만 해도 1,489 에이커[6.03]에 이를 만큼 넓다. 캠퍼스 안 어디에서나 피스톨을 찬 카우보이[피스톨 페테(Pistol Pete)]의 사진과 마스코트를 볼 수 있었으며, 풋볼을 비롯한 각종 경기 중에도 피스톨 페테의 분장을 한 사람이 그라운드에 나타나 분위기를 띄우곤 했다. 함께 풋볼을 관람한 제이슨으로부터 피스톨 페테의 연원을 들을 수 있었다피스톨 페테는 OSU, 뉴멕시코 주립대학, 와이오밍 대학교가 함께 사용하는 운동경기의 마스코트였다. 피스톨 페테는 프랭크 이튼(Frank Eaton)을 닮은 전통적인 카우보이의 의상과 모자를 착용하고 있는데, 그의 형상이 OSU 카우보이 팀의 마스코트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23부터였다. OSU가 원래 ‘Oklahoma A&M 대학[Oklahoma Territorial Agricultural and Mechanical College]’으로 출발할 때 당시 이 대학의 스포츠 팀은 ‘Agriculturists, Aggies, Farmers’ 등으로 불렸고, 사실 그다지 인기는 없었지만 공식명칭은 ‘Tigers’였다. 그러다가 1923년 경 Oklahoma A&M은 스틸워터의 양떼 행진[Sheep Parade]’을 인도하던 프랭크 이튼(Frank Eaton)을 새로운 마스코트의 모델로 삼아 기존의 호랑이 마스코트를 바꾸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1923년부터 프랭크 이튼은 Oklahoma A&M의 마스코트로 계속 쓰였으나, 1958년에 이르러서야 OSU는 이것을 공식적인 상징으로 인정했다 한다.

 

1860년 코네티컷 주에서 태어나 캔자스로 이주한 프랭크 이튼은 여덟 살에 아버지를 잃었다. 당시 자경단원이었던 그의 아버지가 남북전쟁 당시 남부 연합군 소속의 잔당 6명에 의해 맥주 집에서 저격당한 것이었다. 그 후 아버지 친구의 충고에 따라 열심히 권총사격 연습을 하여 결국 원수를 갚았고, 그 후로부터 그의 영웅적 행적은 전설로 남게 되었다고 한다.

 

피스톨 페테의 모습이 가장 강렬하게 등장하는 이벤트는 스포츠 경기들과, 홈커밍[OSU’s Homecoming Celebration]을 포함한 각종 축제들이었다. 9월부터 시작되는 1학기 초부터 기숙사별로 학생들이 단결하여 홈커밍을 준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프래터너티(fraternity)와 소라러티(sorority) 즉 남녀 사생(舍生)들이 기숙사별로 모여 아이디어를 내고 기숙사 안팎을 치장하는 등 화려한 축제를 통해 그들의 단결심을 고취하고, 그런 유대관계는 졸업 후에도 끈끈하게 지속되는 것 같았다. 이러한 홈커밍데이의 전통과 함께 OSU는 놀랄만한 스포츠 유산들을 보유하고 있었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 점에도 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시즌 중 거의 매 주말은 게임 데이(game day)’였고, 하루 전부터 재학생동문주민들이 경기장에 총출동하다시피 함으로써 평소에 조용하던 시가지는 아연 활기를 띠곤 했다.

 

게임데이는 실질적으로 스틸워터의 도시축제인 셈이었다. 7만 명을 수용하는 분 피켄스 스테이디엄(Boone Pickens Stadium)’은 그야말로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였고, 응원의 함성으로 천지가 진동하는 듯 했으며, 캠퍼스 안의 잔디밭과 도로변의 공터는 외지에서 온 관객과 응원단의 텐트촌으로 바뀌곤 했다. 거대한 RV(Recreational Vehicle)들과 관객들의 승용차가 시내 공용 주차장들을 점령하고, 주차장으로부터 경기장까지는 무료 셔틀버스들이 수시로 왕래했다. 이처럼 풋볼, 농구, 여자 축구, 야구, 레슬링, 테니스, 크로스컨트리 등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들이 캠퍼스 안에서 활발한 모습으로 공존하고 있었다.

 

OSU 스포츠의 대단한 모습은 대외적인 경기력 뿐 아니라 일반 학생들을 위한 생활스포츠에서도 두드러진다. 51개의 국내 선수권 챔피언십을 보유하고 있는 사실은 무엇보다 돋보이는 점이었다많은 챔피언십 보유 순위에서 OSU는 미국 대학 경기 연맹[NCAA: National Collegiate Athletic Association]의 최상위 그룹인 1그룹[Division 1]351개 대학들 중 4위에 속하고, 아이오와캔자스오클라호마텍사스웨스트 버지니아 주를 포괄하는 12 경기 협의회[Big 12 Conference]’ 소속의 10개 대학들 중에서는 1위에 속한다. 

 

그 뿐 아니라 캠퍼스 한 쪽에 서 있는 국립 레슬링 명예의 전당 박물관[National Wrestling Hall of Fame and Museum]’은 미국 전역에서 배출된 역대 레슬링 선수들의 모든 것들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링컨도 루즈벨트도 슈워츠코프도 레슬링 선수출신이라는 사실을 이곳에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이 명예의 전당은 단순히 힘깨나 쓰는 장사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다가 잊히는 한국과 달리 오래도록 명예가 드높여지고 보존되는 미국의 힘과 지혜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OSU 스포츠의 장점이 스타플레이어들의 엘리트 스포츠 종목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구성원들의 건강관리와 유지를 위해 세운 종합 스포츠관인 콜빈 센터와 세레티안 웰니스 센터, 크로스 컨트리 경기장, 잔디 축구장, 테니스장 등이 캠퍼스 안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스포츠 공간들은 대중 스포츠의 현장이었다. 구성원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이런 시설들은 대학이 엘리트 스포츠 아닌 대중 스포츠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증거들이었다.

 

18901225일 오클라호마 의회가 모릴법에 의거하여 개교한 오클라호마 지역 A&M 대학은 개교 이래, 많은 변화와 발전들을 거쳐 1957515일 오클라호마 주립대학[Oklahoma State University]으로 변신했고, 스틸워터를 그 본거지로 삼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스틸워터 이외에 ‘OSU-오크멀기 기술연구소[OSU-Institute of Technology in Okmulgee]’(1946), ‘OSU-오클라호마 시티[OSU-Oklahoma City]’(1961), ‘OSU-털사[OSU-Tulsa]’(1984), ‘OSU-건강연구소, 털사[OSU-the Center for Health Sciences-Tulsa]’(1988) 등의 분교들을 거느리게 됨으로써 명실상부한 이 지역의 대표 대학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스틸워터의 OSU 캠퍼스는 농업과학과 자연자원 대학[College Science and Natural Resource(CASNR)/농업경제학(Agricultural Economics), 농업경영학(Agribusiness) 16개 전공]’, ‘예술과학대학[College of Arts and Science(CAS)/영어(English), 역사(History) 24개 학과]’, ‘교육대학[College of Education(COE)/초등교육(Elementary Education), 직업기술교육(Career and Technical Education) 29개 프로그램]’, ‘공학건축기술대학[College of Engineering, Architecture, and Technology(CEAT)/소방안전기술(Fire Protection and Safety Technology), 산업공학과 경영학부(School of Industrial Engineering and Management) 13개 학부]’, ‘인문대학[College of Human Sciences(HS)/디자인학과(Department of Design), 호텔 식당경영학부(School of Hotel and Restaurant Administration) 4개 학과]’, ‘스피어스 경영학부[Spears School of Business/금융학과(Department of Finance), 마케팅학과(Department of Marketing) 7개 학과]’ 6개 대학 200여 전공으로 구성되어 있다.

 

스틸워터의 전체면적은 73.3였고, 그 중 다운타운의 면적은 이 채 안 되는 듯 했으며, 6.03에 달하는 OSU는 다운타운으로 감싸인 방사형의 구조를 이루고 있었다. 현실적으로 미국 내 대학들 가운데 OSU의 서열이 어떠하든, 동부나 서부의 전통적인 명문대학들과 비교하여 그 수준이 어떠하든, 스틸워터를 비롯한 오클라호마 주민들은 정말로 OSU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점이 이채롭고 감동적이었다. 서울과 지방 대학들 간의 서열을 따지고, 같은 지역 안에서도 대학 간의 서열을 따지며, 같은 대학 내에서도 학과 간의 서열을 따지며 차별하는 우리나라의 현실과 비교하면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그들에게 OSU는 오클라호마를 대표하는, ‘우리 대학이라는 의식이 강했다. 아름답고 깨끗한 자연 속에 평화로운 모습으로 늘어서 있는, 나지막하고 고풍스런 건물들이 OSU 캠퍼스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고 있었다. 밤을 새워가며 공부하고, 가끔 체육관으로 몰려가 ‘Go Pokes!’를 목청껏 외치며 OSU Cowboys들을 응원하는 세계의 수재들이 그 공간에 열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OSU에 머물며 미국 대학들의 경쟁력과, 그로부터 나오는 미국의 힘을 실감하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미국에 막 도착하여 뙤약볕 아래 캠퍼스를 돌아보는 백규와 멜라니

 

 

 

 


OSU 갤러거 아이바 경기장[Gallagher Iba Arena] 앞에 서 있는 'OSU Spirit Rider'

 

 

 

 


풋볼 경기 중 OSU가 한 점을 얻자 말을 탄 카우걸과 응원단이 경기장에 나온 모습
[Boone Pickens Stadium]

 

 

 

 


풋볼 경기를 관람하는 제이슨(Jason Culp)과 백규

 

 

 

 


풋볼 경기장에서 OSU를 응원하는 학생 응원단

 

 

 

 


풋볼 경기에서 OSU가 선취점을 올리자 기뻐 뛰쳐나온 응원단

 

 

 

 


크로스 컨트리 경기장에서 힘차게 출발하는 선수들

 

 

 

 


OSU에서 운영하는 캠퍼스 내의 호텔 Atherton

 

 

 

 


홈커밍 행사의 일환으로 학생들이 만들어 전시하는 홍보판

 

 

 

 


홈커밍 행사에 전시할 기숙사 장식물들을 합동으로 제작하고 있는 여학생들[sororities]

 

 

 

 


기숙사생들 스스로 한 학기 동안 기획하여 제작한 장식물을 기숙사 전면에 부착한 모습.
많은 일반인들이 이것을 구경하기 위해 캠퍼스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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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U 캠퍼스 내의 아파트[101 윌리엄스]

 

 

 

 


OSU 아파트를 관리하는 사무실 건물[Famil Resource Center/FRC]

 

 

 

 


대학 내의 치안을 담당하는 OSU 대학 경찰서 순찰차량들

 

 

 

 


겨울을 맞은 OSU 쎄타폰드(Theta Pond)

 

 

 

 


학생들이 언제나 찾아 체력을 단련하는 콜빈 레크리에이션 센타(Colvin Recreation Center)

 

 

 

 


학생들의 체력과 건강 증진을 위해 건립된 '세레티안 웰니스 센터' 입간판

 

 

 

 


갤러거 아이바 아레나에서 갖는 후기 졸업식의 한 부분

 

 

Posted by ki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