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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칼럼/단상2010. 9. 25. 15:49



'상주오복동(尙州五福洞)'을 다녀와서

                                                                 
해외에 입양되었다가 어머니를 찾아 이땅에 왔으나,
끝내 찾지 못한 채 좌절의 눈물을 흘리는 30대를 보았다.
TV화면에 안개처럼 번지는 슬픔의 무게를 나의 작은 가슴으로는 가늠할 수 없었다.
그 좌절의 색깔이 바래질 즈음, 그는 또 다시 자신의 근원을 찾아 헤맬 것이다.
지금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지만, 근원을 찾고 싶은 그의 욕망은 쉽사리 잠재울 수 없으리라.
살아가면서 ‘인연’을 버리라고 역설(力說)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데,
왜 그 인연을 못내 그리워하며 유한한 삶을 불태우고 있는지,
인연의 덫에 스스로 갇히고 싶어 하는지 알기 어려운 나날이다. 
   
인생은 ‘찾기’의 연속일까.
자신의 육체적⋅정신적 근원을 찾는 것도,
자신이 직면한 문제의 해답을 찾는 것도,
앞으로 살아갈 방도를 찾는 것도,
친구가 나를 멀리하는 이유를 찾는 것도,
세상이 잘못되고 있는 원인을 찾는 것도,
모두 ‘찾기’에 인생의 본질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철 든 이후 지금까지 내겐 많은 문제들이 닥쳤고, 나는 그 해결책을 찾아 헤매왔다.
찾은 것보다 찾지 못한 것들이 더 많고, 찾지 못한 것들 중에서도 더 이상 찾기를 체념한 것들이 더 많다. ‘배움⋅가르침⋅연구’를 직업으로 선택한 이후, 내가 주력하는 ‘찾기’의 대상은 좀 더 좁혀지게 되었다. 요즈음은 옛 문헌들과 그에 관계되는 갖가지 사실들이 주로 그 대상이 되었다. 학창시절 존경하는 은사 나손 선생은 늘 ‘발로 뛰는 공부’를 권하셨고, 그 공부의 100%가 ‘삶 속에서의 찾기’였다. 전국을 누비시던 그 분 활동의 대부분은 바로 ‘찾기’에 있었다. 이제 꿈과 의지가 퇴색하여 ‘연구실 물림’으로 몰락하고 말았지만, 한때는 나도 그 분처럼 많은 것을 ‘찾아내리라’ 마음먹고 동분서주했던 적이 있었다.

***

올 추석 연휴를 틈타 경북 상주에 가기로 했다. 남들이 귀경할 즈음, 한산한 고속도로의 하행선을 타기로 한 것. 얼마 전 입수한 자료를 읽다가 ‘이 글을 지은이는 상주 화령에 사는 공선생(칠십이세)’이라는 후기(後記)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예로부터 경북에는 ‘상주오복동(尙州五福洞)’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다. 그 상주가 지금의 상주인지 알 수는 없으나, 첩첩산중 자연을 보니 그 상주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되었다. 옛날 옛날 한 옛날, 나무꾼 한 사람이 사슴을 좇아 산중으로 깊이 들어가다가 굴을 발견했단다. 그 굴속에 들어가니 자그마한 촌락이 나왔고, 거기서 그 마을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그들은 옛날 난리를 피하여 산중으로 들어와 이 마을을 건설했으며 다시는 세상과 교류할 생각도 하지 않고 자자손손 그곳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노라는 그 사람의 설명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나무꾼이 다시 그곳을 찾고자 했으나 다시는 찾지 못했다고 한다. 그 마을이 바로 ‘상주 오복동’이다.
면사무소에서 정보를 얻어 만나본 사람이 바로 내가 찾던 분의 후손이었다. 그 집으로 초대되어 맛있는 ‘국시’로 점심대접까지 받으며 자료의 기록을 따져보았으나, 해답은 종시 찾을 수 없었다. 내가 간절하게 ‘찾고 있던’ 그 분은 쉽사리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상주 내 수십km 상거(相距)의 마을들을 찾아다니며 수탐했으나, 이번 행차에서 ‘그 분을 찾는 일’은 접어야 했다. 서울로 대구로 이웃 마을로 연신 전화기를 돌리며 ‘해답찾기’를 도와주려는 주인어른의 친절을 마음에 새기며, 나는 그 오복동을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다시는 찾아내지 못할 것만 같은 그 선경을 말이다.

***

늘 ‘찾는 일’은 수월치 않았다. 지금 벌어지는 일도 알기 어려운데, 작은 단서 하나로 지난 시절의 일들을 찾는 일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러나 이번 행차에 수확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평소 손바닥만 하다고 생각되던 우리 땅에서 ‘상주오복동’을 발견했고,^^ 그곳에 살고 있는 소박하고 다정한 사람들을 만난 일이다. 무엇보다 오랜 옛날 무릉도원(武陵桃源)으로 알고 이곳에 찾아들어 아름다운 후손들을 남겨둔 ‘공선생’을 만난 일이다. 그 후손들이 전국 방방곡곡에 퍼져 있으니, 조만간 좋은 소식을 보내줄 것이다. 그리하여 ‘찾아 헤매는’ 내 수고를 덜어줄 것이다. 꼭꼭 숨어있는 오복동도 찾아낼 수 있는 ‘네트웍의 힘’을 믿어보기로 했다. 이거야말로 장땡과도 같은 추석선물 아니겠는가.

                                            2010. 9. 23.

                                          전라북도의 한 모텔방에서  백규

Posted by ki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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