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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4.06 ‘교수채용 비리’ 유감 (1)
  2. 2008.08.25 외국인 교수 영입의 전제
글 - 칼럼/단상2015. 4. 6. 07:20

교수채용 비리유감

 

 

 

 

 미국의 대학에 잠시 체류하고 있으면서, 교수 채용의 과정을 그 대학의 교수로부터 직접 듣게 되었다. 채용 심사가 완료되기까지 대략 5개월 정도 걸리는데, 서류심사와 전화 인터뷰를 통과한 응모자들 가운데 채용 예정인원 몇 배수의 인원을 직접 불러다가 며칠 동안 벌이는 여러 차례의 대면 인터뷰, 발표회 등 그 심사절차가 자못 복잡하고 번거로운 점이 놀라웠다.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심지어 호텔 투숙 과정 및 식사시간에도 예리한 평가의 눈이 따라다닌다니, 교수 한 사람을 뽑기 위해 미국의 대학들이 투자하는 돈, 시간, 정력은 참으로 경이로웠다. 심상하게 던지는 말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모두 체크한다는 것이었다. 개별 면담을 통해 응모자의 전공수준이나 향후 연구계획 등 응모자의 수월성을 평가한 뒤 교수들은 회의를 갖고 각자의 판단에 대하여 치열한 토론을 벌인다고 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야 비로소 한 사람의 교수를 뽑는 과정이 끝나는 것이었다.

 

 교수 한 명을 채용하기 위해 학과의 교수들과 스탭들이 총동원되고, 학교 당국도 돈을 아끼지 않는 것이 미국의 대학들이었다. 우리나라 대학들은 신입생을 뽑기 위해 학교와 교수들이 홍역을 치르는데, 미국의 대학들은 교수를 뽑기 위해 홍역을 치르고 있었다. 좋은 교수들이 좋은 대학을 만들어 놓으면, 돈 들여 선전을 하지 않아도 학생들이야 제 발로 찾아오는 게 아닌가. 미국의 대학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니는 것도 이런 점에서 당연했다. 공정하고 엄정한 심사를 통해 채용된 교수들의 수월성이 미국 대학들의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 우리나라 대학들이 눈앞에 떠오르면서 부끄러움과 절망감이 밀려들었다.

 

  ***

 

 지난 정권 시절 저지른 이웃 J대학의 비리들이 최근 드러나기 시작했다. 자세한 건 관심도 없고 복잡한 사안이라 잘 모르지만, 그들이 받고 있는 교수 채용 상의 비리 의혹은 참으로 흥미롭고도 뻔했다. 보도에 의하면, 그 대학은 국악분야의 교수를 한 명 채용키로 하고 20142학기에 초빙 공고를 낸 모양이었다. 그런데, '가야금 전공자, 음악이론 전공자, 영어 수업 가능자' 등의 조건이 달려 있었다는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 세 가지 조건을 만족시킬 만한 사람이 국내엔 단 한 사람만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말할 것도 없이 이 사람을 뽑으려는 꼼수였던 것이다. 거추장스럽게 새삼 검찰 수사까지 필요한 일이랴? 가만히 생각해 보니 당시 앙앙불락(怏怏不樂)하던 몇몇 국악 전공자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입을 모아 그 대학과 함께 지금 혐의를 받고 있는 모 인사를 성토하면서도, 드러내놓고 반발하지 못한 점을 지금서야 깨닫게 되었다. 국악계 인사로서 나는 새도 떨어뜨릴 만한 권력을 잡아 본 게 아마 유사 이래 처음일 것이라는 그들의 자조 섞인 한탄을 당시에는 귓전으로 들어 넘긴 나였다. 그래, 불쌍한 교수 예비군들이 어찌 총장 출신의 청와대 수석에게 덤벼 들 수 있었으랴?

 

 그러나 그게 어찌 이 대학 이 분야만의 일일까? 모든 대학들이 학연/혈연/지연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내 사람 심기[뽑기]의 카르텔과 그저 고만고만한 사람들만 고르는 안이함에 매몰되어 있다고 한다면, 너무 지나친 자기비하일까? 자기 대학 출신으로 70~80%, 심지어 90% 이상의 교수를 뽑아놓고도 희희낙락하는 게 대한민국의 대학사회다. 모교 출신 비율을 법으로 제한하려 하자 학과가 다르면 된다고 강변하며 같은 대학 다른 학과 출신의 학자를 교수로 뽑는, 그런 꼼수를 부리기도 한다. 그렇게 해놓고도 학문적 수월성을 강요하는 게 우리나라의 수준이다.

 

 교수를 뽑으면서 아예 자기 대학 출신은 서류도 내지 못하게 규정해 놓은 미국의 대학들을 본다면, 목하(目下) 진행되고 있는 대학 붕괴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을 텐데. 이른바 나라를 경영한다는 자들이 거대한 카르텔의 중심이 되어 자행했다는 짓을 보며, 북한의 핵무기를 걱정을 하는 국민들이 우스울 뿐이다. 그야말로 이미 뿌리가 다 썩어 바람만 불어도 넘어질 고사목이 저 산 너머에서 날아올 악동(惡童)의 돌멩이를 걱정하는경우가 아닌가.

Posted by ki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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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칼럼/단상2008. 8. 25.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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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교수 영입의 전제

새 학기부터 20여명의 외국인 교수에게 강의를 맡기고, 2010년까지 그 수를 100명으로 늘이겠다는 최근 모 대학의 방침은 매우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이다. 이념과 종족의 한계를 뛰어넘어 인류적 가치나 이상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것이 학문임을 감안하면 그런 단안이 뒤늦은 감도 없지 않다. 상당수의 다른 대학들도 마음은 있으되 돈과 여건이 허락지 않아서 망설이고들 있을 뿐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대학들이 수월성을 높이기 위한 방향만큼은 제대로 잡았다고 할 수 있다. 우수한 교수가 우수한 대학을 만들며, 교수의 개혁이야말로 대학의 개혁임을 알게 된 일이야말로 한국의 대학들이 그간의 시행착오를 통해 얻게 된 의미 있는 수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에 하나 외국으로부터 뛰어난 교수들을 영입하고자 하는 최근의 움직임들이 ‘스타 마케팅’의 일환이거나 세계적인 석학들을 불러와 그간의 ‘뒤쳐짐’을 일거에 만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일종의 ‘복권심리’ 혹은 ‘영웅 대망심리’의 발현이라면, 그것은 우리의 학계를 위해 매우 우려스런 시도일 수 있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다. 표면상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교수 채용 시 아직도 학자의 능력이나 업적보다는 학맥과 같은 비본질적 조건이 암암리에 큰 힘을 발휘하는 현실은 엄청난 재원을 투입하여 외국인 교수들을 영입하려는 대학들의 노력과 명분을 무색하게 한다. 교수채용 때마다 어김없이 들려오는 학연에 의한 밀어주기나 세칭 낮은 서열 출신이라는 이유로 유능한 학자들을 외면하는 폐쇄성 등은 우리 지식사회의 선순환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다.

 사실 외국의 석학들은 우리 학생들에게 큰 가르침과 자긍심을 줄 수 있고, 그들 스스로도 이곳에서 큰 연구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수의 실력과 함께 교육적 열성, 학습자들의 동기가 겸비되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런 바탕이 마련된 후에야 교육의 효과는 확실해진다.

 외국인 교수들의 영입이 성공하려면 우리 자체 내에 온존하고 있는 각종 심리적 장벽의 철폐가 우선되어야 한다. 우리가 벤치마킹하고 있는 선진국의 대학들은 이미 오래 전에 이런 장벽들을 없애는데 성공했다. 자국 내의 인재들을 능력 위주로 끌어 써왔으며, 그런 바탕 위에서 세계 각처의 인재들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상당수의 우리 ‘토종학자’들이 그들로부터 심심치 않게 스카웃 제의를 받는 것 역시 그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는 일이다.

 대학사회가 우리 스스로에게 마음을 열고, 선의의 경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렇게 되기 위한 첫 단추는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지극히 상식적인 말이지만, 무엇보다 인재 발탁의 1차적인 조건을 능력과 업적에 두어야 한다. 그것만이 교수시장의 경직성을 해소시키는 관건이다. 교수시장의 경직성이 해소되어야 능력 있는 인재들의 이동이 활발해지고, 대학 간 교수 간 경쟁의 분위기가 살아나며, 외국 석학들의 영입이나 우리 인재들의 외국 진출 또한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런 효과들을 얻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대학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인다면서 3년 혹은 5년의 프로젝트를 내세우는 일이야말로 대부분 공수표일 가능성이 크다. 학계나 대학의 발전은 한 순간의 쇼가 아니라 장기간 노력의 축적을 바탕으로 할 때에만 겨우 이루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태만해왔던 부분을 한꺼번에 메우려는 다급함으로 외국의 석학들을 대거 초빙하는 일이 자칫 ‘우물에서 숭늉 찾기’나 ‘꾀 벗고 장도칼 차는’ 격이 되지 않으려면, 좀 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우리 안에 똬리를 틀고 있는 편견과 장벽을 먼저 없애야 할 것이다.

                                                        조규익(숭실대 국문과 교수)

Posted by ki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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