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칼럼/단상2015. 4. 13. 15:33

 



 




오십의 깨달음

-성선경의 시집을 받고-

 

 

며칠 전, 학과 학술답사여행 중이었다.

학과장 이경재 교수의 생일을 용케도 알아낸 착한 학생들.

그들이 점심 상 앞으로 케익을 안고 왔다. 이 교수에게 나이를 물으니, ‘40’이란다.

그가 나의 40’에 대해 물었다. “세상 무서운 것 없던, 참 좋은 때였소.” 내 대답이었다.

나의 50’을 그가 또 물었다. “참으로 초조해집디다.” 내 대답이었다.

 

오늘 점심 후 찻집에서 독문과 김대권 교수와 나이에 대한 그 문답을 다시 반복했다.

그는 왜 초조했냐고 물었다. “50 되기 전 몸에 돋은 가시 털과 입에 붙은 칼날을 모두 갈아 없애려 했는데, 여전히 형형한 빛을 발하는 것 같아서 초조했었소.” 내 대답이었다.

 

연구실에 들어오니, 함께 늙어가는 제자 성선경 시인의 새 시집이 도착되어 있었다. 책장을 넘기니 <오십>이란 시편이 실려 있었다. 그가 내 마음을 훔쳐보았던 걸까. 다음과 같은 시였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둥글어진다는 것

늙음이 넓음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온몸을 둥글게 둥글게 만다는 뜻

햇살이 잘 닦은 숟가락같이 빛나는 정오는

이제 절반을 지났다는 뜻도 되지만

아직 절반이 남았다는 말도 되지

나는 방금 전 오전이었고

나는 지금 금방 오후에 닿았지

어제의 꽃은 씨방을 키우는 중이고

어제의 나무는 막 붉게 물드는 중이지

천명(天命)을 안다는 지천명

아주 둥글어진 해

늙는다는 것은 둥글어진다는 뜻

오후가 나의 넉넉함과 이어지지 않아도

온몸을 둥글게 둥글게 만다는 뜻

햇살이 기울어 그림자가 동쪽으로 서는 시간

이제 절반을 지났다는 말도 되지

씨방 속에 또 싹이 나고

단풍 속에 물관이 선명하지

나는 방금 전 오전이었고

나는 지금 금방 오후에 닿았지

<66~67>

 

그렇다. 오십을 십년 가까이 넘기고 나서야 내겐 비로소 오십이 보였다.

그 점을 콕 집어 가르쳐준 시인은 나의 선생님이다.

그래서 지금 그가 고맙다.

 

 

 

Posted by ki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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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2012. 10. 30. 11:38

 

‘한국문예연구소 문예총서 15’로 김대권 교수의 번역서 <<하만 사상전집>> 출간!

 

 

하만은 헤르더와 더불어 독일의 질풍노도 문학운동을 주도했던 사상가이다. 그의 글은 단편이 주종을 이루는데, 김대권 교수(독어독문학과)가 그중에서 세 편을 골라 국내에서 최초로 번역했다.

먼저 <내 생애에 대한 생각>은 하만의 자서전으로, 여기에서 하만은 자신의 유년시절, 학창시절, 가정교사 활동, 런던과 리가에서의 생활 등 29세까지의 삶을 기술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자서전에는 하만의 신앙고백이 들어있어, 성서에 근거한 하만의 사상을 이해하고, <소크라테스 회상록>과 <미학의 진수>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 일종의 밑거름 역할을 한다.

하만 이전에도 소크라테스 전기를 쓴 사람은 많았다. 그리고 소크라테스를 성서 유형학적인 측면에서 선지자나 의인 혹은 예수에 비유한 전통도 있었다. 그러나 하만은 <소크라테스 회상록>에서 일반적인 의미의 소크라테스 전기를 쓰기보다는 그의 생애에서 “기억할 만한” 점만을 골라 간략하게 기술한다. 그리고 당시의 계몽주의자들과는 달리, 이 고대 그리스 철학자를 자신의 멘토이자 본보기로 삼는 데만 그치지 않고, 나아가 자신을 소크라테스에게 투영하여 오만한 이성의 마력에 휘둘린 계몽주의의 지적 풍토에서 기꺼이 소크라테스적인 역할을 담당하고자 한다.

<미학의 진수>에서는 창조, 타락, 구원, 재림이라는 성서의 큰 틀 속에서 ‘미학’ 문제가 논의된다. 여기에서 ‘미학’이란 바움가르텐이 정의한 “감각적 인식에 관한 학문”이라는 의미와 더불어 예술이론이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미학’ 문제는 주로 추상 위주의 시대경향에 대한 비판과 추상에 의해 배제된 자연, 감각, 정열을 복권하려는 측면에서 논의된다. 저서의 제목과는 달리 ‘미학’은 본격적이고 체계적으로 논의되지 않고, 단편적으로 스쳐지나가듯이 언급되어 여설적인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성 중심적인 18세기의 전반적인 문화현상에 대한 ‘미학’의 측면에서 제기한 촌철살인은 주목할 만하다.

강호제현의 일독을 권한다.

 

하만 사상선집: 요한 게오르크 하만(지음)/김대권(옮김). 인터북스 2012. 값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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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2009. 10. 28. 10:40
김대권 교수, 헤르더의 「1769년 여행일지」번역 출간
요한 고트프리히 헤르더의 50일간 바다 여행일지 국내 최초 번역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독어독문학과 김대권 교수가 요한 고트프리트 헤르더의 「1769년 여행일지」를 번역 출간했다.

숭실대 한국문예연구소 문예총서 4로 발간된 이 책은 헤르더가 50일간의 바다여행(리가-발트해-북해-영불해협-팽뵈프)을 마치고 낭트와 파리에 체류하면서 쓴 글이다.

헤르더의 여행일지에서 큰 골격을 이루는 것은 자아와 당대의 현실에 대한 반성이다. 그는 과거의 자아와 그 자아를 둘러싼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여 바다여행을 결심하게 되며 여행 도중에는 바람직한 미래의 자아상을 정립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의 자아 개혁의지는 개인적인 차원에만 머물지 않고 시대적인 차원으로까지 확장되는데, 이는 자신의 문제가 당대에서도 그대로 재현됨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은 문학사적인 측면에서 볼 때 헤르더의 ‘노화’한 자아와 현실을 개혁하려는 질풍노도 문학운동가의 고뇌가 스며있다. 답답한 ‘이론의 세계’를 떠나 ‘행동의 세계’로 나아가고자 했고, ‘죽은’ 지식을 양산하는 교육에서 ‘산지식’을 지향하는 교육으로 전환하고자하는  노력이 담겨 있다.

요한 고트프리트 헤르더(Johann Gottfried Herder, 1744-1803)는 목사, 문학비평가, 철학자, 신학자, 교육자로서 독일의 질풍노도 문학운동을 주도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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