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칼럼/단상2020. 4. 16. 12:04

                                                                                                                                   

 

                                                                                                                                                                                                                                     조규익

 

난세에 정당을 이끌만한 아무런 식견도, 정치력도, 순발력도, 카리스마도 갖추지 못한 황교안!   

 

인간들에게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고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이 언제 당을 만들어 세속의 권력을 탐하셨더냐? 군중들을 광장에 모아 불의의 권력에 대한 저항의지를 보여주었으면, 그 다음 일들은 정치인들에게 맡겨야지. 어찌 세속의 권력을 탐하여 정당까지 만들고 소란을 피운단 말이냐? 자초한 감옥살이가 십자가를 짊어지신 예수님의 희생이라도 된단 말이더냐? 전광훈!

 

탄핵당한 박근혜의 이름으로 완력을 자행하려 파당을 만든 조원진, 홍문종, 김문수 등 두서너 명의 냄새나는 정치인들! 지금도 그대들의 행위가 정녕 박근혜를 위한 일, 국민을 위한 일이라고 강변하는가? 박근혜를 팔아 그대들의 입신양명을 도모하려 함이 아니던가?

 

그동안 잘 닦아온 지역구에서 의원들을 빼내다가 엉뚱하게 다른 곳에 꽂아 넣거나 제법 잘 해온 의원들을 낙천시키고 휘하의 함량미달인사들을 공천한 것을 참신함으로 위장한 정치적 낭만주의자김형오! 지금이 그런 '멋 아닌 멋'을 부릴 태평성대인가?  ‘다리를 건널 땐 말을 바꿔타지 않는다는 평범한 금언을 잊었는가?

 

전략적으로 만든 비례전문 정당을 잠시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게 웬 떡이냐?’ 쾌재를 부르며 꿀꺽 삼키려다 배탈이 난 멍청이 한선교와 공천위원장 공병호!

 

반문의 기치를 내세우고 지역구 의원들을 각개약진 식으로 통합당에 보내놓고 정작 자기는 오불관언(吾不關焉)’ 거리를 유지하면서 잊을만하면 정치적 선문답이나 날린 철부지 안철수! 지금도 그 방법 밖에 없었다고 변명하는가?

 

공천을 받지 못하자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 낙선함으로써 보수진영을 '확인사살한' 몇몇 저질 정치인들!

 

***

 

무능하고 부도덕한 좌파 권력이 던져 주는 몇 푼의 돈에 판단력을 매수된 일부 한국인들은 그들의 전략과 전술에 길들여져 남미의 민중으로 전락헸고, 정치인 아닌 정치꾼들은 온갖 사술(邪術)로 국민들을 오도(誤導)하고 있으며, 이들을 대신할 보수야권의 인재들마저 보이지 않는 이 현실!  이런 상태라면 앞으로 영원히 저들을 이길 수 없다.

바야흐로 무법천지의 난세가 펼쳐지고 있다. 어찌 할 것인가?

Posted by kicho
글 - 칼럼/단상2020. 3. 22. 01:13

 

                                                                                                                                                    조규익

 

박근혜가 탄핵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의 무능함이 너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반대 진영에 의해 ‘대통령 탄핵’의 사유가 날조되었고, 그들이 불법으로 동원한 이른바 ‘촛불 시위대’의 협박에 비겁한 대법관들이 꼬리를 내린 결과가 탄핵으로 귀결되었다고, 지금까지 그의 진영에서는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설사 부분적으로 그런 점을 인정한다 해도, 당시 박근혜의 상황 대처 모습에 대하여 나는 참을 수 없을 만큼 실망했던 것이 사실이다.

 

나는 처음부터 변함없는 보수 쪽 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나는 박근혜가 대통령 자격을 흡족하게 갖추었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고, 그를 좋아하지도 않았다. 아버지 박정희의 후광이 없었다면 그는 결코 ‘홀로서기’를 할 수 없었다고 보기 때문이었고, 그런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원천적으로 그에겐 내가 생각하는 ‘대통령으로서의 자질과 카리스마’가 없었다. 순발력 있는 상황판단과 결단력, 설득과 포용의 인간적 매력, 시대의 변화를 읽을 줄 아는 최소한의 예지력, 권력에의 선한 의지 등을 바탕으로 시운(時運)의 도움을 만나야 비로소 대통령으로서의 카리스마를 갖추게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럼에도 당시 나는 투표장에서 그를 찍었다. 사실 당시 박근혜와 문재인 후보 모두 내 기준에 부합하는 ‘대통령감’들은 아니었다. 처음엔 투표장에 가지 않으려 했다. 좀 우스운 고백을 하자면, ‘박정희 숭배자’에 가깝던 노모의 소원을 들어드리는 것이 불효자의 마지막 소원이라는 소박한 생각에 결국 박근혜에게 한 표를 던지고 말았다. 몸속에 중병을 안고 계시면서도 ‘박근혜 당선’의 소식에 파안대소를 하시던 어머니의 표정을 뵈며 ‘내가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는 착각을 하기도 했다. 박근혜가 몰락의 길을 걷고 있을 때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문재인은 그 자리를 ‘꿰어 찼다’

 

***

 

나는 원래부터 문재인에게 아무런 기대도 갖고 있지 않았다. ‘기대를 갖고 있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확신에 가까운 반감을 갖고 있었다. 그에 대한 원천적인 환멸을 설명하기 위해서라도 노무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원래 나는 취임 직후부터 우왕좌왕하며 문제를 야기하던 노무현을 싫어했다.

 

나도 ‘흙 수저’ 출신으로 이 땅의 ‘운명적 비주류’이기 때문에, 당시 혜성 같이 등장한 노무현에게 작지 않은 기대를 걸었던 게 사실이다. 부디 그가 조심조심 ‘기득권 주류세력’을 다독여 가며 연착륙 해주기를 바란 것이 내 진심이었다. 대한민국 정치판의 험난함이야 꼭 정치를 해본 사람만 아는 사실은 아니기 때문이다. 본인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는 그가 큰 충돌 없이 ‘주류세력 교체’를 성공적으로 이룩해야 하는 역사적 사명을 타고 났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러지 못했다. 당시 좌파 개혁세력의 역량이 실제로 모자랐는지 알 수는 없으나, 나는 기득권 주류세력에 대한 노무현의 콤플렉스와 조급증이 오히려 일을 그르친 것이 아닌가 판단하고 있다.[이 점에 대한 나의 생각은 다른 자리에서 거론하기로 한다.]

 

대통령 노무현의 실패에 큰 역할을 했으리라 보는 것이 문재인이다. 노무현은 2003년 2월 대통령에 취임했고, 문재인도 똑 같은 시점에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이 되었다. 그로부터 1년 뒤인 2004년 3월부터 연말까지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을, 1년 뒤인 2005년 1월부터 2006년 5월까지 다시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냈다. 그리고 2007년 3월부터 2008년 2월까지 1년 동안 비서실장으로 노무현의 곁을 지켰다. 문재인이 노무현 실패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2008. 2.~2013. 2.]에 이어 들어선 박근혜 정권[2013. 2.~2017. 3.]이 탄핵되면서 문재인 정권[2017. 5.~]이 들어섰고, 현재 임기 만 3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박근혜 정권 출범 1년 남짓 만인 2014년 4월 16일에 세월호 사고가 터졌고, 그로 인해 박근혜는 임기 내내 사고의 마무리를 두고 야당과 좌파세력에게 끌려 다니게 되었다.

 

***

 

나는 세월호 사고의 진상조사를 요구하며 한 피해 학생의 아버지가 광화문에서 벌이던 단식농성 사건을 잊지 못한다.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의 대표 문재인이 ‘단식을 중단하도록 그를 설득하겠노라’며 천막을 찾았다. 그런데 천막에 들어간 문재인은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다음날 피해학생의 부친과 함께 앉아 단식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무리 설득해도 학생의 부친이 말을 듣지 않아서 자신도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함께 단식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그의 그런 모습에 사람들은 어떤 평가를 내렸는지 알 수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언론에서도 크게 보도들을 했지만, 그에 대한 언론의 분석들이 어떠했는지 기억할 수도 없다.

 

 

그러나 당시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자신있게 문재인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수 있었다. 애당초 학생의 부친을 설득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쉽게 설득당할 거라면, 애당초 광화문에 천막을 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럼 공당(公黨)의 대표로서 어떻게 처신했어야 할까. 제1야당의 대표란 여당의 상대가 되어 행정부를 견제하고 국정을 조율해 나가야 할 자리 아닌가. ‘내가 국회의원들과 협의하고 정부와 싸워서라도 해결책을 모색할 테니, 나를 믿고 빨리 단식을 끝내라’고 당부한 다음, 국회로 돌아가 동분서주하며 해결책을 찾았어야 마땅한 일 아닌가. 말끔한 얼굴로 농성천막에 들어간 뒤 수염이 더부룩해지도록 여러 날 단식하고 앉아 있는 그에게서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를 읽어낼 수는 없었다.

 

사람에 대한 동정도 중요하지만, 그건 장삼이사(張三李四) 모두가 지녀야 할 선한 마음일 뿐이다. 그 학생의 아버지를 동정하여 함께 벌여야 할 동조단식은 나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지, 국정을 맡아야 할 지도자의 처신은 아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분간도 못하는 사람에게 대통령이란 크나큰 직임(職任)이 주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내 철학이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가 혹시 ‘선한 사람’일 수는 있지만, 한 나라의 운명을 지고 나갈 지도자는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다. 노무현 실패의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첫 평가에 이은 두 번째 평가였다.

 

***

 

자타가 평가하는 대로 그는 ‘촛불의 힘’으로 대통령이 되었다. 짐작한 바와 같이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그가 질러대는 헛발질은 처음부터 가관이었다. 내 기억에 남는 것들은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제, 주 52시간제, 탈 원전’ 등 섣부르고 민감한 경제정책들 뿐이다. 겉멋만 잔뜩 들어있는 이 어휘들은 극소수 비주류 경제학자들의 ‘논문 쪼가리’나 좌파들이 제작한 '감성 만땅'의 영화를 보고 즉흥적으로 잡게 된 문재인 경제정책의 키워드들로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방향타가 되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북한과 섣불리 체결한 ‘군사합의서’는 안보의 근간을 허물었고, 그 합의서 체결 이후 북한의 각종 장・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일상적인 일이 되고 말았다. 형편없는 국제인식에 무능하기 짝이 없는 외교장관이 가세함으로써 ‘대미・대일・대중・대아세안’ 등 우리나라 전통외교의 주축이 모두 내려앉았다. 즉 한 정부 혹은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책임 사안인 국방・경제・외교 등을 짧은 시간에 송두리째 ‘말아먹은 것’이다.

 

사실 이런 것들은 유능한 후속 대통령만 뽑힌다면 시간이야 많이 걸릴지라도 얼마간 복구할 수 있는 문제들일 수 있다. 그러나 문재인이 자행한 ‘씻을 수 없는’ 최대의 죄과가 있으니, 바로 ‘국민 분열’을 앞장서서 선동한 점이다. 문재인은 취임하자마자 이른바 ‘적폐청산’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전 정권의 인사들을 탄압하고 그 시기의 정책들을 폐기하기 시작했다. 그 대상 또한 입법・사법・행정 등 모든 분야의 인사들을 망라했다. 이미 사법적 판단을 받은 사건들도 다시 들춰내어 탈탈 털기 시작했다. 문재인의 눈으로 보기에 전 정권의 인사들은 모두 나쁘고 부패했으며, 정책들은 폐기되어야 했다.

 

모르고 그랬는지 알면서도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급기야 문재인 일파도 그러한 아니 그보다 훨씬 부정한 일들을 자행하는 데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것을 사람들은 ‘내로남불’ 혹은 ‘문로남불’이란 속어로 풍자하고 있지만, 이미 ‘게이트’ 수준으로 확대된 많은 사건들이 이런 점을 웅변으로 입증한다. 자신들의 말을 고분고분 따를 것이라 기대했던 검찰총장이 원칙대로 밀고 나가려 하자, 취임 초엔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던 그를 ‘검찰개혁’이란 미명으로 정권과 지지자들을 총동원하여 밀어내고자 안간힘을 쓰는 ‘코미디’가 대명천지에 1년 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이 점은 너무 식상한 일이 되었으므로, 이 자리에서 더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그렇다면, 애당초 문재인은 대통령으로서 어떻게 처신했어야 하는가. 어떻게 처신했어야 성공적인 대통령이 될 수 있었는가. 아니, ‘모자란 자질의’ 그가 성공한 대통령은 되지 못한다 해도, 최소한 탄핵의 구덩이에 빠지거나 지탄을 받지 않고 ‘임기만이라도 채우려면’ 어떻게 했어야 하는가. 그는 취임사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어야 하고, 또한 실천했어야 한다.

 

 

“우리 헌정사에는 부끄러운 오점들이 많습니다. 나라를 위해 잘 해보려다 그런 오점을 남긴 경우들도 있고, 개인의 욕망 때문에 오점을 남긴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대통령으로서 전 정권들의 잘 한 점들을 적극 수용하고, 잘 못한 점들을 적극 고치겠습니다. 저와 이 정부는 이 전 시대의 잘못한 점들을 다시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난 일들을 지금 법규의 잣대로 다시 재어 그 책임자들을 벌함으로써 대립과 갈등의 역사를 반복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겠습니다. 오늘 부로 지난 시대의 과오를 모두 용서하고, 국민 단결의 출발선에 서도록 합시다. 온 국민의 촛불은 ‘화합의 신호탄’입니다. 따라서 국가의 일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나는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 선거 과정에서 저를 지지한 분들이나 지지하지 않은 분들 모두 이 나라의 소중한 국민들입니다. 진보와 보수,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나뉘어 갈등을 벌여 온 지난 시기의 어리석음은 우리가 버려야 할 가장 큰 적폐입니다. 그런 갈등을 오늘의 취임식을 계기로 모두 해소하고, 한 마음이 되어 국가 발전에 매진합시다.”

 

 

대통령의 어법은 화합과 용서를 바탕으로 해야 하고, 검찰총장의 어법은 ‘정의 구현’을 바탕으로 해야 하며, 국방부 장관의 어법은 ‘국가 안보를 통한 국민의 안심’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대통령이 증오를 갖고 어느 한 편을 징치(懲治)하려는 마음을 갖는다면, 그 밑에 도열한 공직자들 모두는 증오와 징치를 행동수칙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나라는 완벽하게 두 패로 갈리게 되었고, 문재인은 대통령 아닌 ‘문패’의 두목으로 전락하여 두목 없는 나머지 국민들을 두들겨 패는 ‘깡패’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경제나 외교의 실패보다 훨씬 치유하기 어려운 것이 ‘국민들의 분열’이다. 정권의 연장을 위해 국민의 ‘융합’보다 ‘분열’이 훨씬 쓸모가 있다고 여기지 않는 바에야, 어찌 지금같은 대한민국의 문제적 현실이 대통령의 손과 머리에서 빚어질 수 있단 말인가. 문재인은 지금 국민 반쪽의 확고한 지지만 받으면 무슨 짓을 해도 탄핵 당하지 않을 수 있고, 정권을 무한 연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음에 틀림없다. 현재로선 다른 무슨 문제들보다 바로 이 점이 문재인의 죄를 무겁게 하는 근거가 될 것이다.

 

***

 

대통령 탄핵이란 국가의 큰 불행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이 땅에서 그런 불행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미 ‘그런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라는 불안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를 잡게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어쩌면 ‘검찰개혁’이란 미명 아래 자행되어온 많은 부조리들이야말로 대통령 주변이나 그의 지지자들도 이미 그런 위험이 박두했음을 감지하고 있다는 증거 아니겠는가. 어떻게 이 국가적인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대통령 스스로 대오각성(大悟覺醒)하여 잘못을 고백하고, 개선광정(改善匡正)의 길로 나서는 수밖에 없다. 부디 지금이라도 문재인은 은폐와 사술(邪術)의 뒷골목에서 허둥대지 말고, 햇볕 내려 쪼이는 대로(大路)로 과감하게 나서야 할 것이다.

Posted by kicho
글 - 칼럼/단상2017. 3. 24. 12:27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님께

 

 

 

 

탄핵 소추가 의결되면서부터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정상적인 국정수행에 대해서도 비판과 비난이 난무하고, 일부 정치세력들의 무리한 딴죽걸기 또한 없지 않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나날이시겠지요. 그러나 비록 한시적인 대행이라 할지라도, 국가원수로서 하셔야 할 일은 해야 한다고 봅니다

 

어제 미국의 매티스 국방장관은 상원 세출위원회 국방소위 청문회에서 중국이 주변 국가를 조공국가 대하듯이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두 가지 상념이 떠올랐습니다. 미국의 집권세력이 비로소 동북아의 정치외교적 상황에 대한 역사적 이해를 갖기 시작했다는 점, 상대적으로 역사와 현실의 상관관계에 무지하거나 무관심한 우리의 현주소를 내 스스로 아프게 파악했다는 점 등입니다 

 

우리는 왜 중국의 시대착오적 패권주의의 악행(惡行)’을 두 눈 멀뚱멀뚱 뜨고 바라보기만 해야 할까요?패권국가란 쉽게 말하여 깡패국가란 뜻일텐데요. 한낮의 대로 위에서 깡패에게 얻어맞으며 똑 같이 깡패처럼 대응할 필요는 없다 해도, 논리 정연한 꾸지람 한 번 건네지 못하는 현실이 통분하여 일개 민초인 저로서는 편안히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세계를 향해서 입을 열 때마다 화평(和平)’을 말하고, 미국의 보호무역을 비판해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모두 거짓구호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그 반대의 뻘짓들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흡사 범죄자들이 문서의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귓속말로 속닥거리듯, 자국의 모든 분야 일꾼들에게 한국을 응징하라는 구두지령을 내린 바 있고, 일당독재의 나라답게 그 명령을 받아 기계처럼 움직이는 중국 사람들입니다 

 

공자와 맹자를 낳은 나라라고 믿어오던 중국과 전쟁 없이 살기 위해굴욕에 가까운 저자세 외교로 중세 이래 근대까지 정체성을 근근히 유지해 온 우리민족입니다. 그로부터 무려 2세기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그런 불평등의 관계를 떠올리게 되는 것은 오랜 역사의 관성(慣性) 때문일까요? 아니면 힘의 불균형을 바탕으로 한 현실의 부조리때문일까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중국의 패권주의적 행동(깡패 짓’)을 놓고 볼 때, 시진핑이 말한 화평굴기(和平崛起)’란 '근대 이전 중화제국의 재건 혹은 회복을 염원하는 몽상(夢想)이라 할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이 부조리한 현실의 본질을 저 같이 하찮은 민초도 잘 알고 있는데, 하물며 국가원수이신 황 대행님께서야 오죽하시겠습니까? 그런데, 미국의 국방장관이 먼저 이런 문제를 아프게 지적하고 말았습니다. 그 지적을 시대와 역사에 둔감한 중국의 지도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 수는 없지만, 저는 한편으로 사이다처럼통쾌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몹시 부끄러웠습니다. 그 말은 먼저 우리 국가원수의 입에서 점잖으면서도 조리있게 표출되었어야 합니다. 혹시 그 언급이 음으로 양으로 매티스 장관과의 교감 하에 생긴 일인가요? 그렇다면 우리 입장에서는 의도치 않게 <<삼국지>>에서 왕윤이 여포를 시켜 동탁을 죽인 것같은, 일종의 차도살인(借刀殺人)’의 효과를 보게 되는 것이고, 그렇다면 그것은 더더욱 떳떳치 못한 일입니다

 

, 이쯤 해서 제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중국이 부끄러움을 모르는 얼굴로 우리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고 발뺌해도, 사태는 백일하에 드러났을 뿐 아니라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지경으로까지 나아갔습니다. 어쩌면 지금 양국 정부가 출구를 찾기 위한 물밑 교섭을 진행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분노와 무력감에 빠져있는 국민들을 위하고 비정상적인 중국 지도층의 사고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국가원수인 대행께서 즉시 나서셔야 합니다. 약간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중국의 지도부와 우리 국민들을 상대로 담화문이라도 발표하셔야 합니다. 매티스 장관이 말한 중국의 '패권국가적 태도'는 대행께서 지적하셔야 할 내용의 핵심입니다. '우리가 이젠 당신들의 조공국이 아니라는 것, 이제부터는 화평과 선린우호의 태도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 조속히 정상국가로 돌아오길 기다린다는 것' 등을 조용하지만 엄숙한 어조로 중국에 요구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중국의 비이성적 태도로 상처를 입은 우리 국민들에게는 '순리로 그들을 설득하는 동안 국가의 힘을 동원하여 민생을 안정시킬 것이니, 잠시 정부를 믿고 인내해 달라' 당부를 건네는 것이 옳습니다. 대외적인 식견이나 국제적인 감각을 갖춘 대선 후보가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 현실이 무엇보다 답답한 요즈음입니다. 그러니 중국이 좋아할 '우물 안 개구리'가 새 대통령으로 등장하기 전에 저들을 향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 두셔야 합니다.      

 

덩치만 크고 속이 좁은이웃을 달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점은 역사나 그동안의 경험으로 익히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당당하게 대응해야 하는 것은 자손만대 저 나라와 이웃으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가 숙이고 들어가는 것은 하지하책(下之下策)’도 되지 못하는 어리석음입니다그들이 말도 안 되는 행패를 부리고 있는 점에 대하여 지금 온 국민이 공분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보다 더 중한 국사가 어디에 있을 것이며, 이 문제의 해결보다 더 큰 국가원수의 책무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소수의 정파나 인사들을 제외한 모든 국민이 뒤에서 응원을 보내고 있으니, 대행께서는 부디 힘과 용기를 내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kicho
글 - 칼럼/단상2017. 3. 10. 13:36

 

 

 

2012년 12월 20일, 제 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2017년 3월 10일, 탄핵 되었다.

모든 것이 순리다.

 

 

                                                                                                                                                                           

                                                                                   

 

 

Posted by kicho
글 - 칼럼/단상2016. 12. 7. 12:20

FM도 몰랐던 박근혜, 깜빡 속은 국민들

 

 

 

올해 돌아가신 어머니는 당신의 판단과 주장에 놀라울 정도의 확신을 갖고 계신 분이었다. 힘들었던 시절, 조랑조랑 5남매를 베이비부머 세대의 일원으로 낳아 기르신 이 땅 어머니들의 일반적인 모습이기도 할 것이다. 대통령 선거가 있던 해 초겨울쯤이었다. 찾아 뵈온 자리에서 내 손을 꼭 잡고 하신 말씀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자네, 박근혜를 찍어야 하네! 생각해보게. 박정희 대통령 덕에 우리가 이만큼이나 살게 되었고, 아베 어메 다 잃고도 꿋꿋하게 살아남아 대통령에까지 나오게 되잖았는가. 그러니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꼭 박근혜를 찍게!”

 

, 이처럼 절절하고 영향력 있는 선거운동원이 있을 수 있을까. 그저 지나가는 촌로의 말씀으로 들어 넘기기에는 너무나 간결하면서도 확고한 호소였다. 그 앞에서는 알았어요. 어머니 말씀대로 하지요!”라고 시원한 대답으로 어머니를 안심시켜 드렸지만, 그 말씀은 대선 판에서 흔들리던 내 마음을 꽉 잡아두는 효과를 발휘한 것이 사실이다. 당시 문재인에 대해서도 뭐라 말씀하셨는데, 내용이 너무나 부정적이었으므로 굳이 이곳에까지 옮길 필요는 없을 것이다.

 

2012년 대선에서 맞붙은 박근혜와 문재인. 그 선택의 기로에서 헤맨 것이 나뿐 만은 아니었으리라. 베이비부머 세대인 나로서는 같은 시대를 살아오며 공주의 이미지로 남아있는 박근혜와,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문재인 사이에서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내 마음 속에 공주로 남아 있던 박근혜를 선뜻 찍기가 망설여졌고, 안보 관련 측면에서 문재인은 더더욱 아니었다. ‘최선보다는 차악(次惡)을 선택하는 것'이 선거라지만, 사실 그들 모두 최악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내 고민은 컸던 것이다. 그러나 결국 박정희 전 대통령과 시대를 함께 한 내 어머니 세대의 노인들과 그 노인들의 자식들인 베이비부머 세대의 확고한 지지 덕에 박근혜는 문재인을 이길 수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나 스스로 이제 남성 대통령의 시대를 잠시 접고, ‘깨끗하고 푸근한모성의 리더십이 힘을 발휘할 때라고 믿음으로써 내 선택을 정당화하기로 했다. 어째서 남성 대통령들은 임기 말만 되면 측근이나 식구들과 함께 권력과 물신(物神)의 포로가 되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얼렁뚱땅 술 한 잔에 넘어가기 쉬운 남성과 달리 꼼꼼하고 다사로운 모성으로 무장한 여성은 무언가 다를 것이라고, 무엇보다 혼자 사는 박근혜는 분명히 다를 거라고, 근거 없는 확신에 사로잡혔던 것이 사실이다.

 

그 뿐인가. 베이비부머 세대의 특징은 근면과 안보의식인데, 박정희의 딸 박근혜는 사상이 불투명한 사람()과 달리 안보를 맡기기에도 적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개표가 끝난 다음, 이 땅의 베이비부머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등극한 2012년 대선은 동정(同情)과 감정이입(感情移入)’의 광풍(狂風)이 빚어낸 결과였다.

 

그 환상이 참담하게 깨진 지금. 누굴 원망할 수 있을까. 감히 그에게 민족통일이나 선진국 진입 같은 국가와 민족의 도약을 가능하게 할 경국(經國)의 웅략(雄略)까지는 바라지 않았다. 그저 대과(大過) 없이, 측근들과 친인척에 의해 자행되던 임기 말의 비리만이라도 없었으면 하는 것이 박근혜 지지자들의 대체적인 생각이었을 것이다. 적어도 나로서는 그가 깨끗하게 임기를 마치고 상큼하게 물러나서 고귀한 대통령직(noble presidency)의 모범적 선례를 만들어 놓기만을 바랐던 것이다. 그러나 취임 초기부터 인사문제 등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일들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결국 터져 나온 게 비선 최순실의 국정농단인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 역시 분통 터질 만큼 폭 속아넘어간 일이 있는데, 바로 '통일 이야기'다. 통일에 대한 그의 허황한 구호야말로 대대로 회자될 역대급 코미디가 아닐 수 없으리라. 독자 여러분은 얼마 전부터 그가 난데없이 부르짖던 통일대박이란 말을 기억하실 것이다.

 

 “, 분명 무언가가 있다! 대통령이 그토록 대중국외교에 공을 들이더니, 드디어 무언가 확실한 끈을 잡았구나. 그저 깨끗했던 대통령직의 선례나 만들어 놓으면 그걸로 대만족이라 생각했는데, 민족통일의 위업까지 이루겠다니!”

 

나는 감격했다. 귀찮게 투표소까지 찾아가 붓 뚜껑을 농()한 보람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웬걸? 그 말은 그냥 말 뿐이었음이 최근 밝혀지고 말았다! 그 말의 지적 소유권이 최순실에게 있네, 무슨 위원회에 있네논란을 벌이는 것을 보면서 나는 한동안 끝 모를 자기모멸감에 치를 떨어야 했다.

 

날마다 언론매체들에는 대통령의 비정(秕政)들로 넘쳐나고 있다.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추행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코흘리개 어린애들까지 대통령을 웃음꺼리로 삼는다 하니, 다시 무슨 말을 더 보태랴. 그런 그에게 '세월호 7시간동안 무엇을 했느냐고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런 순간에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몰랐으리라는 누군가의 지적이 사태의 본질을 정확히 적시하고 있지 않은가. 배에 갇힌 300여명의 어린 학생들이 눈앞에서 수장되고 있는 순간에 대통령은 무슨 말을 하고,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할지 몰랐던 것이다. 타고난 순발력이 있을 턱이 없고, 얼른 들춰볼 규정집도 없었을 것이며, 평소 무게를 잡으며 멀리하던 참모들에게 새삼 물을 수도 없었던 것이다. 그저 하염없이 머리만 매만지며 시간을 보낼 뿐이었을 것이다. 말하자면 그는 대통령으로서의 기본적인 FM(field manual)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나무토막을 왕으로 모시고 행복하다고 여긴 연못 속의 개구리들처럼 그런 청맹과니를 대통령으로 모신 채 우리는 한동안 희희낙락 잘 살아온 것이다.

 

***

 

청와대 공주로 살아서, 대통령직의 FM을 꿰고 있으리라 믿은 국민들만 불쌍하게 되었다. 원래 알고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그를 찍지 않은 국민들은 그것 봐라!’며 고소해 하고 있으리라. 고소해 하며 그에 대한 욕을 퍼붓는다고 나라가 좋아질 리는 없다. 그를 욕하면서도 나라는 나라대로 건사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모든 것을 빨리 이루어온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FM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아예 무시하기 일쑤다. 일을 당하고 나서야 FM을 펼쳐 보지만, 그 때 뿐이다. 박근혜도 그랬을 것이다. FM을 모르면, 주변의 참모들에게 일일이 자문했어야 한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면 모든 게 이뤄지던 그의 아버지 박정희 시대와 완벽하게 다른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그 때도 대통령의 FM이 없었는데, 그 때 배운 관행을 지금에 와서 반복하려니 탈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조그만 자동차 하나를 사도 웬만한 사전 크기의 매뉴얼 북이 따라온다. 제대로 된 운전자라면 그 책을 한 번 쯤 통독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제 대통령, 국회의원, 장관들의 업무수칙이나 매뉴얼 북을 모두 달려들어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한때의 인기몰이로 대통령에 당선된 자라도 대통령에 취임하기까지 그 FM을 학습해야 하고, 학습 여부를 테스트하기 위한 청문회(함량미달의 국회의원들을 제외한 사계의 권위자들이 주관)를 열어야 한다. 청문회에 통과하기까지는 임시 대통령의 호칭만을 부여하도록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는 보내도, 대한민국은 영원해야 한다. 지금 자기 세상 만났다고 날뛰는 몇몇 인간들은 빼고, 제대로 된 사람을 대통령으로 발탁하여 나라의 운명을 맡겨야 할 절체절명의 시점에 도달했다. 우리에겐 더 이상 갈팡질팡할 시간이 없다!

Posted by kicho
글 - 칼럼/단상2015. 1. 23. 12:30

박근혜 대통령을 보며

 

 

 

‘군자는 말은 어눌하게 하나 행동은 민첩하게 한다’[子曰 君子欲訥於言而敏於行: <<論語>> <里仁>]는 공자의 말이 있다. 군자라면 ‘말수가 적고 좀 느려도 행동만큼은 민첩하게 해야 한다는 것’. 달리 말하면 ‘쉽게 말하지 말아야 하고 일단 말했으면, 반드시 재빨리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뜻이 들어 있을 것이다. 번지르르한 말들을 속사포처럼 내 쏘면서 하나도 실천에 옮기지 않는 달변가들을 꾸짖은 말씀이었을 텐데, 공자 시대의 그런 사정이 오히려 심화 되고 있는 요즈음이다.

 

박 대통령은 누가 보아도 달변가는 아니다.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늘 조마조마한 것이 사실이다. 한 마디 내뱉는 데도 그렇게 힘이 든다면, 도대체 무슨 수로 ‘만기친람(萬機親覽)’을 할 수 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어쩌면 대통령이 소통을 싫어하는 이면에는 말에 대한 콤플렉스가 도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달변가인 참모들과 정치인들, 기자들을 대하는 일이 끔찍하게 생각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나이 또래의 우리나라 아줌마들을 한번 생각해 보라. '석학 할아비'라 한들 말로 해서야 누가 그들을 이길 수 있을까? 그런 걸 생각하면 박 대통령의 언변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런 말 실력으로 정치에 입문하여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올랐으니, 대단하다 아니 할 수 없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바로 그것이 ‘대선 승리의 한 요인’이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우리 속담에 ‘말 못하는 사기꾼 없다’는 말이 있다. 대개 앞에 인용한 공자의 말을 보거나 ‘말과 실천’을 결부시켜 온 동양적 사고를 생각해 보아도 ‘말 잘하는 것’이 늘 장점만은 아니었다. ‘깡촌’의 흙 속에서 꼬물거리던 내 코흘리개 시절, 그 때까지 본 적 없는 ‘말끔한 양복’을 갖춰 입고 우리 마을에 내려와  ‘말끔한 달변의 서울말’로 사기 치던 토지 브로커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 사기꾼에게 넘어가 몇 십 년을 고생하시던 농사꾼 내 부모의 한숨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대부분 박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다는 내 친구들의 마음속엔 다른 세대가 쉽게 이해 못하는 그런 공감영역이 있다.

 

자라면서 ‘말만 말끔하게 잘 하는 인간들’을 자주 만났고, 그들 가운데 상당수가 사기꾼들이었음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대통령, 국회의원 선거판들을 여러 번 접해오는 중이다. 참, 말 잘하는 사기꾼들이 많았다. 최근 10년 이내 두 번의 선거판을 말로만 본다면 ‘눌변 : 달변’으로 요약된다. 지금의 50대들이 누구인가? 대부분 어려움 속에서 근근이 살아남아 이제 은퇴기에 도달한 연령대다. 전통 교육 속에서 자라나 ‘농경사회→산업화사회→정보화사회→지식기반 고도정보화사회’의 고비들을 용케도 탈 없이 거쳐 온 사람들이다. 어쩜 비슷하게 고단한 환경과 의식 속에 성장했다는 ‘연대감’으로 뭉친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언젠가 국회에서 사자후를 토하던 달변가도 보았다. 당시 나는 그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되겠다는 판단을 내렸는데, 과연 그는 떨어지고 말았다. 그런 달변이 이른바 ‘종북’이나 ‘극좌’와 합쳐지면 나라로서는 재앙이라는 판단이 들었는데, 나 말고도 그런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았던 것일까. 그는 결국 떨어지고 말았다. 지금 생각하면 나라를 위해서 천행이었다.

***

지금 50대의 민심이 대통령으로부터 이반(離反)되고 있다고 북악산 언저리에 수심이 가득하다. 50대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불리던 그 50대가 민심이반을 추동(推動)하고 있으니, 당하는 심정으로선 적잖이 당혹스러울 것이다. 오늘 아침 인적 쇄신책이라고 내 놓았으나, 그 역시 ‘격화소양[隔靴搔癢: 신발을 신고 발바닥을 긁는다]’의 미봉책일 뿐이다. 참, 답답하다.

 

대통령이 자신의 신조나 철학으로 주변의 개인들을 신뢰하거나 믿음을 가질 수 있고, 또 그렇게 하는 게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으로서 갖는 신뢰와 대통령으로서 가져야 할 신뢰는 다르고, 또 달라야 한다. 대통령은 만인을 상대로 하는 공인이지 개인은 아니다. 두 사람 이상을 상대로 할 때 작동하는 것이 ‘정치 논리’다. 하물며 5천만의 생령(生靈)들을 상대로 하면서 정치논리를 도외시하고, 어찌 개인의 소신이나 철학을 판단의 잣대로 들이댄단 말인가?

 

인사를 말끔히 쇄신하라는 국민의 명령이 있다면, 그간 쓰고 있던 개인의 안경을 국민의 안경으로 즉각 바꿔 써야 한다. 박 대통령이 아직도 개인의 안경을 쓰고 있다면, 그건 공자가 말한 군자의 ‘눌변’ 차원이 아니라 김 모 전 대통령이 언급했다던 ‘칠푼이’의 수준에 머무는 일이다. 누가 보아도, 비서실장이나 ‘문고리 3인방’은 깨끗이 물러나야 한다. 누가 쫓아내기 전에 스스로 물러서는 게 맞다. 누구 말대로 ‘인간적 신뢰를 지킨답시고’ 그들을 껴안고 간다면, 그런 상태에서 아무리 강호의 현사들을 등용한다 한들 그게 어찌 ‘쇄신’이란 말인가? 그래서 국민들, 특히 50대들은 대통령이 답답하다는 말이다. 그의 입을 쳐다보기에도 지쳐 있는데, 행동마저 이리 굼뜨다면 참으로 절망이다.

 

지금 대한민국 호는 ‘북핵, 경제, 안전’의 불안이란 삼각파도에 휩싸여 있다. 판단력이 흐리고 굼뜬 조타수에게 어찌 대한민국 호의 순항을 맡길 수 있겠는가. 즉각 비서실장과 3인방을 내치시라. 팔팔하고 번뜩이는 감각의 30~50대 초반의 명망가들이 강호에는 넘치고 넘친다. ‘삼고초려’라도 해서 그들을 모신 뒤, 만기친람하려 들지 마시고 그들에게 국정을 맡기시라. 이제 시대는 바뀌었다. 지금 그 시대정신을 거스른다면 대통령 스스로를 파괴할 뿐 아니라 이 민족에게 재앙을 안겨 주게 된다는 사실을 부디 명심하시라.

 

Posted by ki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