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칼럼/단상2009. 2. 2. 02:22

 나자리 왕궁은 이슬람 문화의 정수였다. 메수아르의 방(Sala del Mexuar)을 출발하여 헤네랄리페에서 우리의 관람은 끝이 났다. 메수아르의 방은 술탄이 집무도 하고 예배도 보던 방으로 사면의 벽이나 천정이 아라비아 문양의 타일로 덮여 있었다. 이슬람 문화에서 시작되어 중국의 도자기 문화와 만나 더욱 고급화 된 것이 타일이다. 이 방에서 아라야네스 중정(Patio de los Arrayanes)으로 나가니 양 옆으로 향내 그윽한 아라야네스가 심어진 직사각형(남북 35m, 동서 7m)의 연못이 나오는데, 작은 원형의 분수가 설치되어 있었다. 이곳의 조경에는 단 한 명의 노예도 동원되지 않았을 만큼 민폐를 끼치지 않은 역사(役事)였다는 점이 이채로웠다. 타지마할 등 동서의 건축술이 만나 이루어진 것이 이 왕궁이었던 만큼 노예들의 노역(勞役)이 그다지 달갑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이곳 연못은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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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함브라의 아름다운 타일 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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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아라야네스 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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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타일 문양>
 
7개의 아름다운 아치 앞에는 정사각형의 공간인 대사의 방이 있었다. 술탄이 외국사절들을 알현하던 장소로서 그림 타일의 벽면, 상감 공예의 천장, 바닥 등 아라베스크 문양으로 덮인 곳이었다. 그곳에서 나가니 사자의 중정(Patio de los Leones)이 나타난다. 이곳은 술탄을 제외한 남성들의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어 있던 하렘 구역이었다. 정교한 석회세공과 유대인의 12부족을 상징하는 열두 마리의 사자가 받치고 있는 원형분수가 눈길을 잡았다. 사자의 궁전을 나서자 파르탈 정원(Jardines del Partal)이 앞길을 막아선다. 연못 주위로 꽃과 나무들이 서 있고, 연못에는 귀부인의 탑이 서 있으며, 두 자매의 방과 그 주변의 아름다운 장식들은 우리의 눈을 사로잡았다. 술탄이 가장 사랑했던 카톨릭의 두 자매를 위한 방으로, 그들의 위한 사랑의 글귀가 새겨져 있었으며, 모카라베스 양식으로 건축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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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렘 구역의 아름다운 열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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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렘 구역의 아름다운 열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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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 어빙 집필실의 표지판>

Posted by kicho
글 - 칼럼/단상2009. 2. 2. 01:58


 다음 날 호텔에서 이른 아침을 먹은 다음 서둘러 나간 곳이 이번 여행의 꽃인 알함브라 궁. 멀리 보이는 시에라 네바다 산맥엔 비구름이 걸려 있고, 나그네의 외투 깃으로 빗방울이 파고들었다. 과연 알함브라는 이슬람 문화의 정수였다. 가이드는 산책하는 기분으로 알함브라를 느껴보라 했지만, 알함브라에 엉겨있는 역사의 고비들이 너무 복잡하여 나그네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워싱턴 어빙(Washington Irving)이 미국 공사관의 자격으로 마드리드에 재직하던 중 알함브라 궁에 머물면서 무어(Moor)인들의 전설을 기록한 <<알함브라 이야기(Tales of the Alhambra)>>에 넘쳐나는 낭만적 상상으로도 이미 지쳐있는 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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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함브라궁의 출입구에 모여선 관광객들. 이 날 비가 내리고 있었다>
 
13세기 전반, 옛날부터 존재하던 알카사바를 확장하면서 궁궐의 건축이 시작되었고, 14세기 후반에 이르러서야 알함브라는 현재의 모습을 드러냈다. 왕궁, 카를로스 5세 궁전, 알카사바, 헤네랄리페(General Life)으로 구성된 알함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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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카사바에서 내려다 본 창고 터, 무기고 터, 군사들의 숙소 터>

 우리는 전망대를 빼곤 흔적만 남은 알카사바에 맨 먼저 올랐다. 벽채의 반 이상이 날아가고, 아래쪽 흔적만 남은 공간들이 바둑판처럼 하늘을 향해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라나다 왕국의 무하마드 1세가 9세기에 이미 존재하던 성채를 정비․확장한 곳이다. 군인들의 막사, 식량창고, 목욕탕 등이 흔적만 남아 있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저 멀리로 시에라 네바다 산맥이 보이고 가까이는 민간 가옥들의 내부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벨라탑(Torre de Vela)의 전망고 그 아름다움을 만끽했다. 시에라 네바다의 정상에 덮인 흰 눈처럼 왕궁 근처 민가들의 벽채도 모두 새햐얀 모습을 하고 있었다. 헤네랄리페~알바이신 지구, 사크로몬테 언덕, 그라나다 중심부 등이 이곳에선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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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의 탑에서 내려다 본 그라나다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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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의 탑에서 내려다 본 그라나다 민가들>

Posted by ki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