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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1.18 선생을 존경해야 나라가 산다!
  2. 2007.04.10 부교재 리베이트와 착취형 교육구조
글 - 칼럼/단상2016. 1. 18. 02:33

선생을 존경해야 나라가 산다!

 

 

 

그는 멀리 가는 내 차에 처음으로 동승했다.

묵직한 체구에서 울려나오는 저음으로

긴 교단 생활의 아픈 마음을 내게 덜어 건넸다.

무엇보다 교육계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정년을 3년 앞둔 그였다.

학생들이 도무지 말을 들어먹지 않아

마지막 3년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금의 학생들, 무서운 게 없다고 했다.

 

 

언젠가 학생의 도가 지나쳐 뺨을 친 교사가 있었다 한다.

그런데, 학생 녀석도 달려들어 교사의 뺨을 쳤고,

결국 난투극이 벌어졌다 한다.

충격을 받은 그 교사, 결국 명퇴로 통한의 교단생활을 마무리하고 말았단다.

 

 

학생들이 잘못을 저질러 매 한 대 맞으면,

당연한 일이지!’가 지난 시절 한국인들의 반응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쇼팽이 피아노 치듯 잘도 놀리는 손가락으로 스마트폰을 눌러

잽싸게 부모에 경찰에 신고하는 게 그들이란다.

나를 낳아 주신 분은 부모지만,

나를 인간으로 만들어주신 분은 선생님이라고 말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부모가 돈을 내서 먹여 살리는 존재가 선생인 세상이다.

내 덕에 살아가는 존재가 선생이라는 것이다.

툭하면 학부모가 찾아와 교사들의 멱살을 잡거나 뺨을 치고

뻔질나게 경찰차가 교문을 드나드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돈 없고 빽 없는 놈은 국립사범대학에나 가야한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고,

가난에 찌들어 있던 나는 미련 없이 그곳으로 갔다.

들어가서 책으로나마 페스탈로치의 철학도 배웠고,

그의 철학과 삶을 통해 내 선택을 정당화 시키고자 노력도 했다.

 

 

고백하건대, 학교 시절 맘에 드는 선생님들은 거의 없었다.

괜찮은가 싶다가도 여지없이 인간적인 면을 드러내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선생님이니 존경하는 게 맞다고 늘 나 자신을 눌렀다.

그 시대엔 누구나 그랬다.

선생도 역시 사람이라는 것,

그래도 교직이 다른 직종보다는 수시로 잘못을 자책하게 하는 분야라는 것,

그래서 교사는 결정적 흠결이 상대적으로 적을 가능성이 농후한 존재들이라는 것.

이렇게 나는 나를 포함하여 선생들이 갖고 있는 존재론적 진실을 깨닫기까지

50년의 세월이 소요되었다.

 

 

정치인들과 정치인들 뺨치게 정치적인 교육감들이 표를 의식해서였을까.

이른바 학생인권조례라는 걸 만들어 학교를 해방구로 전락시켰다고들 한다.

집에서도 밥상머리 교육이 사라진지 오래다.

자식이 잘못 했을 때 꾸중하는 부모도 별로 없다.

사회에서 누군가 내 자식을 꾸짖을 때

그 어른을 탓할 뿐 자식을 꾸짖는 부모는 거의 없다.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은 아이들이 많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베이비부머.

625 직후부터 1960년대 초 사이에 출생한 사람들이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전통사회의 의식을 지금의 그것으로 전환시킨 장본인들,

부모에게 효도하고 선생님을 존경해왔으면서 정작 자식들에게는

그걸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장본인들이다.

이들의 자식들이 자식들을 낳아 학교에 보내게까지 되었으니, 학교의 꼴은 불문가지다.

선생이 특정학생에게 언성만 높여도 부모로부터 득달같이 전화가 걸려오고,

심하면 찾아와 멱살잡이와 폭력이 이어지는 시절이다.

 

 

지금의 아이들은 무서운 것도, 존경할 대상도 없다.

부모들도 아이들에게 무서움과 존경을 가르치지 않는다.

요즘 부모들은 입만 열면 아이들 기 죽이지 말라!’고 고함을 지른다,

그러나 제멋대로 굴게 만드는 힘는 아니다.

기에는 정기(正氣/精氣)와 사기(邪氣)가 있다.

불의에 굴하지 않는 기개’, ‘바른 자세로 매진하는 기개가 정기(正氣/精氣),

사람을 속이고 공동체를 교란시키며

제멋대로 구는, 삿된 기운이 사기(邪氣).

요즘 부모들이 아이들의 기를 세우려 한다지만,

그 상당수의 경우는 삿된 기운일 뿐이다.

그래서 지금의 아이들은 또래들로부터 왕따 되는 것만 무서울 뿐,

도대체 무서운 게 없다.

잘못을 저질러도 부모가 나서서 감싸주고 경찰이 나서서 보호해주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군대에 십 수만 명의 관심사병이 상존(常存)하는 것 역시

이런 교육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논리가 그럴 듯한 것도 그 때문이다.

결국 빗나간 자식사랑이 교육을 망치고, 군대를 망치고,

사회를 망치고, 나라까지 망치고 있는 것이다.

 

***

 

아이들에게 존경할만한 대상’, ‘무서운 대상을 만들어줘야 한다.

선생님으로부터 꾸중 받고 전화를 걸어왔을 때 득달같이 학교로 찾아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선생님의 멱살을 잡지 말고,

머리가 땅에 닿도록 조아리며 가정교육 부실에 대해 사죄한 다음,

전화 걸어온 자식을 매섭게 꾸짖을 순 없을까.

제대로 된 교육은 그 지점부터 시작될 것이고,

이 사회와 국가는 그 지점부터 바로 잡힐 가능성이 보일 것이다.

이제 베이비부머들과 그 자식들은 한참 빗나간 자식들을 밥상머리로 끌어들여

무서운 대상존경할 대상을 알게 해야 한다.

그 길만이 우리 모두가 사는 길이다.

 

 


페스탈로치

Posted by kicho
글 - 칼럼/단상2007. 4. 1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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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적인 말이지만 땅 좁고 부존자원 없는 우리가 기댈 곳은 두뇌뿐이고, 두뇌 육성의 주체는 교육이다. 근대교육이 시작된 이후 우리는 학교 교육에 목매달아 왔지만 아직도 교육현장은 문제투성이다. 지금 나라를 흔들고 있는 주택문제의 바탕에도 교육문제는 도사리고 있다.
최근 터져 나온 중·고교 교사들의 거액 리베이트 수수사건은 그래서 우리를 참담하게 한다. 출판사와 해당 교사들은 돈을 주고받기 위해 수요자들인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바가지를 씌웠다. 리베이트를 챙기느라 불량 자재를 써서 부실 공사를 하는 토목공사 현장과 똑같은 부조리다. 리베이트만큼 건설비용은 올라갈 것이고, 교사들이 받는 ‘검은 돈’만큼 책값이 비싸질 것이다. 불량 자재를 쓴 만큼 건축물의 질은 떨어질 것이고, 부실한 교재를 쓴 만큼 교육이 저급해질 것은 당연하다. 억울한 건축주들과 마찬가지로 교육의 수요자인 학생이나 국민은 이중의 피해를 입어 왔다. 공교육을 신뢰하지 못하여 사교육시장으로 달려 가는 일도, 툭하면 급식 당번이나 교실 청소 등으로 학부모를 호출하는 일도, 환경 미화에 기부금을 내는 일도 국가가 교육의 불가피성이나 절실함에 편승하여 학부모나 학생들을 ‘착취’하는 행태 그 자체다. 수시로 교육과정을 개편함으로써 교과서나 참고서 등을 사게 하는 것도 ‘착취’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몇 년 전 미국에서 경험한 일이다. 처음으로 학교에 간 아이들이 교과서라고 받아 온 책을 보니 상당 기간 선·후배 간에 물려 내려온 너덜너덜한 것들이었다. 한심한 생각이 들어 책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았으나 들어 있어야 할 내용은 빠짐이 없었다. ‘그렇다 해도 이런 구닥다리 교과서를 가지고 홱홱 변하는 세상의 이치를 배워낼 수가 있을까?’ 걱정이었다. 그러나 학기가 진행되면서 나의 의문과 걱정은 저절로 해결이 되었다. 중학생들의 교과서를 몇 년 단위로 바꾸어야 할 만큼 세상의 지식은 변하는 게 아니며, 설사 새로운 것들이 추가된다 해도 교사가 그때마다 보충자료를 통해서 충분히 교육을 시킨다는 것이었다. 학생들은 교과서를 살 필요가 없었고, 배부된 교과서에는 절대로 낙서를 못하게 했다. 그 책을 학교에 보관했다가 후배들에게 물려주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교사들은 추가할 내용을 복사하여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고, 도서관 등에서 필요한 참고자료를 찾아보도록 과제를 내 주는 것이었다. 이런 일을 통하여 학생들은 책을 아낄 줄도 알게 되었다. 책에 스며있는 정신적 자산을 소중히 여기게 되고, 교사들은 교육을 위하여 늘 ! П맨瞞 했다. 돈을 낭비하지 않으면서 좋은 교육을 시키려는 부자 나라 미국의 마음 씀씀이와 합리성이 놀라웠다.

우리는 해방 후 미군정기로부터 현재까지 끊임없이 ‘교육개혁’을 실시해 왔다. 그러나 그간 시행된 개혁들은 상당 부분 어설픈 실험의 연속이었고, 그 실험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더욱이 우리는 몇 년마다 한 번씩 교과과정을 개편하고 교재를 새로 만든다. 학생들은 이것들이 나올 때마다 어김없이 정가대로 사야 한다. 참고서와 교사용 지도서 등 교과서 한 종류에 따르는 부수적 이익도 대단하다. 선택의 자유가 없는 학생들, 말 없는 고객들이 있는 한 그 책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교사들만 잡으면 소비자들을 모조리 휘어잡을 수 있는데 ‘검은 돈’을 안 쓸 수 없을 것이다. ‘초·중등학교 개혁의 핵심은 교사개혁, 대학개혁의 핵심은 교수개혁’이란 말은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이제 ‘국민 착취형 교육체제’를 확 바꿔야 할 때다. 그것이 교육개혁의 핵심이다. <2006. 11. 22.>



Posted by ki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