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칼럼/단상2013. 9. 21. 11:41

 

 


가까이에서 잡은 Arcadia Round Barn

 


라운드 반 복원자 로비슨 부부에 대한 감사의 뜻을 담은 헌정 표지판


라운드 반 입구의 길에 깔아놓은 기념벽돌들



라운드 반 1층의 내부


1층에서 목격한 스케치(설계도?)


1층에서 발견한 스케치(설계도?)


2층에서 올려단 본 천정(모두 목재로 이루어졌음)


2층에서 올려다 본 천정


좀 멀리서 잡은 라운드 반

 

 

길가의 경이로운 옛 건축물

 

Arcadia Round Barn

 

 

2013915일 일요일 오후. 카우보이 박물관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 들른 Arcadia Round Barn[아카디아의 둥근 곳집]. 카우보이 박물관을 지도에서 확인하던 차에 그로부터 가까운 곳에 이런 이름의 유적이 있음을 우리는 이미 알게 되었다. 35번 하이웨이에서 66번으로 갈아타고 Arcadia 마을로 들어서자 과연 저 멀리에 둥근 돔이 보이는 것 아닌가. 참으로 기이한 모양이었다. 모양으로 미루어 어쩜 천문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액셀을 눌러 밟았다. 가까이 가본 즉 천문대는 아니었고, 안을 넓게 만든 그냥 옛날 건축물이었다. 목재만으로 흡사 오늘날의 천문대처럼 둥근 건축물을 만들었다니, 경이로운 일이었다. 안에는 세계 각지의 각종 골동품들이 진열되어 있고, 늙은 판매원 하나가 앉아 있을 뿐, 특이한 모습은 없었다. 2층에 올라가 천정을 바라본 순간 숨이 턱 막혔다. 도대체 어쩌자고 딱딱한 목재를 엿가락 다루듯 구부려 이런 건축물을 만들었단 말인가.

 

***

 

이 건축물은 1898년 오도[William H. Odor]가 디자인하고 세웠는데, 그는 이 건축물을 세우기 위해 제재소를 세우고 가시 열매를 맺는 이 지역 토종의 상수리나무를 켜서 목재로 만들었다고 한다. 목재들을 켜자마자 아직 물기가 남아 있는 동안 굽어지도록 특별히 고안한 형틀에 묶어놓아 모양을 잡았다.

 

사람들은 모두 말렸지만, 그는 고집스럽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겼다. 아마도 그는 토네이도가 올 때 가축을 피신시키거나 건초를 저장하는 장소로 쓰기도 하고, 마을 사람들이 회동하는 장소로도 쓰이게 될 것이라고 사람들을 설득했던 것 같다. 1903년 윌리엄과 그의 부인 미라 오도는 그들의 땅 일부를 내 놓았고, 벤자민과 사라 뉴커크도 땅을 내 놓아 보탰으며, 인근의 미주리와 캔자스 텍사스주 등을 부추겨 이곳을 지나는 철로를 부설하게 하기도 했다. 그 덕에 이 지역은 주변의 도시들에 면화, 농산물, 가축 등을 공급하는 농업의 중심지로 부상했고, 1920년대 후반에 66번 도로가 Round Barn의 바로 옆을 지나게 됨으로써 결국 이 건축물은 66번 도로 상의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가 된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주인이 바뀌고, 여러 번 수정을 가하면서 애당초의 완벽한 구조는 손상을 입게 되었으며, 그 원인으로 라운드 반은 아카디아 마을과 함께 몰락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몇 십년 후인 1988년에 지름 60피트의 지붕이 무너졌고, 평가된 보수 비용만 165,000달러가 넘었다.

 

현직에서 은퇴한 건물 거래업자인 루터 로비슨과 ‘The Over the Hill Gang’이란 이름의 은퇴자 그룹이 돈과 시간, 기술을 도네이션하여 복원에 매달렸다. 그 뿐 아니라 많은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하거나 기념 벽돌들을 판매하기도 하고, 길 옆에 자선함을 놓아두는 한편 많은 사람들로부터 설비 혹은 노동을 도네이션 받음으로써 결국 이 거대한 건축물은 복원된 것이다.

 

***

 

짧은 역사의 미국이지만, 이런 건축물에 숨은 정신은 각별했다. 자연 재해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치밀하게 실행하는 모습은 오늘날의 미국을 이룬 중요한 자산일 것이다. 더구나 지금을 살고 있는 후손들이 옛 것을 아무런 생각 없이 부수지 않고 유지하려는 노력 끝에 되살린 이 건축물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우리의 삶 속에서 부단히 이어진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는 국민적 지혜의 증거물이었다. 길 가다가 뜻하지 않게 얻은 소득이었다.

Posted by kicho
글 - 칼럼/단상2013. 9. 18. 12:07

 

 


오클라호마 장터축제에 가기 위해 버스에 오르며


축제장 입구에서


축제장의 모습


장난감 부스 옆을 지나며


장난감 부스들의 모습


축제장 입구에서 만난 바비큐장


익어가는 바비큐


만화가와 가족들


칼 가는 장인의 포스


스시 장인의 맵짠 눈길


짐 노릭 경기장 앞에서


 노릭 경기장 안에서(Disney on Ice의 한 장면)


축제장 안에 설치된 모터쇼의 현대차

 

문화답사1

 

오클라호마 스테이트 페어(Oklahoma State Fair)

 

 

해외의 어디를 가든 우리의 1차적인 관심 대상은 박물관이나 교회 혹은 성당이었다. 그런 공간에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어주는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912. 우리가 이곳에 도착한 뒤 최근까지 분주히 지내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벌써 9월도 반 가까이나 흘러 버렸다.

 

아뿔싸. 이렇게 시간이 빨리 흐른다면 텍사스나 아칸소, 미주리, 캔자스 등 오클라호마 주변 지역들은 고사하고 오클라호마의 문화답사조차 물 건너가는 것 아닌가. 그 때 마침 우리 숙소를 관리하는 OSU의 FRC[Family Resources Center]로부터 입주민들에게 인근의 오클라호마 시에서 열리는 오클라호마 스테이트 페어[Oklahoma State Fair]’를 구경시켜 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오클라호마 스테이트 페어’란 쉽게 말하여 주() 차원의 장터축제였다.

 

우리는 박물관, 교회, 혹은 성당이라는 문화답사 1순위의 원칙을 깨고 무조건 버스에 올랐다. 지금 살아 움직이는 삶의 문화를 느끼려면 박물관보다도 그곳이 썩 나은 현장이었다. 토요일 아침 830분에 출발한 버스는 1시간 남짓 달려 축제장에 도착했다. 드넓은 평원의 울긋불긋한 포장들. 어째 낯이 익다 했더니, 바로 우리나라의 무슨 무슨 축제장들, 바로 그 모양새 아닌가.

 

실제 들어가 살펴보니 각종 먹거리, 아이들 장난감, 놀이기구, 의상, 생활용품, 세계 자동차 쇼 등 종류나 품목들이 다양하고, 한 구석에 아이스링크를 갖춘 큰 경기장[Jim Norick Arena]도 자리 잡고 있었다. 축제장 중앙에 큰 규모의 모터쇼[현대기아자동차의 빛나는 신차들도 큰 자리를 잡고 구경꾼들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나 아레나에서 열리는 디즈니 아이스 발레단의 공연만 빼고는 여느 우리나라 지역 축제들과 유사한 포맷이었다.

 

우리나라 축제장에서는 각설이 타령, 뽕짝 등 사람들의 귀가 찢어져라 틀어대는 음악 소리에 혼이 반쯤 날아가는 것이 예사인데, 이곳은 그저 조용하기만 하다는 것이 분명한 차이였다. 김연아의 빙상예술로 한껏 높아진 우리의 눈을 만족시키지는 못했어도 장장 2시간에 걸친 아이스 발레단의 연기 정도가 이 축제를 여느 장터축제들과 구별시키는 효과를 발휘했다고 할 수 있을까.

 

주민들의 관심을 끌고 그들을 참여시킴으로써 공동체의 결속을 높이는 행사가 축제라면, 오클라호마 주 장터 축제는 비교적 성공적인 듯 했다. 특히 인종의 전시장이라 할 이 나라에서 하나의 미국이란 기치 아래 수많은 인종들 간의 장벽을 헐고 하나로 묶는 데 장터 축제만큼 효과적인 이벤트는 없는 것으로 보였다. 너른 들판을 꽉 메운 자동차와 인파에 이 사람들이 모두 어디서 모여들었는지 호기심이 생길 만큼 성황이었고, 먹고 입고 타는 모든 것들을 한 곳에 오롯이 모아놓음으로써 주민들에게 현실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말 그대로 장터였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무엇보다 이채로운 것은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전혀 없이 조용했다는 점, 그 많은 인파와 규모의 축제에 술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은 참으로 부럽고도 희한한 일이었다. 축제라 하면 늘 노래 소리 울려 퍼지고, 이따금 술 취해 싸우거나 야바위판 돌아가는 데 익숙해 있는 백규거사의 눈에 오클라호마 주 페어의 차분한 분위기는 미래 축제의 한 모델로 보였다. 오클라호마가 프로테스탄트 복음주의의 성향이 강한 바이블 벨트(Bible Belt)의 한 축이기 때문일까? 이 점은 이곳에 거주하는 동안 직접 관찰하고 분석해볼 내용이다.

축제는 축제답게 떠들썩해야 한다는 사람도 없지 않겠지만, 이제 목청을 좀 낮추고도 축제의 본령을 구현할 만한 단계가 되지 않았을까. 오클라호마 주 장터축제를 보며 우리 축제의 미래를 생각해 본 하루였다.

Posted by ki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