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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2013. 4. 7. 13:10

 
                                                                        <아르크티쿰 정문 간판> 

 


<아르크티쿰 정문 앞에서-임미숙, 조경현> 

 


<아르크티쿰에서 사진으로 만난 사미족 소년> 

 


<께미 가는 길> 

 


<께미 가는 길 표시> 

 

<한적한 께미 시가지> 

 


<께미 시가지에서 만난 베트남 식당> 

 


<스노우 캐슬 입구>

 


<스노우 캐슬 입구-엄마와 아가> 

 


<스노우 캐슬 채플 입구> 

 


<스노우 캐슬 내부에 부조된 여인상> 

 


<스노우 캐슬 안에 소조된 마귀할멈(?)> 

 


<스노우 캐슬 안의 여인상> 

 


<스노우 캐슬 안에 조형된 앵그리버드> 

 


<스노우 캐슬 밖 설원의 스키어들> 

 


<열심히 스키를 타는 꼬마>

 


<스키를 가르치는 아버지와 배우는 아들> 

 


<당당한 꼬마 스키어> 

 


<당당한 꼬마 스키어> 

 



<께미에서 만난 루터 교회>

 

 
<께미에서 로바니에미로 돌아오는 길>

 


<맛있는 저녁식사의 추억 : 레스토랑 니리>

 


<레스토랑 니리의 벽에 걸린 옛 등>

 


<레스토랑 니리의 천정에 걸린 멋진 등>

 

 

 

꿋꿋한 사미족, 얼음에 피를 돌게 하는 핀란드인들

 

 

4월 16일 아침. 창밖으로 햇살이 밝게 비친다. 북극선상에 놓여 있기 때문일까. 햇살이 살아있을수록 기온이 차갑다는 이곳 날씨의 특성을 피부로 느낀다. 한낮에는 올라가겠지만, 영하 10도의 추위가 창밖에 아지랑이마냥 어른거린다. 그 추위에 대한 두려움을 풍성하게 차려진 호텔 식당의 아침식사로 한껏 눅일 수 있었다. 갓 구운 빵과 각종 치즈, 베리(berry) 쥬스와 스프, 야채, 과일 등의 풍미가 나그네의 허기를 채워준다. ‘핀란드 빵이 형편없다’는 내 선입견이 일거에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다.

 

식후 찾은 아르크티쿰(Arktikum).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극지(極地) 자연 및 생활문화사 박물관’쯤 될까. 시가지 한켠의 눈벌판에 오똑 세워진 건물 모습이 참했고, 입구 앞에 눈을 뭉쳐 세운 조형물들이 이채로웠다. 사미족의 어제와 오늘이 고스란히 살아 우리의 마음을 움직였다. 북유럽 어느 나라를 돌아보아도 존재가 뚜렷한 사미족. 그들은 스칸디나비아 북부에서 핀란드 북부, 러시아의 콜라 반도에 걸친 광범한 지역에 거주한다. 흔히 랩(Lapp)족으로도 불리는 그들은 현재 3만 명 정도가 남아 있는데, 핀란드에 사는 2,300여명은 주로 순록을 방목하고 사냥이나 물고기 잡이를 주로 하는 ‘삼림(森林) 랩’이다. 이들의 종교는 북유럽을 지배하는 루터파 신교가 대부분이고, 러시아 정교를 믿는 이들도 꽤 된다고 한다. 이들의 말인 랩어는 핀(Finn)계와 전혀 다르다고 하니, 그들이 생활․문화․역사의 면에서 핀란드인들과 판이하게 다른 종족인 것만은 분명하다. 말하자면 사미족은 라플란드의 원주민인데, 그들과 ‘행복하게’(?) 공존하는 핀란드인들의 마음이 신기했다.

 

박물관에 전시된 사미족의 생활사를 목격하면서 미국 여행 중 둘러본 적이 있는 ‘인디언 보호구역’이 생각났다. 미국에 300여개의 인디언 보호구역이 있다지만, 내가 보기에 그것들은 ‘보호구역’ 아닌 ‘인디언 확장 억제 구역’이었다. 그들은 합법적으로 카지노 사업을 할 수 있는 등 혜택을 받고 있는 듯 했지만, 전통적 삶의 방식과 미래에 대한 꿈마저 상실한 표정에서 정복자 백인들이 갖고 있는 ‘인디언 보호의 진심’이 어디에 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비록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긴 하지만, 그들만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미족은 행복해 보였다. 살아있는 사미족으로부터 공존의 지혜을 생각하며 로바니에미로부터 130km이상 떨어진 께미(Kemi)로 달렸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는 눈과 얼음의 축제[‘스노우 캐슬(SNOW CASTLE)’]를 목격하기 위해서였다. 자작나무와 전나무, 소나무의 바다를 가르며 고속도로는 뻗어 있었다. 이 추운 북국에 서있어야 비로소 아름다움과 기품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자작나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작나무가 돋보이는 주변의 숲들은 신이든 인간이든 ‘누군가에 의해’ 잘 디자인된, 하나의 작품이었다. 가끔은 단조로움도 아름다움일 수 있다는 사실을 핀란드의 자작나무 숲을 통해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

 

우리로 치면 소읍(小邑) 정도의 시골 도회로서 바다를 낀 항구도시 께미. ‘SNOW CASTLE’ 축제 종료 전날이어선지, 마침 휴일이어선지, 도시 전체가 한적했다. 시장 끼를 지울 셈으로 널려있는 햄버거집들 피해 찾아낸 곳이 베트남 식당이었다. 모처럼 동양인을 만나서였을까. 우리를 맞는 호치민 출신 베트남 아가씨의 미소가 은근했다. 고추기름 얹은 베트남 국수가 별미로, 모처럼 땀을 뺄 수 있었다. 식후 바닷가의 스노우 캐슬을 찾았다. 장관이었다. 과연 눈과 얼음의 왕국답게 멋지게 세운 성채의 아이디어가 환상적이었고, 구조와 규모 또한 놀라웠다. 큰 예배당과 수십 개의 숙소들[싱글룸/스위트룸/단체룸 등], 레스토랑 등이 만들어져 있고, 곳곳에 각종 동화들의 세계가 부조되어 있어, 그곳은 하나의 별천지였다. 몇 년 간 수 백 쌍의 결혼식이 채플에서 이루어졌으며, 성수기에는 얼음숙소를 예약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인기라는 말을 듣고는 더 할 말이 없었다. 차가운 눈과 얼음에 피를 돌게 하고 스토리를 새겨 넣은 장인(匠人)의 솜씨가 놀라웠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눈 녹듯’ 사라질 ‘허무한 형상’이긴 했지만, 예술적 창조를 지향하는 인간 상상력의 한계가 어디까지일까 새삼 궁금해지는 현장이었다. 숨 막히는 아름다움과 놀라움의 도가니에서 빠져나와 두껍게 눈 덮인 바다 위 얼음판으로 나왔다. 아, 그곳엔 핀란드인들의 모험과 강인한 삶의 근원적 단서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 가운데 압권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꼬마들이 부모와 함께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차마 카메라에 담을 수 없을 만큼 어린 꼬마의 스키 걸음마가 내겐 부러운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 추위에도 움츠리지 않고 설원을 달리는 힘과 지혜를 자식들에게 전수하는 삶의 현장이었다.

 

***

 

콧수염에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리는 라플란드 지역의 추위에도 꿋꿋하게 자신들의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고수하는 사미족. 상상력이란 도구로 차가운 눈과 얼음에 피를 돌게 한 핀란드 인들, 스키를 신고 얼음판에서 걸음마를 배우는 아가들. 이들 모두가 내 선생님들이었다.

Posted by kicho
글 - 칼럼/단상2013. 4. 6. 14:10

 


<헬싱키-반타 공항 모습> 


<헬싱키-반타 공항 내부>

 
<헬싱키에서 로바니에미로 가는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핀란드 산하>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헬싱키 근교> 


<헬싱키에서 로바니에미로 가는 도중에 내려다 본 핀란드 산하> 


<로바니에미 공항 바깥에서 만난 이정표> 


<로바니에미 공항 바깥 언덕에 세워진 순록 상> 


<로바니에미 공항의 앙증스런 간판-순록의 뿔로 만들었음> 


<로바니에미 첫날 저녁식사를 한 식당 BULL> 


<로바니에미 오우나스 강과 께미강이 합류하여 이루어진 호수같은 강에서-미숙, 경현> 


<오우나스-께미 주변의 자작나무 숲 뒤로 석양은 불타고...> 


<오우나스-께미에서, 외로운 스키어>

 


<로바니에미에서 목격한 눈의 모습>

 

 

아직도 눈에 덮인 북극권의 낙원

 

 

참으로 먼 곳이다.

 새벽 5시에 기상, 인천공항 행 리무진에 오른 시각이 6시 45분. 공항에서 아침식사 해결 후 핀에어에 탑승한 시각이 10시였고, 이륙한 시각은 10시 30분이 넘어서였다. 베이징 상공, 모스크바 상공, 쌩뜨 뻬쩨르부르그 상공 등을 거쳐 발트해 상공에 들어선 것이 이곳 시각 오후 3시 가까이. 3시 5분경 헬싱키-반타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한국과의 시차는 6시간. 짐을 찾은 후 로바니에미 행 비행기 출발 시각인 4시 20분 전에 탑승구 22A에 도착하고 나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두어 해 전 북유럽 여행팀에 합류하여 잠시 거쳐 갔을 뿐인 이곳. 이번에 큰맘 먹고 그 속살을 보고 싶었다. 스웨덴에 650년간, 러시아에 200년간 통틀어 850년을 남의 지배 아래 살아왔으면서도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켰을 뿐 아니라 지배자들의 문화를 발전의 거름으로 삼아온 나라. 2차 대전에 독일과 러시아 사이에서 ‘줄을 잘못 선’ 죄로 철저히 파괴되었고, 전후 소련에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기한보다 훨씬 앞당겨 갚아 버리고, 그 후 몇 년 만에 올림픽을 유치하기까지 한 나라. 면적은 남북한의 1.5배쯤 되지만 인구는 500여만 밖에 되지 않는 북유럽의 강소국. 아이슬란드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북극에 가까워 국토의 30%가 북극권에 들어가 있는 나라. 이 나라의 비밀은 무엇인가. 그 점이 궁금했다.

 

***

 

헬싱키에서 로바니에미로 날아가는 1시간 30분 동안, 아직도 하얀 눈에 덮여 잠들어 있는 핀란드의 자연을 음미했다. 구릉 하나 보이지 않는 평원에 다닥다닥 둥근 공간들이 하얗게 널려 있는 건 핀란드 전역에 수만 개나 있다던 바로 그 ‘눈 이불을 덮고’ 얼어버린 호수들이었다. 그 뿐이랴. 온 평원엔 백설을 뒤집어쓴 전나무와 삼나무 숲이 들어차 있고, 누가 그었는가? 그 사이사이로 핏줄처럼 도로들이 교차하며 끝없이 뻗어 있었다. 호수와 숲의 나라. 그런데 아직 한겨울의 단잠에 빠져 있었다. 이 겨울잠을 누가 있어 깨울 것인가? 나그네의 마음속 떠오른 부질없는 걱정과 의문이었다. 도회의 냄새는 로바니에미 인근에 도착할 무렵에서야 맡을 수 있었다. 사뿐히 공항에 내리니, 참으로 한적하고 ‘이쁜’ 시골 공항이었다. 공항 건물 앞 언덕 위엔 순록의 모형들이 달릴 듯 서 있고, 순록의 뿔을 이어 붙여 만든 공항 간판은 건물 뒤쪽에 숨듯이 달려 있었다. 렌터카를 몰고 나온 경현의 안내로 시티호텔에 여장을 푼 뒤 본격 탐사가 시작되었다. 호텔 옆 BULL에서 시장기를 지운 우리는 밤인데도 대낮같이 환한 시가지를 거쳐 꽁꽁 얼어붙은 오우나스강(Ounasjoki)과 께미강(Kemijoki)이 합쳐져 호수를 이룬 곳에 들어갔다. 텅 빈 얼음판엔 하얀 눈만 한 길 싸여 있고, 간혹 스키어들만 외롭게 그 공간을 왕래했다. 자작나무 숲 사이로 그제서야 넘어가는 석양이 불타듯 스며들었고, 아주 조금씩 우리의 품속을 파고드는 어둑발과 함께 숙소에 들어왔다. 시차를 극복하지 못하여 몸은 천근이었으나, 마음은 새털처럼 가벼운 로바니에미의 첫 밤이다.

Posted by kicho
글 - 칼럼/단상2011. 7. 8. 13:43


내게 북유럽은 늘 낯설고 먼 곳이었다. 깔끔하게 디자인된 도시들과 조화를 이룬 전통, 비싸게 유지되는 맑은 공기와 자연, 복지를 떠받치는 경제, 늘 모자라는 햇볕 등등. 참으로 존경스러우면서도 섣불리 다가가기 어려운 면모들을 고루 갖춘 곳. 스칸디나비아 반도 [Scandinavian Peninsula]를 간다.

중국과 러시아를 거쳐 발트해를 건너는 9시간여의 비행 끝에 헬싱키 공항에 잠시 머물렀고, 다시 1시간여의 비행 끝에 도착한 코펜하겐. 유럽 북서쪽 끝의 발트 해를 낀 스칸디나비아 반도는 북쪽의 러시아와 핀란드를 기점으로 남쪽의 덴마크까지 인상적인 모양으로 누워 있는 지역이다. 스칸디나비아 산맥을 기준으로 서쪽에 노르웨이, 동쪽에 스웨덴이 있는 곳. 우리가 도착한 미항(美港) 코펜하겐은 반도 최남단의 거점이다. 현대와 전통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시가지 곳곳, 질펀하게 흐르는 도시의 운하들에선 안데르센의 숨결이 느껴진다. 생수 한 병에 17크로네[1크로네는 대략 우리 돈으로 200원]나 하는 살인적인(?) 물가가 조용한 시가지의 이면에 꿈틀대는 현실로 다가왔지만, 안데르센의 동화적 세계를 품고 있는 그들이기에 그런 엄혹한 현실 또한 극복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아닐지.

내일부터 그 숨결을 느껴볼 것이다. 수난과 영광의 역사를 직조(織造)해나온 그들 역사의 저력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문학과 예술, 그리고 산업의 조화를 통해 삶의 질을 관리해 나온 그들의 지혜는 과연 어디로부터 나온 것인지. 풍족한 삶을 바탕으로 한 자기절제의 정신적 근원은 무엇인지 등을 스칸디나비아의 곳곳에 남아있는 물질적 증거들로부터 찾아볼 것이다. <2011. 7. 7.>


Posted by ki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