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8.01.02 지나온 40년, 또 다른 40년
  2. 2015.06.25 <<한국문학개론>> 출간!
글 - 칼럼/단상2018. 1. 2. 11:48

지나온 40, 또 다른 40

-새문사 40주년을 축하함

 

 

조규익(숭실대 교수)

 

 

사범대학 졸업 후 고등학교 국어교사가 되었고, 모 대학 교육대학원에 잠시 적을 두었었다. 어수선하기 짝이 없던 1978년의 일이다. 교육대학원 재학 중 그 대학 도서관에서 쉘리(P. B. Shelley)<<시의 옹호(A Defence of Poetry)>>를 우연히 만났다. 시론 강의를 들어볼 기회가 없었던 내게 이 책이 주는 충격은 컸다.

 

우선 제목이 흥미로웠다. ‘시의 옹호? ‘사람들의 비판으로부터 시를 변호하겠다는 뜻일 텐데, 그 말이 내 호기심을 도발했다. ‘를 경()으로까지 숭배해 온 동양에서야 시를 비판하거나 비난하는 일은 상상도 못할 일. 내가 알고 있는 시 혹은 시인에 대한 비판은 플라톤의 시인 추방론이 유일했고, 그의 논리는 아리스토텔레스에서 발원한 서양 시론의 발판이었다. 그래서 그 책이 눈에 뜨였던 것일까.

 

다 읽고 나자, 새삼 번역자와 출판사가 눈에 들어왔다. 영문학자이자 비평가였던 윤종혁 선생은 당시 지식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던 인사였으나, 신생 새문사의 출판사명은 아주 생소했다. ‘새롭다는 뜻일 것이고, 출판사인 이상 이란 을 뜻할 텐데, ‘신문(新文)’이라 하든지 차라리 새 글이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아니면 말 그대로 새 문(new gate)’의 뜻일까. 의아함과 호기심으로 새문사란 명칭이 마음에 콕 박힌 것은 그 때부터였다.

 

직장과 교육대학원을 접고, 적수공권(赤手空拳)으로 모 대학에서 대학원 공부를 시작했다. ‘지적 홀로서기를 준비하던 내 대학원 시절은 영인본 출판의 전성기였고, 의미 있는 연구서들이 대량 출간되기 시작한 시기였다. 때 맞춰 새문사에서도 내 전공분야의 책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정병욱, 김열규, 신동욱 등 당대를 풍미하던 선학들이 국문학의 키를 잡고 새문사를 한국 지식사회의 광장으로 몰고 나왔다.

 

새문사의 책이 나올 때마다 두려움과 부러움이 엄습했다. 이 분들을 능가하는 이론과 논리로 내 시대를 열어 볼 수 있을 것인가. 새문사에서 이 정도의 책들을 낼 기회가 내게도 주어질 것인가. 전자는 두려움, 후자는 부러움이었다. 새문사의 책이 나올 때마다 내 호주머니는 가벼워졌고, 두려움과 부러움의 무게는 커져만 갔다.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몇몇 출판사들에서 내 책들을 내기도 했지만, 새문사에는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 두려움과 부러움이 오기로 변하는 상황을 경험하면서 흘려보낸, 긴 세월이었다. 좋은 글의 생산자도, 읽어줄 소비자도 많아 한국문학이 잘 나가던 당시였다. 시장의 활황으로 좋은 출판사들의 목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는 사실을, 무지한 나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베이비 부머 세대의 한 복판에 태어난 나는 어려서부터 책에 갈급(渴急)하며 살아왔다. 교과서 외에 읽을 거라곤 비료 부대에 인쇄된 글들뿐이었다. 책에 관한 내 유년기의 트라우마 때문일까. 더 이상 책을 놓아둘 공간이 없는 최근까지 지출의 1순위는 책이다. 그래서 좋은 책과 저자, 출판사는 내가 선망하는 불변의 대상들이다. 3, 40년 세월의 갈피 속에서 저자와 출판사가 함께 이룩한 학문적 결실의 양적인 증대나 의미 있는 발전은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다. 우리 지식사회가 이제 학문의 르네상스를 넘어 완숙기에 접어 든 것이다.

 

당시 40대 초반이셨을 이규 사장님을 몇 해 전에 뵈었다. ‘처음으로 부탁을 받아새로운 세대의 <<한국문학개론>>을 여러 학자들과 함께 만들었고, 내친 김에 <<조선조 악장 연구>>도 낼 수 있었다. 학생에서 학자로 변신해온 지난 세월은 책에 대한 내 트라우마의 치유 기간이었고, 바야흐로 장년에 접어든 새문사의 성장기였으며, 우리나라 지식사회의 완숙기였다. 이제 누군가 또 다른 트라우마 보유자를 발굴하여 그와 함께 또 다시 40년을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불혹(不惑)’에 접어든 새문사가 계획하고 수행해야 할 당면 과제가 아닐까.

 

 

Posted by kicho
출간소식2015. 6. 25. 16:32

 

 

 

 

일을 추진한 지 대략 7~8개월 만에 <<한국문학개론>>(새문사)이 세상에 나왔다. 시대와 학생들이 바뀌었음에도 한국문학계 전반이 시름에 빠져 있기 때문일까. 좀처럼 새로운 한국문학개론이 나올 기미가 없었던 것이 저간의 사정이었다. 이런 갈급(渴急)의 상황에서 이 <<한국문학개론>>이 튀어나온 만큼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으리라 본다.

이 책의 출간 의도는 다음과 같은 머리말에 명료하게 드러난다. 그 글을 여기에 붙임으로써 이 책의 특징과 의미를 널리 공유하고자 한다.

 

 

머리말

 

학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국문학개론의 체제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되, 이름을 한국문학개론으로 바꾸고 새 얼굴의 필자들이 참여하여 논조와 방향의 참신함을 추구고자 한다.

 

세상이 급격히 변한다하여 한국문학개론도 그에 따라야 하는 건 아니다. 한국문학에 관한 관점을 바꾸는 일이 쉽지 않고, 바꾸는 것이 꼭 지혜로운 일도 아니다. 이 단계에서 체제와 내용 등 모든 것들을 바꾸는 모험을 시도하지 않은 것은 이 책이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 혹은 앞 세대와 뒷 세대의 연결고리이기 때문이다. 사실들의 부정확함이나 해석상의 오류들에 대한 수정과 함께 새로운 해석적 견해들을 덧붙임으로써 완성단계의 혁신적 한국문학개론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었다고 우리는 자부한다. 독자들은 각각의 장르에서 필자들이 말하는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리라 보는데, 그것이 바로 이 책 소임 중의 큰 부분이다.

 

한국문학 가운데 주로 고전문학을 해석설명해온 것이 한국문학개론의 대체적인 모습이다. 조만간 고전-현대의 시간적 통합이나 남북한-해외한인의 민족 통합을 지향하는 한민족문학개론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는 것이 우리의 미래지향적 관점이다. 이 책은 그 단계로 진입하기 위한 과도기적 산물들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편의상 다음과 같이 16개 분야로 나누어 집필되었다.

 

총론: 조규익(숭실대학교 교수)

고대시가향가: 서철원(서울대학교 교수)

고려속악가사: 허남춘(제주대학교 교수)

경기체가: 최재남(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악장: 조규익(숭실대학교 교수)

시조: 신경숙(한성대학교 교수)

가사: 윤덕진(연세대학교 교수)

민요: 권오경(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무가: 표인주(전남대학교 교수)

신화전설민담: 송효섭(서강대학교 교수)

국문소설: 차충환(경희대학교 교수)

한문소설: 정출헌(부산대학교 교수)

판소리와 창극: 김기형(고려대학교 교수)

전통희곡: 전경욱(고려대학교 교수)

속담수수께끼: 최원오(광주교육대학교 교수)

고수필: 한길연(경북대학교 교수)

한문학: 이종묵(서울대학교 교수)

 

쉽지 않은 주문에도 최고의 글들을 주신 필자 여러분, 학술출판의 외길을 꼿꼿이 걸어가시는 새문사 이규 사장님, 프로의식으로 무장한 편집부원 여러분. 이 분들 덕에 멋진 책이 나왔음을 기뻐하며,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2015. 5. 20.

 

필자들을 대표하여 조규익

Posted by ki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