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칼럼/단상2017. 2. 27. 10:39

50년이 한 나절이라?

 

 

 

초등학교 동기 박병철(교안유아교육협회 회장)

일산에서 번개를 때리고,^^ ‘당연 참석 1으로 나를 지목했다.

지면이나 SNS를 제외하곤 초등학교 졸업 후 한 번도 만나지 못한 그와 그들이었다.

막판에 지방 행사핑계를 대고 불참을 통보하니, 몹시 낙담하는 그였다.

그 후 며칠 동안 마음에 갈등이 일었다.

50년 세월의 격랑을 무난히 넘어, 나는 그들과 해후할 수 있을까?

 

지방에서의 이른 아침 출발은 무리였지만, 가기로 했다.

숨차게 달려가니 일산 중심가의 한식집에 몇몇 동무들이 모여 있었다.

, 50년 전 그들의 해맑은 표정이었다!

얼굴 한 복판에 남아 있는 추억의 모습들.

이름을 부르니 대답이 돌아왔다.

그로부터 그 시절의 이야기들이 누에고치의 실처럼 술술 풀려나왔다.

영민한 그들의 기억력에 잠자던 내 기억의 창고가 드디어 빗장을 푼 것이다.

 

흘러간 50년이 겨우 한 나절이었다!

그간 나는 무얼 찾아 어디를 헤매고 있었을까.

삶의 파도를 넘으며 많이 지워지긴 했지만,

희미하게나마 어둡던 시절의 개구진 흔적들이 얼굴 한 복판엔 남아있었다.

돈을 많이 번 친구도, 자식들을 잘 둔 친구도,

사회적으로 성공한 친구도, 그저 매일매일 즐겁게 살아가는 친구도 있었다.

그런 지금의 얼굴들은 잠시 벗어둔 채

마주 보고 착하게 웃으니 좋았다.

서로 확인하는 것이 초심(初心)’이고 동심이었다.

 

세월이 험악하여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따지고 드는 옳고 그름의 논쟁속에

배려와 사랑이 사라져 버린 시절 아닌가.

그러나,

해맑았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누구에겐들 없으랴.

헐벗음과 굶주림의 트라우마에서 자유롭지 못한

베이비부머 세대의 중심에 서 있는 우리다.

남들이야 알아주든 말든

그런 시절에도 웃음을 잃지 않던 우리였기에

지금 이 순간의 행복도 누릴 수 있는 것 아닐까.

 

집으로 돌아가는 그들의 등짝에

서해의 낙조가 따스하게 비쳐

행복해 보였다.

그들은 오늘 가졌던 만남의 추억을

삶의 에너지로 바꾸어 자신들의 내면에 가득 충전했으리라.

그 에너지가 소모되고 나면

누군가가 나서서 또 한 번의 번개를 때리겠지.

번개를 때리고 맞으며

이 모진 세태를 견뎌내는 지혜를 키우리라.

그 지혜가 모여

살벌하고 위험하며 앞이 보이지 않는 나라의 어려움도 다독여 나갈 것이다.

동무들 만세!!!

 


그 시절의 내가 대체 어디에 서 있단 말인가.ㅠㅠ

 

 

 


취하기 전에 한 컷!

 

 


주명문-김영도-박병철, 그리고 싱싱한 선인장들

 

 


주명문-김희순-김영일-조정임-김영도-조순옥-박병철, 선인장같은 그대들!

Posted by kicho
알림2017. 2. 19. 22:43

2017년 한국문학과예술연구소 춘계학술발표대회

안녕하십니까?

숭실대학교 한국문학과예술연구소에서는 2017년 2월 20(월) 숭실대학교에서 춘계 학술발표회를 갖습니다. 이번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신 많은 학자들을 모시고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발표를 진행하고자 하오니,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석을 부탁드립니다.    

숭실대학교 한국문학과예술연구소 드림


* 일시 : 2017년 2월 20일(월) 오후 1시 - 6시

* 장소 : 숭실대학교 벤처관 311호

  순서

13:00-13:30 등록 및 개회사 / 조규익(한국문학과예술연구소 소장) 사회 : 양훈식  

13:30-13:55 박효은(홍익대) 시간의 틈새 : 16-18세기 雪景의 주제적 단층과 王維
/ 토론 : 류승민(문화재청)

13:55-14:20 이상주(중원대) 默齋 李文楗의 繪畵 趣向과 「畵竹十詠」에 대한 考察
/ 토론 : 김지현(한중연)

14:20-14:45 김연갑((사)한겨레아리랑연합회) 일제저항기 한 지식인의 아리랑 인식
/ 토론 : 조용호(숭실대)  

14:45-15:00 중간 휴식  

15:00-15:25 김용기(중앙대) <옥황기>에 나타난 천명과 권선징악의 관계
/ 토론 : 하경숙(선문대)

15:25-15:50 유육례(조선대) 김삼의당의 연정시 연구
/ 토론 : 김성훈(숭실대)

15:50-16:15 김영덕(숭실대) 장진주사 미학의 변이와 지속 연구
/ 토론 : 정영문(숭실대)

16:15-16:30 중간 휴식

16:30-18:00 종합 토론  /  좌장 : 조규익(숭실대)


     연락처  

정영문 (숭실대학교 베어드대학 교수/한국문예연구소 연구원)
숭실대학교 글로벌브레인홀 109호
02-828-7220 / 010-6799-4670

Posted by kicho
글 - 칼럼/단상2017. 2. 14. 18:10

속물적 포퓰리스트 혹은 어설픈 마키아벨리스트들의 난장판

 

 

 

 

촛불과 태극기의 행렬이 주말마다 도심에서 경찰의 차벽을 사이에 두고 세를 겨룬다. 흡사 아프리카 늪지대의 하마 두 마리가 마주 보고 서로 더 크게 입을 벌려가며 우열을 겨루는 형국이다. 현직 대통령을 광장의 단두대에 매달고 그 앞에서 벌이는 들판의 싸움이 어디서 어떻게 끝날지 알 수가 없다.

 

살벌한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이른바 정치인들이다. 대통령 되어 보겠노라고 나선 몇 사람들은 물론이고, 그들 주변에 죽 늘어선 대열이 참으로 가관이다. 그 가운데도 광장에 모인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사람들의 눈도장을 찍으려는 인물들은 더더욱 볼만하다. 그들은 자신들이 광장에 모인 군중의 정치적 위임을 받은 자들임을 처음부터 모르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어떻게든 권력만 뺏으면 장땡이라는 생각에 바보들의 행진을 자랑스레 벌이고 있지 않은가. 국민을 대신하여 복잡한 나랏일을 처리하는 것이 자신들 본연의 업무임을 잊어 버렸으니, 그들에게 정치인으로서의 지혜나 자격이 있을 리 없다. 그럼에도 군중의 대열에 파묻혀 들어가 자랑스레 사진들을 찍어 뿌리기 바쁘다. 흡사 나는 바보야!’ 희죽이 웃으며, 바보짓을 하는 그들이 참으로 가관이어서 슬프다.

 

그들은 국민이 거리로 나서기 전에 자신들에게 부여된 의무를 제대로 했어야 하고, 거리로 나서려는 국민들을 설득하고 다독였어야 한다. 국민이 나서기 전에 국민을 안심시키고 자신들이 싸움판에 들어가 얻어 맞으면서라도 잘못들을 바로잡았어야 한다. 사실 지금 대통령과 여당은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야당의원이라고 나라를 난장판 만들어도 되는면허를 갖고 있는 건 아니다. 흡사 자신들이 잘 해서 국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오기라도 한 듯, 거리의 민중 앞에서 거들먹거리는 저들을 보라. 심지어 서투른 선동술을 구사하며 그들을 차가운 광장으로 불러내기까지 한다. 사실 그들이 제대로바보이기나 하다면 나라를 위해서 차라리 나을 것이다. 그들은 교활하기까지 한' 바보들이라서 나라에 비극적이다. 그들은 왜 그럴까. 아마 그들의 눈엔 사람들이 모두 표로 보일 것이다. 언론에 자기 얼굴 비치는 데만 신경을 쓰는 그들을 보라. 추운 거리에 나가서 사람들과 어깨동무하는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려놓고, 며칠 후의 여론조사 수치에만 신경을 쓰는 자들이 이 땅의 이른바 정치인들이다.

 

애당초 이들의 관심과 목표는 국사를 잘 다루는 데있지 않았다. 대통령과 여당이 죽을 쑬수록 이들은 쾌재를 부른다. 국민들이 힘들어 불만이 쌓일수록 이들의 얼굴엔 화색이 돈다. 그 엄청난 권력이 아른아른 손에 잡힐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조건 반대와 비난의 목청만 높인다. 그것을 선명성혹은 야당 기질이라 착각하는 그들이다. 우리 역사를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식민주의자들이 조선의 당파싸움을 부각시켜 온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우리 민족에게 심어줄 패배주의의 근거로 이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을까.

 

어떤 사람들은 우리 정치인들이 갖고 있는 그런 저급한 생각을 '속물적 포퓰리즘(populism)'이나  어설픈 마키아벨리즘(machiavellism)’으로 합리화 하기도 한다. 이미 많은 지적들이 있어온 우리 정치인들의 속물적 성향은 너무 자명하여 이 자리에서 재론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분명히 드러나지는 않지만, 후자의 성향에 대해서는 약간 언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원래 마키아벨리가 강조한 지배자의 여우와 같은 간사한 책략/사자와 같은 힘은 그 나름의 대의명분을 지니고 있어, 지금 우리 정치인들의 안목 없음과는 주소가 다르다. 당시 이탈리아인들의 마음에 휘황한 로마문명의 힘을 불러 일으켜 새로운 질서를 수립하고자 한 것이 마키아벨리의 급이 높은계산이었다. 경우에 따라 도덕이나 정의보다 개혁이 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럴만한 자격이 있어야 가능한 일. 그래서 지금 우리 정치인들의 행태를 마키아벨리즘으로 보는 것은 마키아벨리즘을 우롱하는 처사에 지나지 않는다. 마키아벨리스트가 본다면, 우리 정치인들의 저급함에 깜짝 놀라지 않을까.

 

***

 

무능하고 무책임한 대통령과 함께 어리석고 교활한 정치인들을 한꺼번에 바꿔버리기 위해서는 촛불이나 태극기 어느 쪽에도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올바른 민심의 방향을 제시하는  집단지성은 감성보다 냉철한 이성을 토대로 보다 굳건해질 수 있다. 냉철한 이성으로 방황하는 정치인들을 다그쳐 제자리로 돌아가게 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정치인들에게 제대로 된 정치를 가르쳐 본 적도 요구해 본 적도 없다. 지금 촛불을 끄고 태극기를 접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 점에 있다.  

Posted by ki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