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소식2009. 9. 3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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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예연구소 학술총서 11 『김수영과 아비투스』(인터북스, 2009) 출간!!!


이 책은 김수영이라는 한 시인이 가진 아비투스와 그 아비투스의 발현이 어떻게 형성되고 또 재생산되고 있는지를 알아봄으로써 사회적 구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의 자유를 향한 갈망을 되새겨 보는 작업을 담으려 했다. 더러는 비판적 논조가 강한 탓에 이 책은 김수영이라는 한 시인에 대한 폄훼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그 비판적 논조는 분명 김수영에게만 국한되어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김수영인가 하는 의문은 김수영만이 가지고 있는 창조적 원동력의 힘을 재차 생각해보면 풀릴 것이다. 다른 시인들과는 달리 그는 자기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스스로를 세계의 반성에 대한 범주에서 제외시키지 않고 있으며 그것을 원동력으로 해서 진정한 자유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강인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시들은 신랄하게 자신의 생활과 의식을 폭로해 보여주는 것에서 시작해서 그를 기점삼아 더 넓은 영역에까지 비판적인 시각을 적용해 나간다. 그것이 바로 그가 시를 쓰는 힘이 되고 끝까지 비판적 의식을 놓지 않게 만드는 거름이 되고 있는 것이다.

김수영은 끊임없이 시론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면서 시와 현실이 떨어질 수 없는 것임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에 대한 연구는 시와 산문을 아우르는 동시적인 것이어야 한다. “권력의 지배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사회 내부에 편재해 있는 미세한 권력의 그물망을 돌파해 가야만 한다”는 신념이 있다고 해서 비판의 대상이 되는 핵심부를 해체하기 위해 그 대상이 지배하는 세계로 들어가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체계를 폭로하기 위해 체계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체계에 소속되기 때문”이다. 예술 또는 문학이 철학이나 과학과 같이 계속해서 진화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각각의 장(場)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신참자들이 그 “장(場) 속에 설정된 질서를, 게임에 내적인 게임 규칙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일 뿐이다. 옹호하거나 비판하거나에 관계없이 김수영에 대한 수많은 논의들은 아직도 그러한 사실에 대한 고려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그의 작품이나 산문들 표면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남성 중심적 의식을 쉽사리 비판할 수 없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 책은 시와 산문의 전반에 걸쳐 왕성하게 작용하고 있는 남성 중심적 의식의 측면을 함께 살펴봄으로써 그동안의 연구들과는 달리 존경심과 경외감의 대상이 되는 그의 치열한 반성적 태도 속에 담긴 남성적 측면을 조명해 보고, 수많은 찬사들로 인해 가려져버릴 수도 있는 그의 강압적이고 고지식한 남성적 가치관을 일부 드러낼 수 있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인터북스 간, 13000원.

Posted by ki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