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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7.22 은사님과 번개를!
  2. 2017.02.27 50년이 한 나절이라? 2
글 - 칼럼/단상2017. 7. 22. 13:24

은사님과 번개를!

 

 

<맨 앞줄 왼쪽에서 세번 째 분이 이신평 선생님>

 

 

은사님(이신평 선생님)을 근 반세기만에 만나 뵈었다. 벌써 팔순. 그러나 몸은 꼿꼿하셨고, 눈은 밝으셨으며, 말씀은 더 다듬어지신 모습이셨다. 늙어가는 제자들을 앞에 두신 은사님은 만감이 교차하셨을까. 연신 잔을 기울이셨다.

 

하교 종이 땡땡땡 울리면, 우리는 선생님을 따라 갈머리, 민어도로 낚시하러 나가곤 했다. 낚시와 바둑을 좋아하셨던 선생님. 우리를 늘 친구처럼 대해주신 20대 후반의 청춘이셨다. 고기는 잘 잡히지 않아 어깨에 멘 다람치는 늘 텅 비어 있었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풍요롭던 어린 시절이었다. 선생님 곁을 떠난 것은 우리의 10대 초중반이었다. 중학교 진학도 쉽지 않았고 돈벌이도 마땅치 않았던 베이비 부머들의 현실을, 입만 열면 헬조선을 외치는 포스트 베이비 부머들은 알 턱이 없으리라. 그 추운 겨울날 새끼 망둥이들 어미 곁 떠나듯뿔뿔이 흩어진 우리는 모진 세파를 온몸으로 견뎌야 했다. 가진 것 없이, 기댈 언덕도 없이, 물결에 밀리고 발길에 차이면서 오늘까지 견뎌 온 것 아닌가. 말 그대로 어찌어찌 살다보니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그나마 입 벌리고 달려드는 아귀나 범치, 가물치 없는 이 웅덩이에까지 성체가 된 망둥이들이 모여든 것이다.

 

친구들은 거울이다. 늙어가는 얼굴들을 서로 바라보며 제 모습을 깨달으니, 거울이다. 거기에 새끼 망둥이 시절의 선생님까지 모셔다 놓았으니, 큰 거울 작은 거울들이 서로 반사하여 번개의 공간이 번쩍이는 거울 방으로 바뀐 건 당연한 일 아닌가. 큰 거울인 선생님의 모습에서 조만간 도래할 우리의 미래를 훔쳐보고, 작은 거울인 친구들의 얼굴에서 과거와 현재로의 시간여행을 위해 타고 갈 타임머신을 발견한다. 그래, 멋진 타임머신이었다. 우리가 언제 참하게 앉아 대가들의 역사책을 읽을 기회가, 여유가 있었던가. 적어도 6, 70년대부터는 우리 자체가 역사책이다. 그 이전의 역사책은 우리 부모였고, 부모 이전의 역사책은 우리의 조부모였으며, 그 이전의 역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우리는 역사를 DNA로 물려받았을 뿐, 허접한 책 나부랭이는 별 의미가 없었다. 진짜 역사는 몸과 마음에 새겨지는 마음의 역사. 반세기도 안 되어 두서너 번의 산업혁명, 정치혁명을 경험한 우리다. 그래서 한국의 베이비부머들은 화석화된 현대사의 교과서들이다. 가벼운 입과 머리로 역사를 농()하고, 근대를 논()하는 얼치기 사학도들을 만날 때마다 허무감을 느끼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 가벼운 논리를 끌어다 정치를 하겠노라 편을 갈라 싸우는 이 땅의 정치 모리배들이 불쌍하고 가소로울 뿐이다.

 

막잔을 비우고 헤어지지만, 우리의 시간은 기약할 수 없다. 오늘의 우리가 내일의 우리는 아니고, 지금의 이 시간과 내일의 저 시간이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번쩍번쩍 튀어 달아나는 광음(光陰)의 질주 속에서 나의 정체성(正體性)’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담에 한 번 만나자라는 말보다 그래 바로 지금 만나자가 더 진실하고 정직한 말이다. 그래서 인생의 허무를 깨달은 사람들은 오늘도 저잣거리의 주막에서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이렇게 외치는 것이다. “, 우리의 건강과 행복을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그렇게 날은 어두워졌고, 선생님은 열차를 놓치실 세라 종종걸음으로 달리셨으며, 헤어지기 아쉬운 병철이와 영도는 ‘9월의 번개를 두 번 세 번 확인 또 확인했다.^^

<2017. 7. 21.>

 

 

Posted by kicho
글 - 칼럼/단상2017. 2. 27. 10:39

50년이 한 나절이라?

 

 

 

초등학교 동기 박병철(교안유아교육협회 회장)

일산에서 번개를 때리고,^^ ‘당연 참석 1으로 나를 지목했다.

지면이나 SNS를 제외하곤 초등학교 졸업 후 한 번도 만나지 못한 그와 그들이었다.

막판에 지방 행사핑계를 대고 불참을 통보하니, 몹시 낙담하는 그였다.

그 후 며칠 동안 마음에 갈등이 일었다.

50년 세월의 격랑을 무난히 넘어, 나는 그들과 해후할 수 있을까?

 

지방에서의 이른 아침 출발은 무리였지만, 가기로 했다.

숨차게 달려가니 일산 중심가의 한식집에 몇몇 동무들이 모여 있었다.

, 50년 전 그들의 해맑은 표정이었다!

얼굴 한 복판에 남아 있는 추억의 모습들.

이름을 부르니 대답이 돌아왔다.

그로부터 그 시절의 이야기들이 누에고치의 실처럼 술술 풀려나왔다.

영민한 그들의 기억력에 잠자던 내 기억의 창고가 드디어 빗장을 푼 것이다.

 

흘러간 50년이 겨우 한 나절이었다!

그간 나는 무얼 찾아 어디를 헤매고 있었을까.

삶의 파도를 넘으며 많이 지워지긴 했지만,

희미하게나마 어둡던 시절의 개구진 흔적들이 얼굴 한 복판엔 남아있었다.

돈을 많이 번 친구도, 자식들을 잘 둔 친구도,

사회적으로 성공한 친구도, 그저 매일매일 즐겁게 살아가는 친구도 있었다.

그런 지금의 얼굴들은 잠시 벗어둔 채

마주 보고 착하게 웃으니 좋았다.

서로 확인하는 것이 초심(初心)’이고 동심이었다.

 

세월이 험악하여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따지고 드는 옳고 그름의 논쟁속에

배려와 사랑이 사라져 버린 시절 아닌가.

그러나,

해맑았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누구에겐들 없으랴.

헐벗음과 굶주림의 트라우마에서 자유롭지 못한

베이비부머 세대의 중심에 서 있는 우리다.

남들이야 알아주든 말든

그런 시절에도 웃음을 잃지 않던 우리였기에

지금 이 순간의 행복도 누릴 수 있는 것 아닐까.

 

집으로 돌아가는 그들의 등짝에

서해의 낙조가 따스하게 비쳐

행복해 보였다.

그들은 오늘 가졌던 만남의 추억을

삶의 에너지로 바꾸어 자신들의 내면에 가득 충전했으리라.

그 에너지가 소모되고 나면

누군가가 나서서 또 한 번의 번개를 때리겠지.

번개를 때리고 맞으며

이 모진 세태를 견뎌내는 지혜를 키우리라.

그 지혜가 모여

살벌하고 위험하며 앞이 보이지 않는 나라의 어려움도 다독여 나갈 것이다.

동무들 만세!!!

 


그 시절의 내가 대체 어디에 서 있단 말인가.ㅠㅠ

 

 

 


취하기 전에 한 컷!

 

 


주명문-김영도-박병철, 그리고 싱싱한 선인장들

 

 


주명문-김희순-김영일-조정임-김영도-조순옥-박병철, 선인장같은 그대들!

Posted by ki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