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칼럼/단상2009. 3. 1. 14:07
 

 1월 27일. 세비야의 하늘은 맑았고, 간밤에 뿌린 비 때문인가 거리는 젖어 있었다. 로마제국이 지배하던 시기부터 번창했고, 서고트 왕국의 수도였던 세비야는 안달루시아의 중심도시 답게 화려했다. 도시의 중심을 뚫고 흐르는 과달키비르(Guadalquivir)강은 수심이 깊고 수량이 풍부한 듯 큰 배들이 드나들었다. 대항해 시대의 무역항이자 아메리카 여행의 출발지로서, 1519년 마젤란이 세계일주의 닻을 올린 곳도 바로 이곳이었다.

 모차르트의〈돈 조반니 Don Giovanni〉, 비제의 <카르멘>과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등의 무대였던 세비야. 수르바란, 무리요, 발데스 레알, 벨라스케스, 마르티네스 몬타네스 등의 뛰어난 화가들과 후안 데 메사 등 조각가가 불후의 명작들을 남긴 예술의 고향 세비야. 스페인의 3대 축제들 가운데 하나인 광란의 페리아(Feria)와, 부활절 직전에 열리는 세마나 산타 축제 등이 유명한 세비야.

 1248년 이곳을 이슬람세력으로부터 탈환함으로써 새로운 발전의 기틀을 마련한 카스티야 왕 페르난도 3세의 자취가 도처에 남아 있었다. 이슬람시대인 12세기 말에 세워진 히랄다 탑은 세비야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으며, 카테드랄, 알카사르, 투우장, 이베로 아메리카 만국 박람회장 등이 넓은 도시에 그득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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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로부터 세비야에서 1박을 한 호텔 CIUDAD, 이베로 아메리카 만국박람회장의 세비야 지도, 히랄다탑에서 바라본 과달키비르강과 다리, 이베로 아메리카 만국박람회장에서 만난 스페인소녀>

Posted by kicho
글 - 칼럼/단상2009. 2. 5. 15:27
 

스페인 기행 4-1 : 종교 간의 불화가 빚어 만든 메스키타(Mezquita)의 조화와 부조화-꼬르도바(Cordoba)행의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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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르도바 거리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오렌지 나무들>

25일 오후. 알함브라궁의 아름다움을 찬탄해 마지않은 우리는 역사 진행의 우여곡절이 빚어낸 빛과 그림자를 가슴에 담고 그라나다를 떠났다. 대략 두 시간을 이동하여 도착한 곳이 유서 깊은 문화와 역사 도시 꼬르도바. 그라나다는 지중해와 인접한 도시였으나, 꼬르도바는 대서양으로부터도 지중해로부터도 비슷하게 떨어져 있었다. 알트슈타트(Alt Stadt)의 성문 앞에는 네로 황제의 은사이자 스토아 학파에 속한 철학자 세네카(L. A. Seneca)의 동상이 지키고 있었다. 그는 바로 이곳 출신이었다. 꼬르도바가 범상치 않은 정신적 도시임을 보여주는 증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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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네카의 동상>

 도시를 관통하여 과달키비르(Guadalquivir)강이 흐르는 이곳은 안달루시아의 관문이었다. 도시 전체가 무어족, 유대족, 기독교파 등 세 문화권으로 나뉘어 공존하거나 각축을 벌이다가 1236년 페르디난드 3세의 기독교군에 의해 정복됨으로써 이슬람 왕조는 붕괴되었다. 그 과정에서 회교문화에 기독교 문화가 덧씌워지는 양상으로 이 도시의 문화적 색채는 고정되었다.


Posted by kicho
글 - 칼럼/단상2009. 2. 2. 02:46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당시 술탄과 귀족들의 호화롭던 사생활을 훔쳐볼 수 있는 공간, 헤네랄리페였다. 14세기 초에 정비된 술탄의 여름 별궁이었다. 이 공간에서 가장 이채로운 곳은 아세키아(Acequia) 수로. 전체 길이 50m의 중앙 정원에 을 흐르게 하고 좌우에 많은 수의 분수를 설치한 곳이었다. 수로를 에워싸고 많은 꽃나무들과 정원수들이 무성하게 자라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루고 있었다. 이곳이 바로 천국 아니냐고 했다는 당시 술탄과 귀족들의 말을 곱씹어 보며 정원을 산책하는 내 마음이 복잡했다. 이슬람과 가톨릭이 번갈아가며 지배하던 곳. 세월은 흘러도 그들이 누렸던 향락의 흔적은 사라지지 않고, 역사의 저변을 끊임없이 맴도는 곳. 오늘 나는 쏟아지는 햇살 아래 안달루시아의 핵심인 알함브라에서 반복되는 인간사의 영욕을 체험한다.

이제 우리는 기독교와 이슬람의 또 다른 역사를 찾으러 꼬르도바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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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