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칼럼/단상2016. 12. 7. 12:20

FM도 몰랐던 박근혜, 깜빡 속은 국민들

 

 

 

올해 돌아가신 어머니는 당신의 판단과 주장에 놀라울 정도의 확신을 갖고 계신 분이었다. 힘들었던 시절, 조랑조랑 5남매를 베이비부머 세대의 일원으로 낳아 기르신 이 땅 어머니들의 일반적인 모습이기도 할 것이다. 대통령 선거가 있던 해 초겨울쯤이었다. 찾아 뵈온 자리에서 내 손을 꼭 잡고 하신 말씀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자네, 박근혜를 찍어야 하네! 생각해보게. 박정희 대통령 덕에 우리가 이만큼이나 살게 되었고, 아베 어메 다 잃고도 꿋꿋하게 살아남아 대통령에까지 나오게 되잖았는가. 그러니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꼭 박근혜를 찍게!”

 

, 이처럼 절절하고 영향력 있는 선거운동원이 있을 수 있을까. 그저 지나가는 촌로의 말씀으로 들어 넘기기에는 너무나 간결하면서도 확고한 호소였다. 그 앞에서는 알았어요. 어머니 말씀대로 하지요!”라고 시원한 대답으로 어머니를 안심시켜 드렸지만, 그 말씀은 대선 판에서 흔들리던 내 마음을 꽉 잡아두는 효과를 발휘한 것이 사실이다. 당시 문재인에 대해서도 뭐라 말씀하셨는데, 내용이 너무나 부정적이었으므로 굳이 이곳에까지 옮길 필요는 없을 것이다.

 

2012년 대선에서 맞붙은 박근혜와 문재인. 그 선택의 기로에서 헤맨 것이 나뿐 만은 아니었으리라. 베이비부머 세대인 나로서는 같은 시대를 살아오며 공주의 이미지로 남아있는 박근혜와,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문재인 사이에서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내 마음 속에 공주로 남아 있던 박근혜를 선뜻 찍기가 망설여졌고, 안보 관련 측면에서 문재인은 더더욱 아니었다. ‘최선보다는 차악(次惡)을 선택하는 것'이 선거라지만, 사실 그들 모두 최악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내 고민은 컸던 것이다. 그러나 결국 박정희 전 대통령과 시대를 함께 한 내 어머니 세대의 노인들과 그 노인들의 자식들인 베이비부머 세대의 확고한 지지 덕에 박근혜는 문재인을 이길 수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나 스스로 이제 남성 대통령의 시대를 잠시 접고, ‘깨끗하고 푸근한모성의 리더십이 힘을 발휘할 때라고 믿음으로써 내 선택을 정당화하기로 했다. 어째서 남성 대통령들은 임기 말만 되면 측근이나 식구들과 함께 권력과 물신(物神)의 포로가 되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얼렁뚱땅 술 한 잔에 넘어가기 쉬운 남성과 달리 꼼꼼하고 다사로운 모성으로 무장한 여성은 무언가 다를 것이라고, 무엇보다 혼자 사는 박근혜는 분명히 다를 거라고, 근거 없는 확신에 사로잡혔던 것이 사실이다.

 

그 뿐인가. 베이비부머 세대의 특징은 근면과 안보의식인데, 박정희의 딸 박근혜는 사상이 불투명한 사람()과 달리 안보를 맡기기에도 적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개표가 끝난 다음, 이 땅의 베이비부머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등극한 2012년 대선은 동정(同情)과 감정이입(感情移入)’의 광풍(狂風)이 빚어낸 결과였다.

 

그 환상이 참담하게 깨진 지금. 누굴 원망할 수 있을까. 감히 그에게 민족통일이나 선진국 진입 같은 국가와 민족의 도약을 가능하게 할 경국(經國)의 웅략(雄略)까지는 바라지 않았다. 그저 대과(大過) 없이, 측근들과 친인척에 의해 자행되던 임기 말의 비리만이라도 없었으면 하는 것이 박근혜 지지자들의 대체적인 생각이었을 것이다. 적어도 나로서는 그가 깨끗하게 임기를 마치고 상큼하게 물러나서 고귀한 대통령직(noble presidency)의 모범적 선례를 만들어 놓기만을 바랐던 것이다. 그러나 취임 초기부터 인사문제 등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일들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결국 터져 나온 게 비선 최순실의 국정농단인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 역시 분통 터질 만큼 폭 속아넘어간 일이 있는데, 바로 '통일 이야기'다. 통일에 대한 그의 허황한 구호야말로 대대로 회자될 역대급 코미디가 아닐 수 없으리라. 독자 여러분은 얼마 전부터 그가 난데없이 부르짖던 통일대박이란 말을 기억하실 것이다.

 

 “, 분명 무언가가 있다! 대통령이 그토록 대중국외교에 공을 들이더니, 드디어 무언가 확실한 끈을 잡았구나. 그저 깨끗했던 대통령직의 선례나 만들어 놓으면 그걸로 대만족이라 생각했는데, 민족통일의 위업까지 이루겠다니!”

 

나는 감격했다. 귀찮게 투표소까지 찾아가 붓 뚜껑을 농()한 보람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웬걸? 그 말은 그냥 말 뿐이었음이 최근 밝혀지고 말았다! 그 말의 지적 소유권이 최순실에게 있네, 무슨 위원회에 있네논란을 벌이는 것을 보면서 나는 한동안 끝 모를 자기모멸감에 치를 떨어야 했다.

 

날마다 언론매체들에는 대통령의 비정(秕政)들로 넘쳐나고 있다.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추행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코흘리개 어린애들까지 대통령을 웃음꺼리로 삼는다 하니, 다시 무슨 말을 더 보태랴. 그런 그에게 '세월호 7시간동안 무엇을 했느냐고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런 순간에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몰랐으리라는 누군가의 지적이 사태의 본질을 정확히 적시하고 있지 않은가. 배에 갇힌 300여명의 어린 학생들이 눈앞에서 수장되고 있는 순간에 대통령은 무슨 말을 하고,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할지 몰랐던 것이다. 타고난 순발력이 있을 턱이 없고, 얼른 들춰볼 규정집도 없었을 것이며, 평소 무게를 잡으며 멀리하던 참모들에게 새삼 물을 수도 없었던 것이다. 그저 하염없이 머리만 매만지며 시간을 보낼 뿐이었을 것이다. 말하자면 그는 대통령으로서의 기본적인 FM(field manual)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나무토막을 왕으로 모시고 행복하다고 여긴 연못 속의 개구리들처럼 그런 청맹과니를 대통령으로 모신 채 우리는 한동안 희희낙락 잘 살아온 것이다.

 

***

 

청와대 공주로 살아서, 대통령직의 FM을 꿰고 있으리라 믿은 국민들만 불쌍하게 되었다. 원래 알고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그를 찍지 않은 국민들은 그것 봐라!’며 고소해 하고 있으리라. 고소해 하며 그에 대한 욕을 퍼붓는다고 나라가 좋아질 리는 없다. 그를 욕하면서도 나라는 나라대로 건사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모든 것을 빨리 이루어온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FM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아예 무시하기 일쑤다. 일을 당하고 나서야 FM을 펼쳐 보지만, 그 때 뿐이다. 박근혜도 그랬을 것이다. FM을 모르면, 주변의 참모들에게 일일이 자문했어야 한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면 모든 게 이뤄지던 그의 아버지 박정희 시대와 완벽하게 다른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그 때도 대통령의 FM이 없었는데, 그 때 배운 관행을 지금에 와서 반복하려니 탈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조그만 자동차 하나를 사도 웬만한 사전 크기의 매뉴얼 북이 따라온다. 제대로 된 운전자라면 그 책을 한 번 쯤 통독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제 대통령, 국회의원, 장관들의 업무수칙이나 매뉴얼 북을 모두 달려들어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한때의 인기몰이로 대통령에 당선된 자라도 대통령에 취임하기까지 그 FM을 학습해야 하고, 학습 여부를 테스트하기 위한 청문회(함량미달의 국회의원들을 제외한 사계의 권위자들이 주관)를 열어야 한다. 청문회에 통과하기까지는 임시 대통령의 호칭만을 부여하도록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는 보내도, 대한민국은 영원해야 한다. 지금 자기 세상 만났다고 날뛰는 몇몇 인간들은 빼고, 제대로 된 사람을 대통령으로 발탁하여 나라의 운명을 맡겨야 할 절체절명의 시점에 도달했다. 우리에겐 더 이상 갈팡질팡할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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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칼럼/단상2015. 8. 15. 16:43

광복절 아침에

 

 

아베란 친구, 그럴 줄 알았다. 스스로의 언행으로 속 좁은 일본인들을 대표해온 그 아닌가. 이 시점에서 대인배의 면모를 보여주었다면, 오히려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오랜 세월 일인들을 보면서 내린 결론이 있다. ‘마른 밴댕이’. 그 평가가 한 순간이라도 바뀔 수 있었다면, 판단력의 옹졸했음과 미숙함에 대한 자기 모멸감을 솔직히 나는 견딜 수 없었으리라. 요즘 들어 북쪽의 김정은이가 야료를 부릴수록 부쩍 그에게 접근하려는 듯한 아베의 행적. 말투처럼 참으로 덕이 느껴지지 않는 그의 행동거지다. 아베를 비롯한 주변의 소인배들을 보며, ‘소이부답심자한(笑而不答心自閑)’의 여유를 가지려 해도 그럴 수 없는 건 왜일까.

 

엊그제 전직 해군참모총장 부자(父子)가 실형을 선고 받았고, 툭하면 방송에 나와 수레 목으로 열변을 토하던 별 둘짜리 제독도 심판을 받았다. 각종 비리로 줄줄이 엮여 들어간 고위 장교들이 이제 속속 무대에 나와 실형을 받을 것인데, 꼬락서니가 목불인견(目不忍見)일 것이다. 북괴가 설치한 지뢰에 우리의 꽃다운 20대들이 발목이 잘리고 다리가 날아갔는데, 이번에도 군 수뇌부는 마냥 굼뜨고 태평하다. 그 와중에 부하들과 폭탄주를 마신 합참의장도 있었고, 사고 부대의 어떤 중령은 부하 여장교를 어떻게 해볼까 수작을 부리기도 했다. 술 한 모금 며칠 참으면 위장이 졸아붙는가. 해서는 안 될 짓이지만, 하필 성추행의 대상이 부하 여장교란 말인가. 두 명의 전직 해군참모총장이 목돈을 우려낸 그 배. 꽃다운 우리의 젊은이들이 타고 다니며 북괴와 싸움을 벌여야 할 군함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참모총장 등 해군장교들이 뇌물을 받고 그 군함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다시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세월호에 허둥대는 와중에 메르스를 만나 우왕좌왕, 그 메르스 끝나자마자 지뢰사건으로 혼비백산. 지뢰사건에 허둥대는 중에 유병언의 재산은 다시 그 구원파가 가져갔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지뢰에 발목과 다리가 날아간 젊은 군인의 병실에 대통령이 숨 가쁘게 달려가 안아주는 일이 뭐 그리도 어렵고 대단한 일이란 말인가. 세월호 대책이랍시고 해양경찰을 없애놓으니, 피서철 해수욕장에 안전요원을 배치할 수도 없고, 서해 어장엔 중국 어선들만 새까맣게 몰려들고 있다. 국가안전처는 뭐하는 곳일까. 고급 공무원들만 잔뜩 만들어 놓고, 사건이 터져도 하는 일이 없다. 공무원이란 자들은 그저 규정집이나 들고 설치며 간섭이나 할 뿐. 차라리 규정집이라도 제대로 보면서 ‘FM에 맞추어일처리라도 하면 나을 텐데. 그들에게서 감동을 느끼는 국민이 거의 없는 현실이 비극이다.

 

대통령부터 참모들까지, 장관부터 일선 공무원들까지, 참모총장부터 하급 장교들까지 제대로 된 모습을 찾기 어렵다. 수시로 나태와 독직(瀆職)의 유혹에 매몰되는 지배계층의 행태를 필자와 같은 장삼이사들이 밤낮없이 걱정하고, 불쌍한 병사들이 몸 바쳐 하루하루 땜질해가는 곳이 바로 우리나라다. 집 안에서 제대로 일들은 하지 않으면서, 틈만 나면 이웃나라 아베를 들먹인다. 누구 말대로 아베가 쪼다이긴 하지만, 쪼다를 발가벗겨놓은들 우리의 몰골이 나아지는 건 아니다. 오죽하면 그런 쪼다가 국제사회에서 대놓고 우리를 희롱하고 다니겠는가. ‘새 알 멜빵 걸어 짊어지고 다닐만큼 약아빠진 아베에게 듬직하고 당당한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외에 달리 약이 없는 것을 

 

대통령의 동생 부부가 철부지 망언으로 나라 망신을 시키는 것도, 덕 없는 이웃나라의 아베가 대놓고 업신여기는 것도 한심한 우리 모습 때문 아니겠는가. 우리가 언제쯤이나 지배구조의 교체에 성공할 수 있을지. 아니, 우리에게 제대로 된 지배구조의 개념이 있기나 한 것인지. 이런 나라에 얼마나 더 살아야 하는지 답답한 요즈음이다.

 

Posted by ki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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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칼럼/단상2014. 7. 26. 22:05

 


오클라호마주 무어(Moore) 시 초입의 조형물과 자동차들

 

 

 

 

에프 엠(FM)대로 살면, 망할까?

 

 

 

미국에 도착한 지 일주일 만에 차를 구입하여 몰기 시작했다. 오클라호마의 스틸워터는 십 몇 년 전에 지내던 LA보다 도로가 훨씬 한산하고 넓었다. 미국에서는 교차로에 진입하기 직전에 반드시 정지한 다음 어느 방향이든 먼저 와 서 있는 차가 진입하도록 양보해야 한다. 비록 사방에 차 한 대 없어도 반드시 정지하여 두리번거리며 확인한 다음 출발하는 것이 정해진 법규였다. 저 멀리 차도로 사람이 걸어가면 무조건 서서 기다리는 것도 그들의 원칙이었다. 신호등을 지키는 건 물어볼 필요도 없는 일. 법규를 철저히 지키는 미국인들이 답답할 지경이었다.

초기에는 가끔 착각하여 한국에서의 운전 습관이 튀어나오기도 했다. 그런 미국의 운전 관습이 몸에 배기까지 한 달 이상이 걸렸다. 이처럼 내가 미국에 체류하면서 감동을 받았던 건 미국인들의 이른바 리걸리즘(legalism)’이었다. ‘고집스런 법칙 존중주의쯤으로 번역될 수 있을까. 간혹 답답하기도 했으나, 세계 초강대국 미국의 힘을 느낄 수 있었던 최고의 장점이었다.

 

***

 

부끄러운 일이지만, 우리는 일리걸리즘(illegalism)’이 관습화된 나라다. ‘고집스런 범칙주의(犯則主義)’  혹은일상적 범칙주의’  쯤으로 번역할 수 있을까.어기는 맛에 법을 만든다는 말이 상식처럼 되어 있고, ‘예외 없는 법 없다는 속담을 진리처럼 숭상하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차를 몰고 거리에 나가보라. 아무리 차량 대수에 비해 길이 좁아서 그렇다고는 하지만, 틈만 나면 교통신호를 무시하고, 횡단보도에 사람이 지나가면 전속력으로 가속페달을 밟아 그 앞을 !’하고 가로질러 내빼는 건 일상적인 모습이다. 직진차선에 차가 밀린다 싶으면 그 옆으로 빠져 나가는 우회차선을 쌩 달려 앞쪽으로 간 다음 뒤에서 묵묵히 기다리는 운전자들을 조롱하듯 끼어들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총기 소지가 미국처럼 자유로워진다면, 아마도 사망자의 90% 이상은 도로에서 생겨날 거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는 요즈음이다.

내비게이터 덕분이긴 하지만, 감시카메라의 위치를 귀신같이 알아낸 뒤 그 사이사이에선 엄청난 과속도 일삼는다. 당국에서는 구간 단속이라는 지혜까지 내놓았지만, 요즘은 머리 좋은 운전자들 때문에 그것도 무력화 된지 오래다.

이런 일리걸리즘이 교통에만 국한되는 문제일까. 많은 돈을 벌면서 세금 한 푼 안 내고, 건장한 체구로 태어났으면서 병역의 의무를 기피하고, 집 지을 수 없는 땅에 호화주택을 짓고, 선박의 구조를 변경하면서까지 화물을 과적하고...주워섬기자면 끝이 없다.

 

***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뒤 국가 대개조에 나서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도 날이 갈수록 무뎌지고 있다.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한다고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지하철 사고, 열차 사고, 비행기 사고... 운전자, 정비사 등이 간단하지만 중요한 수칙들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대충대충 해!’라거나 설마 무슨 일이야 있겄어?’라는 무심함과 대범함의 천국이 우리나라다. 집을 지을 때도 넣으라는 철근을 다 넣지 않고, 시멘트의 품질규격이나 분량을 지키지도 않는다. 업자들이 찔러주는 돈 봉투에 감독하는 놈들은 슬쩍 눈을 감아주곤 한다. 식당 하면서 식재료의 원산지 표시 원칙을 지키면 멍청이다. 앞 손님이 먹다 남긴 음식을 다른 손님에게 다시 제공하는 것은 애교. 식재료가 쉽게 상한다고 농약을 치는 인간들이 그들먹한 나라가 우리나라다. 남이야 먹고 죽든 말든, 차를 타고 가다가 바퀴가 빠져 죽든 말든, 곤히 잠자다가 집이 무너져 죽든 말든, 북괴군들이 쳐들어 올 때 포탄이 발사되지 않아 귀한 우리 장병들이 죽든 말든, 열차가 부딪쳐 수십 명의 귀한 사람들이 죽든 말든....내 주머니에 돈만 들어오면 장땡인 나라다.

 

***

 

Field Manual, 에프엠이란 야전 수칙이다. 야전에서 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아군들이 죽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절체절명의 원칙이 바로 에프엠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에프엠 대로 살면망한다. 미련하고 답답하다고 욕을 먹는다. ‘바쁜 세상 대충 살지. 뭔 일 났다고 원칙 지킨다나? 아니 지가 잘 났으면 얼마나 잘 났다고 저렇게 규정을 지키며 답답하게 군디야?’ 온갖 욕이 쏟아진다. 그러니 에프엠을 지키려던 사람들도 슬그머니 반칙의 대열로 끼어든다. '망할 놈'의 관습이요, 분위기다. 법을 지키는 사람이 욕먹는 사회를 생각해 봤는가툭하면 범칙자들에게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우리들. 스스로의 행동들을 한 번 돌아보자. 하루 중 에프엠대로 법규대로 살아가는 순간이 몇 %나 되는지 살펴보자. 사건이 터지면 정부나 대통령만 욕한다. 자신들은 에프엠대로 법규대로 살아 왔는데, 대통령이나 정부 당국자가 무능하고 사악하여 사고가 났다는 투다. 온통 범법자들로 이루어진 이 땅의 야당 인사들은 한 술 더 뜨면서 대중을 선동하려까지 든다. 한심하다 못해 슬프도록 재미있는나라가 '우리 대한민국'이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이미 만들어진 에프엠만 제대로 지켜도 국가 대 개조는 당장 이루어진다!!!

 

 

 


뒤집어진 채 점점 물 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세월호[네이버 사진] 

 

 

Posted by ki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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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일

    잘 읽고 있었는데 똥 싸다 끊긴 느낌이네요 ㅠㅠ

    2016.09.09 02:02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