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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칼럼/단상2015. 10. 13. 21:57

19금 수필

 

섹스, 그리고 학문과 체험의 거리

 

 

 

 

오늘 우연히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알렉스 자보론코프라는 영국 생명과학자의 책이 소개된 기사를 읽게 되었다. <<늙지 않는 세대(the Ageless Generation)>>이란 제목의 책. 인간의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 내려면 성관계를 중지해야 한다는 것, 섹스를 포기한다면 150세까지 수명 연장이 가능하다는 것, 성관계 대신 윗몸 일으키기, 팔굽혀 펴기 등의 규칙적인 운동과 소식(小食)을 해야 한다는 것, 따라서 장수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결혼을 크게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 등이 기사에 소개된 핵심내용이었다.

 

그러지 않아도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오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집 을 포기한 세대)칠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 , 희망을 포기한 세대)’가 출현하여 우리 모두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는 지금 아닌가. 경제가 어려워 남녀의 기본관계조차 포기해야 하는 이 때, 이런 책의 출현을 바라보아야 하는 내 심정이 매우 착잡하다. ‘오래 살려면 섹스를, 아니 결혼을 포기하라는 저자의 주장에 얼마간의 근거가 있다 할지라도, 결혼과 섹스를 포기하라니? 삶의 행복을 추구하고 2세를 낳아 세상을 유지해나가도록 하는 것은 사실 인간의 권리이자 의무이기도 한데 말이다. 150년을 살기 위해 하늘이 부여한 인간 최대의 특권을 포기하라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불성설이다.

 

한국 역사상 최고의 노래문학 만횡청류(蔓橫淸類)가운데 두 작품만 들어보자.(*독자들을 위해 현대어로 번역하여 제시한다.)

 

1. 술 먹고도 병 없는 약과

   색 쓰고도 오래 사는 약을

   값 주고 살 수 있으면

   맹세코 아무리 비싼들 관계하랴!

   값 주고도 못 살 약이니

   눈치 알아가며 조금씩 하여

   백년까지 해보세.

 

2. 꼭 백년 살 줄 알면

   주색에 빠진다 관계하랴.

   행여 참은 후에 백년을 못 살면

   그 아니 애달은가?

   인명은 하늘에 달린 것이라

   주색을 참은들

   백년 살기 쉬우랴

 

두 노래 모두 절창이다. 두 노래 모두 핵심은 끝에 있다. “눈치 알아가며 조금씩 하여/백년까지 해보세”, “인명은 하늘에 달린 것이라/주색을 참은들/백년 살기 쉬우랴는 말들 속엔 인간의 최대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다는, ‘욕망 합리화의 긍정적 철학이 담겨 있다. 더구나 두 번째 노래 중간의 행여 참은 후에 백년을 못 살면/그 아니 애달은가?”라는 멘트는 통찰과 지혜가 녹아든 명언이자 자보론코프를 납작하게 밟아놓는 주장이기도 하다. 인생 백년을 한정하고 조금씩 절제하며 죽을 때까지 즐겨보자는 것, 소리 치고 살아봐야 백년을 못 사는 게 인생이니 주색을 즐겨보자는 것. 얼마나 달관한 철학자의 논리들인가.

 

수명을 연장해보려고 섹스 혹은 2세 생산의 즐거움을 포기한 채 팔굽혀 펴기와 윗몸 일으키기나 쉬지 않고 해야 한다면, 참으로 따분한 일생 아닌가. 그렇게 150을 살아서 대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그렇게 보면, 일생 연구실에서 머리를 짜낸 자보론코프 교수보다 옛날 우리네 노래꾼들이 훨씬 지혜롭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맘대로 주색에 탐닉하라는 말씀은 아니니, 강호제현은 새겨들으시라. 呵呵.

 

 

 

Posted by ki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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