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칼럼/단상2007. 4. 10. 15:15

축제는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다. 캠퍼스 구석구석 남아있는 축제의 뒤끝 때문에 다시 만난 일상이 낯설긴 하지만, 그렇다고 축제의 기분을 마냥 지속시킬 수는 없다. 축제는 카오스의 시공이고, 카오스가 코스모스를 낳는 점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대학가의 축제를 바라보며 ‘이건 아닌데’ 하는 느낌을 갖는 것은 그런 카오스가 바람직한 코스모스를 잉태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학마다 약간씩 다르고 내면적으로 다양한 행사들이 있긴 하겠으나, 캠퍼스 가득 벌어지는 주점 행사나 외부 가수의 초청공연 등이 두드러지는 점은 공통적인 현상이다. 그것 모두 대학생들의 낭만을 분출하는 방법의 일환임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매년 수백 건씩 열리는 일반 사회의 ‘축제 아닌 축제들’과 대학가의 축제는 달라야 한다.
 
대학 축제는 감성과 이성이 균형을 이룬 가운데, 구성원의 화합과 발전을 도모하는 잔치판이어야 한다. 비록 완벽하지는 않아도 대학생들 스스로 참여함으로써 일종의 자신감과 성취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지금과 같은 ‘놀이’ 위주의 내용 편성을 탈피해야 한다. 사실 2, 30년 전만 해도 대학들은 대부분 학술제, 예술제, 대동제 등으로 축제의 내용을 다양하게 편성했다. 이슈가 되는 시사문제들을 내건 토론회, 논문 발표회, 문학의 밤, 미술전, 연극제, 각종 전시회, 노래 자랑, 댄스파티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지성인으로서 가질 수 있는 자부심을 마음껏 과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대학가의 축제에서 학술제나 예술제, 혹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대동제가 사라지고 일반 사회의 ‘축제 아닌 축제’가 그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그런 축제를 경험한 대학생들이 사회의 중추세력이 되면서 사회의 축제는 더욱 더 본령으로부터 벗어나는 악순환이 지속되었다. 이제라도 대학가 축제의 풋풋함과 균형 혹은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 진정한 대학가의 축제라면 열심히 공부하는 틈틈이 익히는 재주나, 국가와 사회의 문제들에 대하여 가질 수 있는 지성적이고 순수한 열정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강의실과 도서관에서 익히는 전공 지식만이 대학 공부의 전부는 아니다. 이성과 감성의 조화로운 공부를 통해 젊은이들을 무한한 가능태로 만드는 것이 대학교육의 본질이라면, 대학 축제의 포맷 또한 그런 방향으로 재조정되어야 할 것이다. <숭실대학 신문 932호, 2006. 10. 16.>
                         
Posted by ki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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