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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7.26 에프 엠(FM)대로 살면, 망할까? 2
  2. 2007.05.10 눈 내린 산길을 달리며 생각난 기쁨이 아버지
글 - 칼럼/단상2014. 7. 26. 22:05

 


오클라호마주 무어(Moore) 시 초입의 조형물과 자동차들

 

 

 

 

에프 엠(FM)대로 살면, 망할까?

 

 

 

미국에 도착한 지 일주일 만에 차를 구입하여 몰기 시작했다. 오클라호마의 스틸워터는 십 몇 년 전에 지내던 LA보다 도로가 훨씬 한산하고 넓었다. 미국에서는 교차로에 진입하기 직전에 반드시 정지한 다음 어느 방향이든 먼저 와 서 있는 차가 진입하도록 양보해야 한다. 비록 사방에 차 한 대 없어도 반드시 정지하여 두리번거리며 확인한 다음 출발하는 것이 정해진 법규였다. 저 멀리 차도로 사람이 걸어가면 무조건 서서 기다리는 것도 그들의 원칙이었다. 신호등을 지키는 건 물어볼 필요도 없는 일. 법규를 철저히 지키는 미국인들이 답답할 지경이었다.

초기에는 가끔 착각하여 한국에서의 운전 습관이 튀어나오기도 했다. 그런 미국의 운전 관습이 몸에 배기까지 한 달 이상이 걸렸다. 이처럼 내가 미국에 체류하면서 감동을 받았던 건 미국인들의 이른바 리걸리즘(legalism)’이었다. ‘고집스런 법칙 존중주의쯤으로 번역될 수 있을까. 간혹 답답하기도 했으나, 세계 초강대국 미국의 힘을 느낄 수 있었던 최고의 장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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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일이지만, 우리는 일리걸리즘(illegalism)’이 관습화된 나라다. ‘고집스런 범칙주의(犯則主義)’  혹은일상적 범칙주의’  쯤으로 번역할 수 있을까.어기는 맛에 법을 만든다는 말이 상식처럼 되어 있고, ‘예외 없는 법 없다는 속담을 진리처럼 숭상하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차를 몰고 거리에 나가보라. 아무리 차량 대수에 비해 길이 좁아서 그렇다고는 하지만, 틈만 나면 교통신호를 무시하고, 횡단보도에 사람이 지나가면 전속력으로 가속페달을 밟아 그 앞을 !’하고 가로질러 내빼는 건 일상적인 모습이다. 직진차선에 차가 밀린다 싶으면 그 옆으로 빠져 나가는 우회차선을 쌩 달려 앞쪽으로 간 다음 뒤에서 묵묵히 기다리는 운전자들을 조롱하듯 끼어들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총기 소지가 미국처럼 자유로워진다면, 아마도 사망자의 90% 이상은 도로에서 생겨날 거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는 요즈음이다.

내비게이터 덕분이긴 하지만, 감시카메라의 위치를 귀신같이 알아낸 뒤 그 사이사이에선 엄청난 과속도 일삼는다. 당국에서는 구간 단속이라는 지혜까지 내놓았지만, 요즘은 머리 좋은 운전자들 때문에 그것도 무력화 된지 오래다.

이런 일리걸리즘이 교통에만 국한되는 문제일까. 많은 돈을 벌면서 세금 한 푼 안 내고, 건장한 체구로 태어났으면서 병역의 의무를 기피하고, 집 지을 수 없는 땅에 호화주택을 짓고, 선박의 구조를 변경하면서까지 화물을 과적하고...주워섬기자면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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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뒤 국가 대개조에 나서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도 날이 갈수록 무뎌지고 있다.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한다고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지하철 사고, 열차 사고, 비행기 사고... 운전자, 정비사 등이 간단하지만 중요한 수칙들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대충대충 해!’라거나 설마 무슨 일이야 있겄어?’라는 무심함과 대범함의 천국이 우리나라다. 집을 지을 때도 넣으라는 철근을 다 넣지 않고, 시멘트의 품질규격이나 분량을 지키지도 않는다. 업자들이 찔러주는 돈 봉투에 감독하는 놈들은 슬쩍 눈을 감아주곤 한다. 식당 하면서 식재료의 원산지 표시 원칙을 지키면 멍청이다. 앞 손님이 먹다 남긴 음식을 다른 손님에게 다시 제공하는 것은 애교. 식재료가 쉽게 상한다고 농약을 치는 인간들이 그들먹한 나라가 우리나라다. 남이야 먹고 죽든 말든, 차를 타고 가다가 바퀴가 빠져 죽든 말든, 곤히 잠자다가 집이 무너져 죽든 말든, 북괴군들이 쳐들어 올 때 포탄이 발사되지 않아 귀한 우리 장병들이 죽든 말든, 열차가 부딪쳐 수십 명의 귀한 사람들이 죽든 말든....내 주머니에 돈만 들어오면 장땡인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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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eld Manual, 에프엠이란 야전 수칙이다. 야전에서 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아군들이 죽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절체절명의 원칙이 바로 에프엠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에프엠 대로 살면망한다. 미련하고 답답하다고 욕을 먹는다. ‘바쁜 세상 대충 살지. 뭔 일 났다고 원칙 지킨다나? 아니 지가 잘 났으면 얼마나 잘 났다고 저렇게 규정을 지키며 답답하게 군디야?’ 온갖 욕이 쏟아진다. 그러니 에프엠을 지키려던 사람들도 슬그머니 반칙의 대열로 끼어든다. '망할 놈'의 관습이요, 분위기다. 법을 지키는 사람이 욕먹는 사회를 생각해 봤는가툭하면 범칙자들에게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우리들. 스스로의 행동들을 한 번 돌아보자. 하루 중 에프엠대로 법규대로 살아가는 순간이 몇 %나 되는지 살펴보자. 사건이 터지면 정부나 대통령만 욕한다. 자신들은 에프엠대로 법규대로 살아 왔는데, 대통령이나 정부 당국자가 무능하고 사악하여 사고가 났다는 투다. 온통 범법자들로 이루어진 이 땅의 야당 인사들은 한 술 더 뜨면서 대중을 선동하려까지 든다. 한심하다 못해 슬프도록 재미있는나라가 '우리 대한민국'이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이미 만들어진 에프엠만 제대로 지켜도 국가 대 개조는 당장 이루어진다!!!

 

 

 


뒤집어진 채 점점 물 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세월호[네이버 사진] 

 

 

Posted by kicho
글 - 칼럼/단상2007. 5. 10. 15:08
눈 내린 산길을 달리며 생각난 기쁨이 아버지


조규익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고, 그 가운데 좀더 중요한 것은 ‘좋은 시작’이다. 물론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서양 속담을 맹신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시작이 안 좋은데 끝이 좋기란 쉽지 않다.
여행도 마찬가지. 여행의 시작이 좋으려면 치밀한 계획과 풍부한 정보, 그리고 실력 있는 안내자가 필요하다. 말하자면 ‘첫발부터 길을 제대로, 잘 잡아들어야한다’는 것이다.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란 우리 속담도 여행에서 그 모티프를 잡았음에 틀림없다.
출발점이나 길이 갈라지는 곳을 생각해보자. 출발점에서는 동·서·남·북이 공존한다. 갈림길도 마찬가지. 그래서 처음엔 ‘길을 좀 잘못 잡아들기로서니 무슨 큰 문제이랴?’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것들의 차이란 회복할 수 없을 만큼 벌어지기 시작한다.
유럽의 도로체계 가운데 ‘라운드어바웃round-about’이란 게 있다. 여러 갈래의 갈림길이 필요할 경우 환상(環狀)의 도로를 돌면서 표시된 출구를 찾아 나가도록 설계된 구조. 지름이 작은 것은 4-5m, 크다고 해야 10여m에 불과한 원형의 도로들이다. 출발점인 여기선 모든 방향이 손바닥 안에 있는 셈. 그러나 방향을 잡기에 따라선 ‘지척이 천리’가 된다. 방향을 모를 경우 라운드어바웃을 여러 바퀴 돌기도 한다. 돌면서 올바른 길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길을 잘못 들 경우 먼 길을 갔다가 되돌아오기도 하는 등 고생이 만만치 않다. 만일 좋은 정보와 길잡이만 있었다면 그런 고생을 할 필요가 없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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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여행의 시작은 파리. 파리에서도 유명한 ‘기쁨이네 집’(하단의 연락처 참조)이었다. 유럽, 특히 파리에 딱히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우리가 기댈 곳이라고는 아무데도 없었다. 광활한 유럽 땅을 공략(?)하겠다고 나섰으면서도 길잡이 하나 변변히 없는 셈이었다. 탁상의 정보가 아무리 그득해도 현장과 연결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일. 아내가 인터넷 등을 통해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파리의 기쁨이네를 알아냈다. 건축학을 공부하는 기쁨이 아버지가 자동차 여행에 전문가 수준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결정적 요건이었다.
파리는 우리 여행의 첫걸음인 셈. 빠리 공략이 실패할 경우 그 영향은 여행기간 내내 우리를 괴롭힐지도 몰랐다. 그래서 우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파리에 가서 기쁨이네를 찾았다.
기쁨이 아버지의 실력은 과연 듣던 대로였다. 시원시원하고 해박한 실력의 ‘나이스 굿 맨’이었다. 파리의 답사 대상을 일정별로 나눈 것도 그의 제안이었다. 그 뿐인가. 유럽 여행길에서의 주의사항, 독도법(讀圖法), 심지어 숙소 찾는 법에 이르기까지 세밀한 교육을 받았다. 빠리 시가지로부터 돌아와 저녁상을 물리면 그 때부터 시작되는 기쁨이 아버지의 교육. 건축학 전문가답게 각종 건물양식에 대한 설명도 자상했다.
첫판부터 이상한 곳, 예컨대 이번 폭동의 발원지인 생드니 같은 곳으로 들어가 헤맸다거나 심지어 ‘강도까지 당했다’는 일부 한국 여행자들의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기쁨이네를 선택한 우리가 얼마나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유익한 여행의 첫 단추를 끼었는가를 절감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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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폴란드의 눈 내린 산길을 달려 슬로바키아로 넘어간다. 부다페스트를 향해. 설경이 환상적인 산길을 달리며 새삼 기쁨이 아버지를 생각한 이유가 있다. 운전자와 내비게이터navigator의 마음이 ‘절대로’ 맞아야 한다는 것, 운전자는 운전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어느 경우라도 내비게이터는 지도를 철저히 연구하여 노정을 꿰고 있어야 하며, 설사 틀렸다고 생각해도 운전자는 내비게이터의 말을 따라야 한다는 것, 어느 방향으로 달리다가 표지판 둘을 지나도록 가고자 하는 도시명이 나오지 않을 경우에는 방향이 잘못된 것이니 차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야 한다는 것, 유럽에서는 눈이 아무리 많이 와도 도로만은 문제없으니 당황하지 말 것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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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가르쳐 준 것이 어찌 이 뿐이랴. 그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려 했고, 우리 역시 그 가운데 많은 것들을 귀에 담아두었다. 지금 우리가 눈 내린 산간지방을 지나며 콧노래를 부를 수 있는 것도 출발점에서 좋은 길잡이를 만난 덕분이다. 새삼 폴란드 국경 주변의 아름다운 설경과 기쁨이 아버지의 어글어글한 표정이 오버랩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2005. 11. 19. 쟈코펜의 산악지대를 지나며


**기쁨이네 연락처
전화번호 33-01-49-56-11-72, 33-06-64-51-66-68(박세혁)

**이 글의 출처는 백규서옥(http://kicho.pe.kr) 참조

Posted by ki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