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08. 10. 5. 11:42

버려진 아가들, 거두어진 아가들

 

조규익

 

언제부턴가 문숙희 교수 부부의 권유로 한 사회복지재단에서 ‘신생아 안아주기’ 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내 입으로 ‘봉사를 합네’라고 말하기 면구스러울 정도로 미미한 일이지만, 이미 내 일상 가운데 최고의 스케쥴로 자리잡았다. ‘버려졌으나 가까스로 거두어진’ 신생아들을 만나는 매달 첫 토요일 오후. 설레는 마음으로 이 날을 기다리는 이유는 아가들의 눈빛에서 우리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둘씩이나 낳아 키우며 그들을 안아 준 기억조차 아스라한 내가 남들이 낳아놓은 아이들을 제대로 안아 줄 수 있을까?’ 더구나 ‘철없는 미혼모들이 버린, 그 아가들을 흔쾌한 마음으로 안아줄 수 있을까?’ 처음에 한동안 망설인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끌려가듯 찾아간 그곳에서 나는 조막만한 아가천사들을 만나게 되었다.

갓 태어난 아가에서 두 달쯤 된 아가들까지 하얀 강보에 싸인 채 각각의 침상에 군대 내무반에서 ‘취침점검’ 받는 자세들로 누워 있었다. 대부분 잠에 취해 있는 가운데, 어떤 녀석들은 지독하게도 울어대곤 했다. 젖 먹을 시간이 된 경우, 쉬를 싼 경우, 몸이 불편한 경우 등 그들이 울음을 터뜨리는 이유도 대충 세 가지로 분류된다. 개중에 먹성이 좋은 녀석들은 식사 시간도 되기 전에 칭얼대지만, 단체생활을 하고 있는 몸이니 엄마와 같은 보살핌을 기대할 수는 없는 일. 안타까운 모습들도 없지 않았다.

대부분 녀석들은 안아주면 좋아한다. 어떤 녀석은 눈을 맞추며 배시시 웃기도 한다. 한참 안아 준 다음 울고 있는 다른 녀석을 안아주려고 침상에 내려놓기만 하면 다시 울음을 터뜨린다. 그만큼 가슴으로 살갗으로 눈으로 전해지는 사랑에 굶주린 때문이리라. 녀석들의 얼굴과 눈망울을 쳐다보노라면 많은 생각들이 떠오른다. 그들의 엄마 아빠는 누구였을까. 이곳에 오기까지 나 어린 그 엄마가 겪었을 마음의 고통은 어땠을까. 그들이 나눈 사랑의 순간은 달콤했겠지만, 임신과 출산에 이르기까지 그들 사이에 일어났을 갈등과 고통은 얼마나 씁쓸했을까. 오죽하면 이 천사 같은 아가들을 버려 이곳까지 오게 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아이들의 표정은 모두들 얼마나 평화롭고 아름다운가. 이 아이들이 커서 홀로 서기까지 부모의 보살핌을 받는 아이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어쨌든 이들은 다양한 인물로 커갈 것이다. 그 옛날 우리네 영웅들은 하나같이 ‘버려짐’의 쓰라린 기억을 안고 자라난 인물들이었다. 많은 전설과 신화에 보이는 ‘기아(棄兒) 모티프’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영웅으로 자라나 부족이나 민족을 이끈 지도자가 된 것이다. 최근 나는 이 아가들의 얼굴에서 숨어있는 대통령, 대기업 회장님, 판․검사, 멋진 배우, 훌륭한 선생님, 뛰어난 운동선수의 모습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다만 그들을 어떻게 키워낼 것인가가 문제이리라. 내가 낳은 자식들에게만 사랑을 쏟아 붓는 우리네 사고방식으론 가능한 일이 아니겠지만, 골고루 햇볕을 쪼여주는 일이야말로 우리의 새로운 의무가 아닐까. 가뜩이나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요즈음. 이 땅의 젊은 영혼들이 사랑을 나눈 결실로 태어난 아가들이다. 비록 비정상적인 상황이긴 하지만, 자발적인 노력으로(?) 가능성을 지닌 다수의 인재들을 국가에 안겨준 셈이니 그 젊은 부모들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자들 아닌가. 그 아가들을 재목으로 키워낼 것인지 잡초로 버려둘 것인지는 국가와 국민들이 결정할 일이다. 이 틈 저 틈으로 새어나가는 국부(國富)의 물꼬를 이들의 양육에 돌려야 할 때다. 쓸데없는 싸움질들 그만 하고, 대통령도 국회의원들도 모두 한 달에 한 번씩은 보육원에 와서 아기 안아주기 봉사에 참여할 일이다. 나랏돈을 아낌없이 쏟아 부어 이들을 최고의 환경에서 자라도록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자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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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소식2008. 10. 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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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문예연구소에서는 학술논문집 『한국문학과 예술』2집을 펴냈다.

1년에 두 번(3월말, 9월말) 펴내는 논문집의 이번 호는 ‘조선조 사행록 특집호’로 제작되었으며, 다음과 같은 글들이 실려 있다.

<논문>

조선조 사행록 텍스트의 본질---조규익(숭실대 교수)

조선조 전반기 대명 사대정책의 사상내인(內因)의 분석---이암(북경 중앙민족대 교

수)

조선조 후기 북학파 문인들의 연행과 한중문인들의 정신적 교유---김병민(연변대

총장)

열린 텍스트로서의 연행록 읽기---김문식(단국대 교수)

외교적 관점에서 바라본 조선 통신사, 그 기록의 허와 실---손승철(강원대 교수)

기록문학으로서의 조선통신사 사행록의 동아시아적 보편성---나카오 히로시(교토

조형예술대학 명예교수)

18세기 말 동서 지성의 해외체험, 성찰의 방향과 그 의미---이혜순(이화여대 명예

교수)

 

<자료소개>

『조천록일운항해일기(朝天錄一云航海日記』

해제--조규익

자료영인

 

<서평>

시조문학, 이념과 풍류의 연관성-전재강의 『시조문학의 이념과 풍류』: 류해춘(성

결대 교수)

재미있고 쉽게 풀어쓴 이야기 한국음악사-송혜진의 『청소년을 위한 한국음악사』

: 문숙희(한국문예연구소 연구교수)

허위적 세계를 전복시키는 비범한 정신-류종영의 『웃음의 미학』: 엄경희(숭실대

교수)

은밀한 꿈을 길어 올리는 두레박의 시학-엄경희의 『숨은 꿈』: 김인섭(숭실대 교

수)

문학 모티프와 테마를 찾아서-이재선의 『현대소설의 서사주제학』: 김은정(성신여

대 인문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

일제말 문인들의 만주인식에 대한 사적 고증의 한 걸음-민족문학연구소의 『일제

말기 문인들의 만주체험』: 차봉준(숭실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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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2008. 9. 26. 16:24

<모시는 말씀>

가마 솥 더위에 들볶이다가
어느 덧 옷깃을 파고드는 가을바람을 느낍니다.
이 가을
몇 권의 책과 한 시루의 떡으로
품격 높은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사오니,
부디 오셔서 자리를 빛내 주시기 바랍니다.

              2008. 10. 1.

한국문예연구소  소장  조규익 드림


“개교 111주년 기념
제1회 한국문예연구소 출판 기념 및 집담회(集談會)”

○ 일시 : 2008년 10월 8일(수) 오후 3시~5시
○ 장소 : 웨스트민스터홀 661호
○ 주제 : 한국시의 쟁점과 비전

<출판기념도서>
1. 한국문예연구소 엮음,『가산 이효석의 삶과 문학세계』, 학고방, 2008.
2. 한국문예연구소 엮음,『한국문학과 예술』2, 학고방, 2008.
3. 엄경희 지음,『숨은 꿈』, 실천문학사, 2008.

<순 서>


■ 1부                                사회 : 허명숙(한국문예연구소 교육팀장)
1. 개회사                    
2. 소장 인사                  
3. 책 소개
    1) 『가산 이효석의 삶과 문학세계』: 김미영(숭실대 교수)
    2) 『한국문학과 예술』2 : 신현규(중앙대 교수)
    3) 『숨은 꿈』: 이재룡(숭실대 교수)
4. 주제발표 : 엄경희(숭실대 교수)

■ 2부                              사회 : 차봉준(한국문예연구소 연구원)
1. 축하 떡 자르기
2. 덕담 및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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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소식2008. 9. 25. 14:03

숭실대학교 한국문예연구소의 다섯 번째 학술총서인 『가산 이효석의 삶과 문학세계』가 발간되었다. 이 책은 1934년에서 1938년 폐교될 때까지 숭실에 재직하면서 출세작 대부분을 발표한 가산 이효석 선생의 삶과 문학세계를 14명의 전문 학자들이 조명한 결과다. 가산은 숭실에 있는 동안 「산」(1936),「들」(1936),「모밀꽃 필 무렵」(1936),「석류」(1936),「성찬」(1937),「개살구」(1937),「장미 병들다」(1938),「해바라기」(1938) 등을 창작했으며,「황제」(1939),「여수」(1939), 「화분」(1939),「벽공무한」(1940) 등도 그와 멀지 않은 시기의 작품들이다. 36세의 아까운 나이로 요절했지만, 소설⋅시⋅수필 등 다양한 장르의 범상치 않은 작품들을 남김으로써 문단의 우뚝한 존재로 서게 된 점은 우리 문학사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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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효석의 삶과 문학세계의 변천--허명숙(숭실대)

이효석의 맑시즘 비판 논리와 원죄의식--조명기(부산대)

이효석의 미적 자의식에 관한 연구--최익현(선문대)

소설의 심미성과 생태학적 상상력--차봉준(숭실대)

이효석 소설에 나타난 성의 재해석--임은희(한양대)

이효석 소설에 나타난 자연과 성--방민화(법제처)

이효석 소설에 나타난 취미 향유적 신체의 의미--김주리(동덕여대)

이효석의 전향소설에 나타난 신체의 정치학 연구--한민주(서강대)

이효석 소설에 나타난 엑조티시즘과 향토적 서정의 긴장성--김해옥(연세대)

이효석 문학의 연속성과 시문학의 근대적 특질--이민호(서강대)

이효석의 시와 수필 연구--김미영(숭실대)

이효석 평론에 나타난 문학 정체성--엄경희(숭실대)

이효석의 평문 「죤 미링톤 씽그의 극 연구」에 대하여--장원재(경기 영어마을)

이효석 문학 연구의 현황과 전망--이금란(숭실대)

이효석 관련 논저목록--이금란(숭실대)

 

숭실대 한국문예연구소 엮음, 『가산 이효석의 삶과 문학세계』, 학고방,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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