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가의 보도'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4.07.10 교육부 장관 후보 청문회를 보며
  2. 2007.04.10 대학평가와 일부 메이저 대학들의 행태
글 - 칼럼/단상2014. 7. 10. 12:13

교육부 장관 후보 청문회를 보며

 

 

 

몇 년 전의 일이다. 가까이에 있던 지인들 중의 하나가 연구비 부정 집행으로 검찰에 불려간 일이 있었다. 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할 돈의 상당부분을 자신이 편취(騙取)’한 혐의였다. 소문에 의하면, 그는 새파랗게 젊은 검사에게 그건 자신이 주도한 일은 아니며, 그간 학계에서 관행적으로 해오던 일이라는 요지로 강변을 했다 한다. 평소 그에게 별 호감을 갖고 있지도 않았지만, 당시 그가 했다는 그 말을 듣고 나서 그에 대한 최소한의 기대마저 접고 말았다. 자신의 범죄행위를 학계의 관행으로 눙치려고 한 그의 그 말만으로 판단하자면, 그는 인간도 아니었다. 

 

                                 청문회에서 진땀을 닦고 있는 교육부 장관 후보[사진은 중앙일보에서 가져 옴]

                    

 

요즘 또 다시 내 속을 긁는 인간이 하나 등장했다. 언론 매체들을 매일 매 시간 새로운 뉴스로 도배하고 있는 인물. 바로 교육부 장관 후보로 내정된 김명수 교수다. 처음에 그 이름을 접하곤 하도 듣보잡이라서, ‘박 대통령이 모처럼 의외의 인물을 하나 찾아냈구나!’ 하고 은근히 기대를 했었다. 나와 분야가 다르니 처음 듣는 이름이라고 무조건 폄하할 일은 아니고, 무엇보다 똑똑한 인물로 차고 넘치는 대한민국에서 상아탑에 틀어박혀 조용히 학문을 연구해온 참 학자이려니!’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후보 지명의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그에 관한 온갖 추잡하고 저급한 소식들로 매스컴은 도배되기 시작했다. 논문 표절[*후보자의 사례는 '표절'과 '탈취'가 뒤섞인 경우다], 칼럼 대필, 사교육 업체 주식 투자 등등. 학자로서는 가장 추악하면서도 빠져나갈 수 없는 범죄행위들의 한복판에 그는 서 있었다. 급기야 그의 제자들 가운데 한 사람은 그런 범죄의 과정들을 언론에 낱낱이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도 얼굴을 들고 청문회 자리에까지 나온 그는 참으로 후안무치했다. 더욱 고약한 건 청문회장에서 자신의 비행을 변호하기 위해 관행이란 말을 꺼내들었다는 점이다. 자신의 그런 행위들이 그 시대의 관행이었으니, 잘못이 없다는 뜻일 것이다. 그의 그 말 한 마디에 나는 조금 전에 먹은 음식을 토하고 말았다. 앞에 말한 연구비 부정 집행 교수가 사용한 관행이란 말을 김 교수 역시 청문회장에서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만 것이다.

 

 

관행이라? 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할 연구비를 편취한 행위가 관행이라? ‘제자의 논문에 자신의 이름을 제1저자로 얹고, 그 논문으로 연구비를 받아 챙기고, 한국연구재단의 실적목록에는 아예 자신의 단독논문으로 올리고, 그런 논문들로 승진을 하고, 일간신문에 기고하던 칼럼을 학생들에게 대필시킨그런 행위들이 관행이라?

 

 

국가가 발주하는 모든 프로젝트의 경우 반드시 연구원들에게 돌아갈 인건비의 액수가 예산으로 정해져 있고, 연구비 집행 기관에서는 연구 책임자인 교수를 경유하지 않고 그들에게 직접 지급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연구 책임자가 연구원들이 지급받는 돈의 일부를 자신에게 보내도록 강요한다면, 어렵지 않게 그 돈을 편취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칼을 들고 행인들의 돈을 빼앗는 것만큼이나 극악한 범죄행위다. 자신이 책임자로 되어 있는 프로젝트에서 가난한 젊은 학자들이 일시적으로라도 생활비를 지급받게 되는 사실에 마음 편해 하고 안도하는 것이 대부분 교수들의 상정(常情)이다. 주변의 젊은 학자나 학자 지망생들이 생활고에 부대끼지 않고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을 자신이 만들어 주었다면, 그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논문 한 편을 써보면 안다. 글 쓰는 노동이야말로 등잔 속의 기름이 바작바작 말라가듯얼마나 삶의 진액을 소모하는 일인가를, 직접 써본 사람만 알 수 있다그런 논문을 빼앗는다는 것은 무엇으로도 변명할 수 없는 범죄다. 그것도 다른 사람 아닌 제자의 논문을 자신의 것으로 빼앗았다니, 말문이 막힐 일 아닌가. 교직에 종사해온 그 긴 세월 동안 단독저서 한 권 내지 못했다는 사람이니, 단독 논문인들 제대로 낸 적이 있을까. 학문과는 거리가 먼 국회의원들이 표절의 의미에 대해서 물었으나 제대로 답변조차 못했다니, 다시 무슨 말을 덧붙이랴! 그런 사람을 교육부 장관으로 간택하고 국회에 통과시켜 줄 것을 요청한 대통령은 대체 어떤 사람인가. 

 

 

이제 다시 찾을 일 없을 것처럼, 우물에 똥을  퍼붓고 간못된 인간들이다관행이란 편리한 말로 자신들이 몸담았던 대한민국의 지식사회를 잠재적 범죄 집단으로 몰고 갔기 때문이다. 자신의 처지가 아무리 궁하다 해도 대다수 선량한 이웃들의 얼굴에 똥물을 끼얹어서는 안 된다. 물론 어느 공동체에도 범죄자는 있다. 그렇다 해도 그런 범죄행위를 관행 운운의 궤변으로 일반화시켜서는 안 된다. 똑똑하지만 가난한 제자들이나 주변의 배고픈 학자 지망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길 바라는 대부분의 교수들에게, 지금도 연구실에 틀어박혀 한 편의 논문을 완성하기 위해 기력을 소진하고 있는 학자들에게 그 이상 더한 모욕이 어디에 있을까?

Posted by ki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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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칼럼/단상2007. 4. 10. 08:46
대학평가와 일부 메이저 대학들의 행태

           
언제부턴가 대교협의 평가에서 주요대학들이 빠지기 시작했다. '평가척도나 공정성에 대한 불신'을 표면적인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좀 떳떳치 못한 내면구조가 있는 듯 하다.

가장 큰 것이 '결과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세평(世評;세상의 평판)에 의지하여 그 대학들 나름의 레벨은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소문 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던가? 막상 까발려 놓았을 때 기대 이하일 확률이 높은 게 사실이다. 말하자면 실상에 비해 지나치게 '고평가(高評價)'되어온 것이 그간의 실정이었다. 그런 점에 대하여 그들 스스로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평가 대상이 되는 걸 꺼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예 평가를 받지 않음으로써 그런 위험부담을 지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 솔직한 내막일 것이다. "우린 아예 평가를 신청하지도 않았다. 그러니 이런 평가의 결과를 신뢰하지 말아다오!" 대충 이런 것이 이른바 'SKY'로 대표되는 메이저 대학들의 공통적인 심리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그들도 후발대학들이나 마이너 대학들이 하는 식으로 '필사적으로' 매달리면 반드시 좋은 평가를 받을 건 분명하다. 워낙 가진 것이 많고 조건이 좋은 대학들이니 조금만 힘을 들이면 될 것이다. 그러나 그간의 행태로 미루어 학교 당국이나 학과교수들 사이에 그런 일을 밀고 나갈 리더십이 있을 턱이 없다. 표현이 좀 뭣하긴 하지만, 모두들 '대가연(大家然)'하고 있는 그들이, 최고의 학자로 자부하고 있는 그들이 '좀스럽게' 대교협의 점수기준이나 따지고 앉아있을 리가 없다. 평가를 잘 받아서 좋은 결과가 나와봐야 '본전치기'에 불과한 것도 그런 행태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우스운 건 후발대학들이 아무리 성실하게 열심히 준비하고 대비하여 좋은 점수를 따놓아도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1부리그 선수들이 모조리 불참한 가운데, 2, 3부 리그 선수들만 참여하여 1등 아니라 특등을 해도 어떤 반대급부가 주어진다거나 얼마간의 이득마저도 주어지지 않는다는 현실이 문제다. 그렇다고 교육부가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휘두르는 '지원금'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메이저 대학들이 다 빠진 평가결과인데 언론매체인들 중요하게 다루어줄 이유가 없다. 이런 사실을 소상하게 알고 있는 국민들이다. 대교협의 평가결과 1등을 했다고 해서 그들이 다른 대학 내팽개치고 그 학교로 자녀들을 보낼 이유가 없다.

따지고 보면 허망한 일이다. 후발대학이나 소규모 대학들이 아무리 노력한들 무슨 보람이 있을 리 없다. 고속도로변에서 심심치 않게 만나는 대학 홍보문구가 있다. "**대학, 무슨무슨 평가에서 최우수대학으로 선정!"이라는 대문짝만한 현수막들이 펄럭이고 있지만, 대부분은 지명도가 없는 대학들이다. 국민들이나 수험생들이 그런 정도의 현수막에 감동되어 자발적으로 그런 대학들에 지원할 이유가 없으니, 비극 아닌가.  

현재 상황에서 대교협의 평가 결과에 일희일비하거나 모든 것을 걸 필요나 이유가 없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더구나 그 결과를 학교 홍보에 이용한댔자 잘못하면 웃음꺼리가 될 공산만 크다. 그러니 그런 평가를 위해 오랜 기간 고생하는 요원들이나 많은 돈을 들이는 학교 당국으로서는 참으로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물론 평가를 준비하면서 대학의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는 있고, 그것이 평가의 잇점이라면 잇점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얻는 것에 비해 잃는 것이 너무 많다는 점을 우리는 유념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교육부나 대교협, 그리고 각 대학들은 정체된 현상황을 타개할 만한 지혜를 새로 짜 내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FTA 상황 하에서 모두 공멸(共滅)의 길로 나갈 수밖에 없다.

2007. 4. 9.

Posted by ki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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