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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칼럼/단상2011. 1. 3. 08:10

2011년=민족자존심 회복의 원년


                                                                                                    조규익
                                                                        
 지난해의 천안함 격침과 연평도 포격만큼 최근 들어 우리의 현실을 각성시켜 준 사건들도 없었다. 북한에 의해 반복적으로 저질러진 그간의 도발들이 지난 정권들의 '햇볕정책'과 맞물려 '안보 현실의 추상화'에 기여했다면, 이번 사건들은 우리에게 '안보 현실의 문제적 실상'을 구체적으로 인식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지난 정권들의 '햇볕정책'이 얼마나 공허한 '짝사랑'에 불과했는가를 만천하에 드러낸 동시에 반사적으로 우리의 체제나 대비가 얼마나 취약한가를 보여 준 것이 바로 이 사건들이다.


 그런데 두 사건의 바탕에는 간단치 않은 국제 정치적 맥락이 깔려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연평도 포격사건이 일어난 뒤 한국과 미국은 서해에서 대규모 연합훈련을 했고, 이어 우리 군은 포격사건으로 중단되었던 정례적 사격훈련을 재개했다. 이 훈련을 트집 잡아 북한은 보복타격의 협박을 공언했고, 연평도 포격사건의 책임소재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던 중국과 소련이 들고 나서서 사격훈련을 저지하려 했다. 심지어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소집을 요구하여 '한 국가가 자기 영토 안에서 실시하는 정례적 훈련'까지 포기시키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서방세계를 중심으로 하는 대다수 이사국들의 반대로 무산되긴 했으나, 일방적으로 북한 편을 들고 있는 러시아나 중국의 태도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치적 역학의 미래에 대하여 매우 시사적이다.


 또 한 가지 공교로운 일은 한국과 미국의 공조로 연평도 포격사건을 정리하고 그에 대한 응급대비를 하는 와중에, 미뤄두었던 '한미 FTA'의 원안이 미국에 유리한 쪽으로 수정·타결된 점이다. 의도 여부를 불문하고 미국의 군사적 지원이 '한미 FTA'를 미국에 유리한 쪽으로 타결되도록 한 지렛대로 작용했음은 뻔한 일이다.


 중국과 러시아 역시 자국의 이익을 생각하면 한반도의 현상유지가 바람직하다.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거나, 남한에 의한 통일국가가 출범하는 것은 두 나라 모두에게 껄끄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내버려두면 무너지게 되어 있는 북한을 어떻게든 떠받쳐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 이들 나라의 최고 전략이다. 더욱이 조만간 미국과 중국의 정상이 만나 대화의 재개에 합의할 것으로 관측되고, 그간의 강성 기조를 바꾸어 6자회담의 수용을 암시한 이명박 대통령의 최근 언급을 미루어 본다면,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주판알 튀기기가 이미 본격 가동의 단계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그것대로 그들에게는 기회이고, 단순한 분쟁으로 끝난다 해도 한국에 고통을 주면서 통일한국의 출범을 막을 수 있으니 그건 그것대로 이익이다. 이런 와중에 국제적인 바보 역할을 하는 것이 남북한의 권력집단이고, 희생되는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민초들이다. 자국 내 이권을 담보로 식량이나 물자를 구걸하러 뻔질나게 중국을 찾는 김정일 집단에게 민족의 자존심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그에 대응하여 자신들의 이익 확보에 바쁜 미국이나 일본의 힘을 빌려야 하는 남한 또한 떳떳치 못한 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그간의 안이했던 자세를 고쳐 안보 분야의 '주적 개념'을 손 보고, 북한 주민들을 회유하는 방향으로 통일정책을 수정한다 해도,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구조가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통일은 어렵다. 북한이 불시에 붕괴하도록 방치하지도 않을 것이며, 우리의 흡수통일 또한 용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강대국들의 입장에서야 분단구조의 고착화를 원할 텐데, 그 구조가 지속되는 한 안보 불안은 상존할 것이다. 이런 쉽지 않은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서라도 남북한 모두 의식의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김정일 사후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탈북자들을 관리하는 현행 체제를 좀 더 효율적으로 정비하여 통일 이후에 대한 북한주민들의 불안감을 없애주어야 한다. 주변 열강들의 이해에 휘둘리는 것이 남북한의 현재 모습이다. 남북통일의 대전제는 민족의 자존심이다. 2011년을 남북한이 함께 민족자존심 회복의 원년으로 삼을 수 있도록 힘을 합해야 하는 것은 남북한이 열강들의 먹잇감으로 지속되어 온 비극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 
                                                                         <숭실대 교수/인문대 학장>
                               

Posted by kicho
알림2011. 1. 1. 15:33

새해인사

 

신묘년 새해 아침이 밝았습니다.

백규서옥을 찾아주시는 귀한 손님 여러분께 새해인사를 드립니다.

올해 더욱 건강하시고 뜻하시는 모든 일을 성취하시기 바랍니다.

 

지난해는 국가적으로 다사다난했었습니다.

천안함 격침과 연평도 포격사건 등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일들이 생각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나라의 장래를 근심하게 만들었습니다만, 그나마 그런 궂은일들을 통해서라도 우리가 정신무장을 다질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연구와 교육, 학장직 수행 등으로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그러나 막상 결산해보니 움직임에 비해 소득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논문이나 저서는 예년의 수준으로 발표했고, 프로젝트 건으로 우즈벡을 두 번 다녀왔으며, 학술발표와 학교 공무로 중국을 두 번, 학술답사 목적으로 대마도를 한 번 다녀왔습니다. 한국문예연구소를 통해 두 차례의 학술대회[국내/국제]를 비교적 성황리에 마쳤고, 두 차례에 걸쳐 논문집을 발간했으며, 10여권의 학술총서와 문예총서를 발간했습니다. 학장직과 관련한 굵직한 행사들도 몇 가지 있었습니다만, 숭실 시낭송축제, 고은 시인과 황지우 시인을 초대한 ‘인문학 포럼’ 등은 그 가운데서도 기억에 남는 일들입니다. 그러고 보니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적지 않은 일들을 수행했군요. 그러나 문제는 이런 일들을 여하히 우리의 내부적 역량으로 축적해 나가느냐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의미를 건지지 못한 채 그냥 흘려버린 시간들이 적지 않았던 과거를 떠올리면, 지난해에 많이 움직였으면서도 소득이 없었던 것처럼 여겨지는 것도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따라서 올해부터는 많이 움직이는 것보다 차근차근 의미를 확보하는 데 주력고자 합니다. 올해의 움직임을 내년의 더 큰 움직임을 위한 발판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는 기회가 주어지면 주어지는 대로 잡고, 주어지지 않으면 일부러 찾아서라도 공동체의 삶을 발전시켜 나갈 의무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는 소득 못지않게 문제도 많았었습니다. 가장 큰 것은 연구비 수주액이 미미했다는 점입니다. 이 점은 향후 연구소 운영에 심각한 걸림돌이 될 수도 있으리라 보는데, 올해는 기필코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전력투구해야 하리라 봅니다. 많은 도움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동참해주시고 도움을 주신 여러분에게 고마움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올해도 변함없이 저희들을 지지해주시고 격려해주시리라 믿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늘 건강하시고, 가정에 큰 복이 함께 하시길 기도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신묘년 첫날 아침

 

조규익 드림

Posted by ki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