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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4.19 모정
글 - 칼럼/단상2007. 4. 19. 14:41
모정

군 복무 중인 작은 녀석. 부대에 배치받자마자 거의 하루에 한두 번씩 전화를 걸어온다. 아침저녁으로 모자가 통화하는 모습은 최근 생겨난 우리 집의 풍경이다. ‘요즘 군대 참 좋아졌구나!’라는 느낌 이외의 다른 생각은 할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작은 모임에서 활동하던 아내는 최근 구성원들과 함께 실크로드로 답사를 떠났다. 답사 떠난 날로부터 아들 녀석의 전화가 ‘딱!’ 끊어지고 말았다. 비로소 아내의 부재를 실감하게 되었다. 왜 아들 녀석은 전화를 하지 않는 것일까. 답은 하나. 바로 그의 엄마가 집에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요즘은 약간 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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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랬다. 도시에서 공부하다가 방학을 맞아 고향에 내려갔을 때, 어머니가 집에 계시지 않으면 그렇게 서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어머니 대신 맞아 주시는 아버지가 그토록 어색할 수가 없었다. 어머니가 집에 계시면 방 안에 발갛게 불이 담겨진 화로가 놓여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반대로 어머니가 안 계시면 전체적으로 썰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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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어떤 잡지로부터 청탁 받은 글을 탈고했다. 어쩌다 보니 향가 <도천수관음가>를 지극한 모정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글을 쓰게 되었다. 쓰는 과정에서 고려노래 <사모곡>을 다시 보게 되었고, 신달자 시인의 <사모곡>과 가수 태진아의 <사모곡>도 살펴보게 되었다. 어쩜 그리도 모두 살뜰하게 어머니를 그리는 절창들인지!
물론 <도천수관음가>는 눈이 보이지 않게 된 아들을 위해 관음보살에게 빌고 있는 어머니(희명)의 심정을 표현한 노래다. 희명의 아들도 당시는 몰랐겠지만, 어른이 되어 어머니의 은혜를 깨닫곤 태진아처럼 절규하듯 ‘사모곡’을 불렀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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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사랑을 호미로, 어머니의 사랑을 낫으로 각각 비유하고, ‘호미보다 낫이 훨씬 잘 든다’는 말로 어머니 사랑이 훨씬 ‘거시기함’을 말하고자 한 것이 고려노래 <사모곡>이다. 그렇다. 옛날부터 어머니의 사랑에 비해 아버지의 사랑은 그토록 ‘별 볼 일 없었던’ 것이다. 가끔 TV의 화면에 비쳐지는 장면이 있다. 불치의 병에 걸려 신음하는 아들의 병상에 붙어 있는 어머니의 모습. 아버지들은 모두 어디로 간 걸까.  

아무리 기다려도 전화하지 않는 ‘군바리’ 아들을 내심 ‘원망하며’ 새삼 어찌 해 볼 수 없는 ‘모정’의 위대함을 되씹어 본다. 그도 내 나이가 되면 이 심정 알게 될까?
                                                                    2007. 4. 19. 숭실 캠퍼스에서
           
Posted by ki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