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칼럼/단상2014. 1. 15. 06:09

 

 

 


풋볼 경기가 열리고 있는 OSU의 분 피켄스 스테이디엄(Boone Pickesns Stadium)

 

 


OSU의 실내 농구경기장 갤러거 아이바 아레나(Gallagher-Iba Arena) 

 

 


각종 스포츠와 레크리에이션 시설이 들어 있는 콜빈 리크리에이션 센터(Colvin Recreation Center)

 

 


콜빈 리크리에이션 센터의 내부 구조도

 

 


콜빈센터의 수영장에서

 

 


콜빈센터의 수영장에서

 

 

 

 

근황(3)-부러운 학생들, 그리고 건강 챙기기

 

 

 

저 같은 촌놈은 그저 일 열심히 하는 것이 최상의 건강관리라고 믿어 왔는데, 도시에 뿌리를 내리고 살면서부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특히 주변에 고롱고롱하시는노인네들이 눈에 띄면서 건강은 관리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지요. 한두 가지 운동이라도 꾸준히 하는 것보다 더 좋은 건강관리법은 없다는 깨달음을 갖게 된 것이지요. 일정한 양의 운동을 일정한 시각에 꾸준히 하는 것은 자칫 게을러지기 쉬운 마음을 다잡을 수도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일거양득이지요. 그런데 30~40대 젊은이들 가운데 운동부족으로 인한 만성질환자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많다는 소식이 얼마 전 국내신문에 보도되었더군요. 한창 열심히 일할 나이 대이니 운동할 여가가 없겠지요. 그러나 어떻게 해서라도 일정한 시간을 마련하여 운동은 해야 합니다. 집 주변이나 산길 걷기는 돈 한 푼 안 드는 운동이고, 약간의 돈이 들긴 하지만 수영이나 테니스, 배드민턴, 탁구 등도 아주 좋은 운동이지요. 저는 30대에 들어서면서 아침마다 걷기와 달리기를 해왔고, 40대에 들어서는 테니스를 해왔으며, 지금은 아침마다 수영을 하고 있습니다. 아주 이른 시각, 아무도 몸을 담그지 않은 물에서 1시간 정도 수영을 하고나면 하루의 출발이 상쾌합니다. 아주 늙어질 때까지 수영은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분이 더 좋습니다.

 

 

미국의 OSU에 와서 놀란 것은 체육시설들이 환상적이란 사실입니다. 아메리칸 풋볼 전용인 분 피켄스 스테이디엄(Boone Pickens Stadium)’7만 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다니, 우리의 국립경기장보다 훨씬 큰 규모이지요. 그밖에도 실내 농구장, 야구장, 복싱장, 레슬링장, 테니스장, 잔디 축구장 등 없는 시설이 없군요. 그 뿐 아니라 레슬링의 영웅을 추모하는 스포츠 박물관인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이 있어 스포츠에 대한 이들의 열기를 알 수 있게 하네요. 그러나 이것들보다 훨씬 부러운 것이 바로 엄청난 규모의 레크리에이션 시설이지요. 이 학교의 한 켠에 큰 건물 두 동이 서 있는데요. 콜빈 레크리에이션 센터(Colvin Recreation Center)와 세레티안 웰니스 센터(Seretean Wellness Center)가 그것들입니다. 그 안에는 대규모 피트니스 센터, 카펫이 깔린 런닝 트랙, 실내외 수영장, 라켓볼장, 복싱 및 레슬링 연습실, 댄스스포츠 연습실 등등. 저로서는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각종 스포츠 종목들을 위한 시설과 공간들이 망라되어 있지요.

 

 

하루 강의를 끝낸 학생들이 간편한 옷차림으로 달려가는 데가 바로 이곳입니다. 이곳에서 마음껏 하루의 피로를 풀고 저녁식사를 한 뒤 밤공부에 몰입하기 위해서지요. 내가 가장 부러워 하는 것이 바로 이 점입니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강의 끝나기 무섭게 좋은 자리 잡으러 도서관으로 달려가는데, 이곳 학생들은 체육관으로 달려간단 말입니다. 자리 잡으러 체육관으로 달려가는 게 아니라 빨리 몸을 풀고 와서 공부하려는 생각 때문이지요.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학들은 아예 체육관 시설이 없거나, 있다 해도 언제나 무료로 이용할 수가 없지요. 그리고 체육관에서 몸이나 풀고 있을 시간이 어디에 있냐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저도 이미 그런 대학시절을 거쳐 온 몸 아닌가요? 이곳 학생들을 보면서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학교엔 자기네 돈으로 지은 체육시설들이 하나도 없다는 점입니다. 모두 선배들이 돈을 희사하여 지어준 시설들이지요. 이들이 후배들을 위해 체육시설에 투자하는 돈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납니다.[자세한 것은 다른 데서 말씀드리지요.] 이런 시설들을 맘껏 이용하여 체력 단련을 하면서 공부에 몰두하는 미국의 대학생들이 부럽고, 그렇지 못한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불쌍하다고 생각되는 건 어쩔 수 없군요.

 

 

저도 지금 이런 체육시설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중입니다. 이곳에 도착한 며칠 뒤부터 체육관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주로 실내 수영장을 이용합니다. 무엇보다 늘 물이 흘러넘치게 함으로써 수질을 최상급으로 유지하는 점이 좋군요. 우리나라 대부분의 수영장처럼 소독약을 쓸 필요가 없으니, 수영장에서 불쾌한 소독약 냄새를 걱정할 필요가 없지요. 혼자 차지하기 미안할 정도로 레인이 넓고 바닥 또한 복판 쪽을 깊게 만들어 깊고 넓은 호수를 건너는 듯하니 수영을 하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점도 빼놓을 수 없네요. 수영장 밖에 항상 관리자가 붙어 앉아 수영객들의 안전을 보살피는 모습도 보기에 좋고요. 저는 아침 6시 반~7시에 수영을 시작합니다. 서울에서는 5시 반이면 어김없이 물에 들어갔는데요, 물속에서 주로 대화를 나누면서 걸어다니는 아주머니들이나 할머니들이 오기 전에 잽싸게 하루 운동량을 채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1.8km 이상을 쉬지 않고 헤어나가는 1시간 수영을 마치고 나면 녹초가 되다시피 했는데, 이곳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 마냥 즐기고 있는 셈이지요. 강박관념 속에 쫓기듯이 하는 운동과 느긋하게 즐기며 하는 운동 사이의 차이를 지금 진하게 깨닫고 있는 중입니다.

 

 

최근에는 수영 외에 걷기운동도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 뒤쪽에 이 대학 소유의 크로스컨트리(cross country) 경기장이 있어요. 큰 규모의 야산과 넓은 초지를 다듬어 구불구불 길을 내고 길바닥엔 짧은 잔디를 덮었거나 분쇄한 나무 조각들을 깔아 폭신하게 만든 길이지요. 경기 당일만 폐쇄하고 1년 내내 주민들에게 개방하는 공간입니다. 숲을 뚫고 달리는, 오르락내리락 7마일 길입니다. 큼직한 기러기들도, 솔방울만한 참새도, 엄마 꽁무니만 쫓아다니는 염소도, 사나운 거위도, 오동통한 사슴도, 부지런한 청설모도, 장난꾸러기 강아지도 만날 수 있는 길입니다. 1~2시간이 걸리는 코스. 숲을 통과하고 나면 넓은 초지가 펼쳐지고 그 한복판에 참한 나무 한 두 그루가 사색에 잠긴 듯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고 서 있는 모습에 저절로 힐링이 되는 곳입니다. 이 코스를 통과하고 나면 마음속에서 엉크러져 있던 생각들이 정리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겨나기도 하는, 희한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왜 아리스토텔레스와 그의 제자들이 산책을 하면서 지식을 전수하고 토론을 펼쳤는지 알 수 있을 것 같군요. 굳이 소요학파라는 이름을 붙일 필요도 없는 일이었겠지요. 아리스토텔레스 아닌 누구라도 소요(逍遙)의 가치야 알 수 있는 일 아니겠어요? 걷다 보면 생각이 정리된다는 것을 최근에 다시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칼로리가 소모되어 육체적으로 건강해지는 것 뿐 아니라 생각을 정리해주고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걷는 일의 효용가치라는 점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이제 잠시 후면 귀국하는데요. 소독약 냄새로 메스꺼워지는 그 수영장에 다시 나가야 하는 일, 어깨가 부딪칠 정도로 붐비는 산책로의 대열에 다시 합류해야 하는 일, 강의 끝나면 체육관 대신 도서관으로 달려가는 학생들을 안타깝게 바라보아야 하는 일 등이 저를 가장 괴롭히는 일들일 것 같네요. 즐겁게 수영하면서 건강을 유지하고,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일이 우리 한국인들에겐 아직 사치일까요? 무슨 수를 쓰든, 관리들을 잘 하셔서 새해에는 부디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갑오년 벽두에

 

백규 드림

 

 

 

 


세레티안 웰니스 센터 간판

 

 


거액을 기부하여 스포츠 시설을 세운 세레티안

 

 


크로스 컨트리 경기장 입구 표지판

 

 


크로스 컨트리 경기 시작 모습

 

 

 


산책길에 만나는 겨울 풀의 물결

 

 


산책길에 만나는 청설모

 

 

 


산책길에 만나는 기러기들[캐나디언 구스,Canadian Goose]

 

 


산책길의 평화, 그리고 힐링

Posted by kicho
글 - 칼럼/단상2013. 10. 21. 10:09

카우보이들, 풋볼의 진수를 보여주다!

 

언제부턴가 꼭 한 번은 상암벌에 나가봐야겠다고 마음먹은 적이 있다. 거기서 붉은 악마들과 함께 함성을 지르며 내 안에 잠자고 있는 야성(野性)’을 흔들어 깨우고 싶다는 객쩍은 욕망을 슬그머니 가져본 적이 있었다. 친구들과 몰래몰래 가는 눈치를 보이곤 하던 작은 녀석은 끝내 함께 가자는 말을 건네지 않았다. 하루, 이틀, 사흘... 그렇게 내 청춘은 저물고 말았다.

 

유럽 여행을 하면서 몇몇 곳에 폐허로 남아있는 기원전 고대 로마의 원형 경기장[혹은 극장]에 혼자 오도마니 앉아서 흥분에 달아오른 관중들의 함성을 상상하곤 했다. 우리는 지금 풋볼[American Football]의 나라 미국, 그 중에서도 풋볼을 중심으로 아름답게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는 이곳 OSU의 스틸워터에 와 있다. 한국에 있을 때 미국 하면 야구를 떠올렸지만, 이곳에 와서 느껴보니 야구나 축구는 간 곳 없고, 풋볼이 이었다. 이 대학에는 큰 규모의 각종 경기장들이 여럿이고, 체육관 시설도 입이 벌어질 정도다. 그러나 규모나 인기도에서 풋볼을 능가할 종목이 없고, 풋볼 경기장인 분 피켄스 스테이디엄(Boone Pickens Stadium)을 능가할 경기장도 없는 듯하다.

 


멀리서 내려다 본 Boone Pickens Stadium



 Boone Pickens Stadium의 앞면

                                                

우리가 이곳에 도착하면서 게임데이(game day)’라는 생소한 말을 종종 들었고, 그 때마다 이 한적한 스틸워터에는 사람들이 북적대고 외부의 차들이 모여들곤 했다. 큰 주차장에는 각지에서 몰려든 RV(Recreational Vehicle) 차량들로 가득하고, 거리 곳곳을 차단하여 차량통행을 막기도 했다. 나중에서야 그것이 풋볼게임 때문이었음을 알게 되었고, 언젠가 한 번은 직접 경기장에 가서 구경하리라 마음먹게 되었다.

 


게임데이 전날이면 이렇게 대부분의주차장에 RV들이 들어찬다


게임데이에 사람들은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경기장까지 셔틀버스를 이용한다

 

그러나 티켓을 구하기 어려웠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거의 1년 전부터 대부분의 티켓이 매진된다는 것이었다. 가끔씩 온라인 사이트에 엄청 비싼 표들이 등장하거나 경기 당일 암표 등을 팔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손에 넣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에게 뜻하지 않은 행운이 찾아왔다. OSU 대학원에서 테솔[Tesol; Teaching English to Speakers of Other Languages]을 전공하는 이웃집의 제이슨[Jason Culp]이 풋볼 티켓 두 장을 건네준 것이다. 아내와 장모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구경을 못 가는 바람에 남게 된 두 장의 티켓을 우리에게 선물로 건넨 것이었다.

 

미국 도착 거의 두 달 만에 드디어 미국 Big 12 경기연맹[Oklahoma State, Oklahoma, Texas Tech., Bayolr, Texas, TCU, West Virginia, Kansas, Kansas State, Iowa State] 에서 가장 오래되고 멋진 풋볼 경기장이자 미국 전역의 캠퍼스 안에 있는 것으로는 최고 경기장들 가운데 하나인 OSU의 분 피켄스 스테이디엄에서 난생 처음으로 풋볼 빅게임을 즐기게 된 것이다 

 

오전 1040분 입장. 장관이었다. 경기는 11시부터 시작된다는데 관객 6만 명을 수용한다는 스탠드는 온통 빈틈없는 오렌지 물결로 이미 꽉 들어차 있었다. 학교의 상징색인 오렌지 색 의상들을 입고 응원도구를 들고 나온 학생, 동문, 시민들이 경기장 3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이 경기는 매년 이 시기에 열리는 홈커밍데이(Home Coming Day)’의 메인 이벤트였다] 그라운드에는 식전 행사가 화려하게 펼쳐지고, 스탠드에서 운동장으로 몰려 내려오는 함성은 지축을 울렸다. 스틸워터 47천의 인구에서 학생과 직원을 합쳐 2만 남짓을 빼면 26천이 남을 것이니, 말하자면 OSU 학생, 교직원, 동문, 스틸워터 시민 등이 총동원 되어 스탠드의 6만을 구성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우리로서는 놀라운 팀스피릿(Team Spirit)’의 현장을 목격하게 된 것이었다.

 


게임 시작 전의 행사


게임은 시작되고


관람석에서 OSU 식 응원을 보내는 제이슨


2쿼터 이후의 막간 행사

 

경기는 4쿼터로 진행되었다. 각 쿼터 15분씩이었으나, 경기 진행상의 수시 중단, TV 광고를 위한 막간 공연, 작전타임 등이 추가되면서 11시에 시작된 경기는 오후 230분이나 되어서야 끝이 났다. 경기 내내 OSU 카우보이 팀과 텍사스 크리스찬 유니버시티 팀 간의 공방이 숨 막히게 벌어졌고, 대부분 홈팀의 응원자들인 스탠드의 관객들은 질서정연하게 일어나 손을 내뻗으며 ‘OSU Cowboys!’를 연호했다. 그 덕인가. 카우보이 팀은 TCU24:10으로 이기고 학생, 동문, 시민들에게 홈커밍의 큰 선물을 안겨 주었다. 경기를 보면서 그것이 서부 개척시대의 랜드 런(Land Run)’으로부터 나온 느낌을 받았을 만큼 미국 정신(American Spirit)’을 듬뿍 느낀 3시간여의 호쾌한 경험이었다.



                   경기를 벌이고 있는 양팀 선수들


 
                    경기장에서 열전을 벌이는 양팀 선수들

 

 


                              카우보이팀이 득점을 하자 카우걸이 말을 타고 등장한다               

 

OSU의 졸업생 분 피켄스가 2003년 대학 역사상 단일 기부로는 최대 액수인 7억 달러를 쾌척하여 세운 이 경기장. 그는 2005년 다시 165천만 달러를 기부하면서 대학교 체육 경기 분과에서 수령한 기부금으로는 최대액수를 기록하게 되었다. 그 덕에 최첨단 시설을 갖춘 이 경기장은 OSU와 풋볼 팀에게 환상적인 게임데이를 가능케 하는 환경을 선사했을 뿐 아니라, 다른 대학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지근 거리에 최고 경기장을 마련하여 학생들은 물론 시민들에게도 좋은 경기를 직접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경기장에는 풋볼 사무실, 미팅 룸, 스피드 및 컨디션 센터, 라커룸, 시설관리실, 선수 의료센터, 미디어 시설실, 명예의 전당, 트레이닝 테이블 뿐 아니라 크고 작은 무수한 공간들이 복합적으로 구비되어 있었다.

 

사람들과 함께 경기장으로부터 밀려나오면서 미국인들의 장점 세 가지를 깨닫게 되었다. 단합정신, 모교 사랑, 질서 등이었다.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우리가 실천하지 못하는 그 세 가지에서 그들이 우리보다 앞선 요인을 찾는 것이 과연 부질없는 일일까.

 


                            경기가 끝나고 나오는 관객들의 모습

 
                 관람석에서 Melania

            관람석에서 Jason과 그의 Father-In-Law

Posted by ki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