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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칼럼/단상2013. 9. 1. 00:30

 


OSU 중앙도서관


역사학과가 들어있는 South Murray 홀


역사학과에 마련된 백규 연구실의 팻말


백규 연구실 출입문


백규연구실의 책상


역사학과 사무실 입구


OSU 캠퍼스에서(뒤쪽 건물이 Student Union Building)


교정을 걷던 도중 만난 억새풀


연구실 바깥으로 보이는 산책로

 

 

OSU 역사학과에 임시둥지를 틀고

 

 

 

자동차와 전화기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한국에서 부친 짐을 받지 못했으며, 무엇보다 끔찍한 시차조차 극복하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마냥 숙소에 머물러 있을 순 없었다. 우리가 도착했음을 알고 있을 학과장 로간(Michael F. Logan) 교수나 학과의 비서 미스 수잔(Susan, Oliver)과 다이아나(Diana Fury)의 존재가 궁금하고 미안하여 견딜 수 없었다. 도착 직후 보낸 이메일을 읽지 않고 있음을 확인한 다음 답답증을 견디다 못해 수전에게 전화를 하니 월요일은 근로자의 날이라 휴무란다. 이메일로 약속날짜를 잡는 등 제대로 된 의전(儀典)의 여유가 없는 상황. 우리는 집 앞으로 나가 셔틀버스에 몸을 실었다.

 

18901225오클라호마 지역 농업기술대학으로 출범했기 때문일까. 한낮 40도에 육박하는 햇살 아래 걷기 어려울 만큼 OSU의 규모는 크고도 넓다. 어떤 지인의 말대로 한국에서 가장 넓은 캠퍼스를 자랑하는 K대학의 80배에 달한다니, 대학 자체가 말 그대로 하나의 타운이었다. 미국에서  들러 본 몇몇 대학들과 비교해도 월등하다파스텔 톤의 지붕에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건물들이 질서 있게 늘어서 있고, 건물들 사이사이로 파란 잔디와 무성한 교목(喬木)들이 열기를 식혀주고 있었다. 그 사이로 오렌지색 티셔츠를 간편하게 걸친 학생들이 삼삼오오 지나고 있었다. 대체로 '파스텔톤-레드-옐로우-그린'으로 어우러진 학교 전체의 색상은 파란 하늘과 아름다운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지도를 보며 학과 사무실과 연구실이 있다는 머레이(Murray)홀로 들어가니 건물 바로 1층에 널찍한 학과 사무실이 있었고, 비서 수잔과 다이아나가 우리를 반긴다. 그런데 학과 사무실 바로 옆에 낯익은 내 이름의 팻말이 걸린 참한 연구실이 마련되어 있는 것 아닌가. 참으로 반갑고도 고마운 일이었다. 수잔이 건네 준 열쇠로 문을 따고 들어가니 카펫 깔린 방 안에 정갈한 책상과 책장, 컴퓨터와 전화기 등 각종 사무용 비품들이 세심하게 갖추어져 있고, 나무 우거진 캠퍼스의 풍광이 한낮의 열기와 함께 창문 가득 밀려들고 있었다.

 

연구실을 확인한 뒤 학과장실로 찾아가니 중후한 노신사 로간 교수가 환대한다. 잠시 후 강의를 해야 한다는 그와 잠시 환담을 나눈 뒤 우리는 연구실로 돌아왔고, 아내는 ‘이런 멋진 곳에 단 6개월만 체류하는 게 아깝다고 내내 아쉬워하는 표정이다. 이제 다음 주 화요일부터 이곳에서의 내 연구 활동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Posted by kicho
글 - 칼럼/단상2013. 8. 31. 23:25

 


하늘에서 내려다 본 오클라호마시티 시가지


하늘에서 내려다 본 오클라호마 산하


한가한 오클라호마 공항에서


오클라호마 공항에서 확인한 자연의 위력


공항으로 픽업 나왔던 OSU의 Du 교수 내외와 스틸워터의 중국음식점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스틸워터(Stillwater), 그 평온과 정밀(靜謐)의 입체적 공간성

 

 

27일 오전 11[한국 시각] 인천공항을 출발, 큰 원을 그리며 태평양 상공을 건넌 OZ23627일 오전 950[미국 시각] 시카고의 오헤어 공항에 우리를 내려주었다. 내외국인들로 장사진을 친 가운데 두 시간이 넘는 검색과 입국 수속을 거친 오후 230. 드디어 오클라호마로 가는 작은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그로부터 두 시간 후 한적한 오클라호마 공항에 도착했다. 이곳에 도착하기까지 비행기에서 내려다보이는 오클라호마의 산하(山河)이 없었다. 끝없이 펼쳐진 평원 뿐. 수없이 가로 세로 직선으로 그어진 도로망은 마치 신의 솜씨인 듯 망망한 평원을 바둑판처럼 분할하고 있었고, 그 위로 부드러운 구름뭉치들이 한가롭게 떠다니고 있었다. 평화 그 자체의 정물화였다. 그 위에 어찌 토네이도의 폭력을 상상할 수 있단 말인가. 바닷가 모래사장에 한참동안 공들여 이쁜성채를 만들어 놓은 어린아이가 갑자기 생겨난 심술로 마구 휘저어 놓듯, 인간의 앞에서 조화를 부리고픈 신의 의지도 그렇게 작동되는 것일까. 한적하면서도 요새같이 든든하게만 보이는 공항의 화장실 팻말 위쪽의 토네이도 피난처[Tornado Shelter Area]’란 팻말을 보고서야 지난 5월의 악몽 같았을 토네이도의 현장이 바로 이 지역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

순식간에 짐을 찾은 뒤, 픽업 나온 OSU 역사과의 Du[Yongtao Du] 교수를 만난 것이 오후 5시 반. 한적한 길을 두 시간여 달려 드디어 스틸워터에 도착했다. 오클라호마가 카우보이의 본산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스틸워터는 소떼를 몰던 카우보이들이 소들과 함께 코를 박고 물을 마시며 갈증을 지웠을 만한, 조용한 평원이었다. 시차로 감기는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Du 교수 부부를 따라간 곳은 자신들의 홈 푸드를 대접하겠다며 데려간 대형 중국음식점이었다. 그들의 호의와 성의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그곳 식당의 음식을 통해 강남의 유자를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속담을 새삼 확인한다. 잔디 곱게 깔린 구릉에는 나지막한 대학 아파트들이 널찍널찍 앉아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조용한 곳이 바로 우리가 들어갈 윌리엄스 아파트[101 N. University Place Apt #1]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기 무섭게 시차에 지친 아내는 곯아떨어지고, 나는 나답게불면의 새벽을 맞아야 했다.

 

Posted by ki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