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칼럼/단상2009. 2. 2. 01:35


 2009년 1월 24일 저녁에 도착한 그라나다. 지중해로부터 4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이 도시는 어둠 속에서도 화려했다. 도착하자마자 호텔 식당에서 대충 저녁을 때운 우리는 플라멩코 공연장으로 직행했다. 알바이신 지역의 따블라오 공연장. 허름하고 좁좁한 공연장이 정겹긴 했으나 삐걱대는 의자가 불편했다. 그러나 바로 눈앞에 설치된 한 두 평쯤의 나무 무대, 그곳을 적시는 무희들의 열정과 땀방울은 우리를 환희의 도가니로 몰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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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객들을 무아지경으로 인도하는 플라멩코 무희의 정열>
 
남성 가수 두 사람은 가늘면서도 찢어질 듯 높은 목소리로 플라멩코의 서사를 노래했고, 기타리스트 두 사람은 애절한 톤으로 쉬지 않고 현들을 뜯어댔다. 무엇보다 감동적인 것은 네 사람의 무희들. 셋은 함께 나와 번갈아가며 플라멩코를 추었고, 앳되면서도 가냘픈 동남아계 아가씨가 혼자 나와 밸리댄스를 추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추는 플라멩코와 밸리댄스를 보면서 몸 속 깊은 곳에 숨어 있던 육감의 본능이 스멀스멀 살아나오는 것은 나만의 경험이 아니었으리라. 아름다운 플라멩코 무희들이 얼굴의 근육을 일그러뜨리면서 정열의 활화산을 터뜨리는 모습에 우리 모두는 전율을 금할 수 없었다. 그 춤사위에 피로가 풀리기도 하고, 또 다른 피로는 쌓여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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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밸리댄스의 춤사위>

Posted by kicho
글 - 칼럼/단상2009. 1. 27. 05:14
 

돈키호테와 작별한 우리는 끝없는 평원을 달려 시에라 네바다 산맥을 넘었다. 산맥의 정상엔 희끗희끗 눈이 덮여 있었다. 분지형의 비옥한 땅, 그라나다. 로마제국과 이슬람 왕조의 마지막 수도였던 곳이다. 시내는 화려하고 복잡했으며, 호텔에는 관광객들이 득실거렸다. 점점 지중해에 가까워지기 때문인가, 날씨도 온화했다. 여기서 밤늦게 플라멩코를 보기로 했다. 알바이신 지역의 따블라오 플라멩코 공연장을 찾았다. 200에 가까운 객석이 가득 찬 가운데 두 명의 악사와 두 명의 가수, 그리고 세 명의 무희가 등장했다. 손바닥 만한 무대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춤을 엮어나가는 세 여인은 말 그대로 정열의 화신이었다. 가까이서 그녀들의 땀방울을 맞아가며 추임새 ‘오레~’를 연발하는 관객들 역시 그녀들과 혼연일체가 되어 열광했다. 두 시간 동안 쉼 없이 관객들을 오르가슴의 세계로 이끌어간 무희들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단순히 춤의 기교로만 설명될 것은 아니다. 무대가 파하고 흩어져 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비로소 자연과 인생, 역사와 전통이 함께 어우러진 예술의 정수가 바로 플라멩코임을 깨닫게 되었다. 스페인에 발을 들여 놓은 뒤 나는 처음으로 스페인 문화의 알맹이 하나를 입에 물 수 있었다.

우리의 닫힌 가슴을 열고, 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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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